내란 중요임무 박성재 구속영장…심우정도 잡을까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국무회의실에서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과 현안 논의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4.12.4. 연합뉴스
12·3 불법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는 이미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이어 세 번째다. 특검팀이 박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해 심우정 전 검찰총장, 김주현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 등으로 수사의 칼날을 향하게 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특검팀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일 오후 7시 40분쯤 박 전 장관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박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 지 16일 만이다.
박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불법계엄 선포 직후 배상업 당시 출입국본부장에게 출국금지팀 인력을 대기시키라는 지시를 내리고, 신용해 당시 교정본부장에게 구치소 수용 공간을 점검하라는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는다. 임세진 전 검찰과장에게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합수부) 검사 파견을 검토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박 전 장관 쪽은 원론적인 지시이거나 점검 차원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특검팀은 불법계엄과 포고령 발동에 따른 체포 등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장관은 윤석열의 불법 계엄 선포를 막지 못하고 방조한 혐의도 받는다. 박 전 장관은 불법계엄 선포 당일 윤석열이 자신의 내란 계획을 알리기 위해 가장 먼저 부른 최측근 6명 중 한 명으로, 불법계엄 선포를 심의한 국무회의와 이튿날 계엄 해제 국무회의에도 모두 참석했다. 특검팀은 당시 법무부를 총괄한 박 전 장관이 불법계엄 선포를 막지 못한 책임이 다른 국무위원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보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박 전 장관을 조사한 뒤 혐의를 뒷받침할 물증·진술과 사실관계 등을 보강하는 작업을 해왔다.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 다른 주요 인사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가석방심사위원장인 심우정 법무부 차관이 8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향하고 있다. 이날 법무부에서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의 가석방 재심사가 열린다. 2024.5.8. 연합뉴스
특검팀은 박 전 장관과 함께 심 전 총장도 합수부 검사 파견에 관여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 조사 과정에서 박 전 장관이 불법계엄 선포 당일 오후 11시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심 전 총장과 3차례 통화한 사실도 파악했다. 모두 계엄 직후 열린 법무부 실·국장회의 전후로 이뤄진 통화였다. 또 특검팀은 불법계엄 당시 대검찰청 소속 검사가 국군방첩사령부 쪽과 연락을 한 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출동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박 전 총장의 신병이 확보된다면 심 전 총장의 계엄 가담 혐의 입증에도 탄력일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박 전 장관은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김주현 전 민정수석 등과 함께 지난해 12월 4일 삼청동 안가 회동 멤버이기도 하다. 참석자들은 단순 친목 모임 이라고 주장하지만, 윤석열 최측근들이 내란 실패 직후 단순히 친목 목적에서 만났다는 설명은 매우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검팀은 이들이 안가 모임에서 내란 실패에 따른 처벌을 피하기 위해 사후 법적 요건을 충족시킬 방법 등을 논의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안가 회동 멤버 중 한 명인 김 전 수석은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의결된 뒤 박 전 장관과 통화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달 21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심 전 총장을 소환해 윤석열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포기 혐의 외에도 불법계엄 당시 검사 파견을 관여했는지 등에 대해 캐물었다. 또 윤석열의 법률참모 중 한 명이었던 김 전 수석도 같은 달 30일 재소환해 대통령실의 불법계엄 전후 상황과 불법계엄 선포 과정 전반을 조사했다.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까지 이뤄진다면 불법계엄 국무회의를 전후로 제기되는 의혹들의 큰 줄기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최근 특검팀은 불법계엄 전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을 향한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검팀은 조 전 원장이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서 들은 윤석열의 계획을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국회에 국정원 폐쇄회로(CC)TV 자료를 선별적으로 제출함으로써 정치 관여를 금지하는 국정원법을 어겼는지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다음 주 조 원장에 대한 수사를 마치는대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할 전망이다.
박 전 장관에 대한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미체포 피의자 신분인 만큼 다음 주 초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가 적용된 김용현·이상민 전 장관에 관한 구속영장은 모두 발부됐다. 다만 내란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법원은 한 전 총리의 영장을 기각하면서 중요한 사실관계 등의 법적 평가와 관련해 다툴 여지가 있다 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