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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독립=공정한 재판 이란 이데올로기 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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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권 독립론 은 지고지순의 원리가 아니라 하나의 이데올로기다. 지극히 주관적인 법관의 세계관, 정치성향, 경험, 편견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데도, 법원과 법원을 독립시켜 놓기만 하면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져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될 것이라고 예정하기 때문이다. 사법권 독립이라는 이데올로기에 빠질 때 돌아오는 대가는 ‘법의 지배’가 아니라 ‘판사의 지배’이거나 ‘법률가의 지배’이다. 인민의 직접지배는 말할 것도 없고 선출된 국민대표에 의한 정치마저 실종되고 선출되지 않은 밀실의 소수 법복귀족이 국가와 사회를 지배하는 ‘사법통치(juristocracy)’가 전면화한다. 한국 사회에서 거의 모든 정권에서 추진되었던 사법개혁이 늘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 최고의 목표 또는 토대가 ‘사법권의 독립’이라는 이데올로기였기 때문이다. 공화국의 최소한의 의미가 공동체 구성원들의 평화로운 공존이라면 사법에 대한 불신은 공화국을 위태롭게 하는데, 이런 사법 불신을 초래한 수많은 불공정 재판들이 모두 사법권 독립의 이름으로 이루어졌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민주공화국이려면 공정한 재판을 가로막는 사법권력을 주권자의 통제 하에 두어야만 한다. 즉 사법권 독립이 아니라 사법 민주화가 바로 궁극의 방향이 되어야 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내란·외환죄 영장전담법관 지정을 위한 전체판사회의가 열리는 9일 서울법원종합청사의 모습. 2026.2.9. 연합뉴스 사법 민주화를 막는 헌법의 장벽들 사법 민주화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우리 헌법의 공고한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 기본권 수준에서 공정한 재판을 외면한 채 재판청구권을 법관에 의한 재판으로 축소시킨 제27조, 사법권 조직 차원에서 모든 법관 임명권을 제왕적 대법원장 1인에게 집중시킨 제104조, 그리고 재판 차원에서 ‘헌법과 법률에 의한 재판’을 법관의 ‘양심에 따른 재판’과 나란히 규정함으로써 민주사법의 최소한의 요구마저 사법권 독립의 하위 가치로 격하시키는 제103조가 그것이다.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로 바로잡고,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제청권을 폐지하고 모든 법관을 국민 참여에 의하여 임명하도록 하며, ‘양심에 따른’ 심판 조항을 삭제하여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의해서만 재판을 하도록 강제하는 것이야말로 사법 민주화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이를 바탕으로 비로소 사법 민주화의 길이 열린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보다 어려운 것이 헌법개정이기에, 비록 한계가 뚜렷해 보이더라도 입법을 통한 사법 민주화의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 사법 민주화의 핵심은 법복귀족의 권력을 주권인민에게 돌려주는 것, 즉 사법 주체의 민주화이다. 그러나 사법 민주화는 사법 주체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사법 과정, 사법 책임 및 사법 접근 수준에서의 민주화를 아울러 요구한다. 사법 개혁을 이야기한다면 우리는 최소한 이 네 측면에서의 민주화를 위한 입법적 기반은 갖추어야 한다. 사법 민주화의 핵심은 사법 주체의 민주화다 사법절차에서 인민이 재판의 주체로서 일정한 권한을, 바람직하게는 1차적인 권한을 가져야 한다. 배심제와 참심제는 이런 요청에 부합하는 핵심 제도이다. 분업의 원리에 따른 배심제는 인민을 대표하는 배심원이 유무죄 판단을 하고 법관은 이에 구속된다는 점에서 가장 근본적인 형태의 사법 민주화 방안이다. 반면 협업의 원리에 따른 참심제는 인민참심원이 직업법관과 함께 재판의 전 과정을 함께 판단하는 것이어서 독립성은 다소 덜하지만 인민의 관여 범위는 더 넓다. 공동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는 모든 재판은 원칙적으로 공동체 구성원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자치의 정신이 이들 제도의 기반이다. 이들 제도가 헌법 제27조의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은 견강부회다. 배심제나 참심제에서도 법관에 의한 재판은 의연히 이루어진다는 점, 설사 그것을 법관‘만’에 의한 재판이라고 강변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모든 심급에서 이루어져야 할 이유는 없다는 점, 더구나 국민이 사실심을 다루는 심급에서 법관에 의한 재판을 선택할 기회를 가지기만 한다면 법관만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실현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배심제와 참심제는 물론 치안판사제까지도 현행 헌법하에서 법률로 도입할 수 있다. 그러나 사법 주체의 민주화는 인민 참여형 재판제도의 도입과 함께 또 다른 핵심 주체인 직업법관의 선발에 있어서도 일정한 수준의 인민 참여를 요구한다. 영국처럼 인민이 일정 비율로 참여하는 독립된 법관선발기구의 심사를 통해 법관을 선임하는 것, 즉 심급별로 법관의 자격요건을 달리 하되 대법관을 포함한 모든 법관의 선발에 비법조인 인민이 참여하는 기구에 의한 자격심사를 필수화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당연히 법원행정처는 폐지되어야 한다). 인민의 의식과 동떨어진 비상식적 판사의 출현을 가로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한편 사법절차 개시 단계에서 인민의 공소제기권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소추주의를 채택한 우리 형사사법체제에서 인민에게 보장되는 것은 수사촉구권(고소 및 고발)뿐이다. 이런 체제를 넘어서 인민의 소송개시권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 가지, 즉 기소 여부를 인민이 결정하는 기소배심제와 국가의 수사・기소 해태에 대응하여 인민이 직접 형사소송을 제기하는 사인소추제도가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대법관 증원에 대한 대법원 등의 반대에 대해 한마디 덧붙이는 것이 좋겠다. 대법원은 재판연구관 충원으로 인한 하급심 약화를 반대 근거로 내세운다. 그러나 2025년 기준으로 판사인 재판연구관만 101명인데 사실 재판연구관을 판사로 충원해야 할 이유는 없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재판연구관(law clerk)은 모두 법관이 아닌 변호사들이다. 나아가 재판을 하지 않는 (행정)법관은 없어야 한다. 특히 법원행정처에 근무하는 처장과 20명의 판사들은 재판에 참여하지 않는데, 이런 법관들이 왜 필요한지 의문이다. 헌법개정이 가능하다면, 단일한 대법원 체제를 지양하고 권리의 최종적 구제를 담당하는 복수의 최고법원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입구에 설치된 조형물 정의의 여신상. 연합뉴스 사법 민주화는 사법과정에서도 관철되어야 한다 사법 과정 민주화의 핵심은 무기평등 원칙의 보장이다. 구체적으로 이 원칙은 디스커버리(discovery) 제도와 디스클로저(disclosure) 제도로 구현된다. 영미법에서 유래한 디스커버리 제도는 각 당사자가 심문, 문서 생산 요청, 인정 및 증언 요청과 같은 방법을 통해 다른 당사자로부터 증거를 확보하는 제도이다. 디스클로저 제도는 검찰이 수사기록, 증인의 진술서, 물리적 증거, 전문가의 의견서 등 사건에 대한 증거를 피고인 또는 피고인의 변호인에게 미리 공개해야 하고, 특히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뿐만 아니라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도 공개해야 한다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무기평등의 원칙 실현을 위한 디스커버리/디스클로저 제도는 공정한 재판을 위한 최소보장이자 사법 민주화의 증거법적 요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재판 공개이다. 모든 부패를 막기 위한 최선의 방책은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고 사법과정 투명성이 확보되어야만 신뢰를 받을 수 있다. 당사자뿐만 아니라 관심 있는 시민들이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또는 진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만 사법과정의 투명성은 확보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판결문(법률상 판결서) 자체의 공개이다. 조만간 형사사건에서도 미확정 판결문까지 공개하는 것으로 제도개선이 있었지만, 판결문은 물론 법원에 제출된 재판자료까지 비실명처리 없이 무상으로 전면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사법 민주화의 또 다른 요청은 법관의 책임성 강화이다 법관의 책임성 강화는 사법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실효성 확보 차원에서 볼 때 매우 중요하다. 물론 탄핵제도가 있지만, 12.3 내란 관련 재판에서 보듯이 터무니 없는 판결과 부적절한 행태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의 판사도 탄핵소추조차 된 적이 없다. 판사 탄핵은 대통령 탄핵보다 훨씬 어렵다. 적어도 위법한 재판에 대한 법관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법관징계제도의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 시민징계위원을 포함하는 법관징계기구를 대법원장으로부터 독립하여 설치하고, 징계청구권을 법원 상층부뿐만 아니라 소송당사자와 일반 시민에게 개방하며, 징계 종류에 해임을 포함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런 조치는 대법원장이 원하지 않는 어떤 법관 징계도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를 혁파하기 위한 최소한인데, 이 정도는 법관징계법의 개정만으로도 가능하다. 법왜곡죄가 신설되었고 재판소원도 도입되었다. 물론 대법원을 비롯한 각급 법원은 물론 많은 전문가들의 반대가 거세다. 남용・악용의 우려가 있고 4심제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며, 법관의 재판 독립성 침해가 우려된다는 등의 이유가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외면하고 있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 한 가지는 그들이 그토록 추앙하는 ‘독립된’ 법원과 법관의 재판에 의해 기본적 인권을 침해당하고 유린당한 인민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법왜곡죄 이외에도 법원 내 외부의 재판 개입을 막기 위하여 ‘재판개입죄’를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 한편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속설은 철칙이 되어버렸고, 이 철칙을 떠받치고 있는 것이 전관예우이다. 전관예우는 돈으로 사법을 살 수 있도록 만들었다. 돈으로 사법을 살 수 있다는 것은 공정한 재판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사법은 존재할 이유가 없으니, 전관예우는 사법 자체를 위해서라도 제거되어야 하는 ‘절대악’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아직도 변호사의 4분의 3이 전관예우가 엄존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전관예우야말로 K-사법의 핵심이자 치부다. 이걸 넘어서지 못하면 사법은 없다. 무엇보다도 배심제나 참심제의 도입으로 재판에 대한 민중의 개입을 제도화해야 한다. 보는 눈이 많을수록 비리의 가능성은 줄어든다. 아울러 전관변호사에 대한 제한을 촘촘하고 강하게 설정해야 한다. 개업지 제한은 재직기간 전체로 확대하고 최소한 고등부장 이상의 법관이나 헌법재판관 및 검찰총장과 검사장 출신은 개업 또는 소송대리를 금지해야 한다. 독일처럼 변호사 보수에 대한 법적 규율을 통해 퇴임 후 일확천금의 기대를 사라지게 만들 필요가 있지만, 그게 어렵다면 일본처럼 전관 출신 변호사들의 모든 수임사건 내역 공개라도 제도화해야 한다. 사법 불신을 부추기는 양형 부당 문제도 바로잡아야 한다. 양형기준은 더욱 세분화되고 정교화되어야 한다. 사법 민주화는 양형에서 법관에게 부여되는 과도한 재량을 축소하여 ‘법률 없으면 형벌 없다’는 죄형법정주의의 또 다른 내용을 실현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벌금형보다 못한 형벌로 인식되는 집행유예형의 실효성 확보가 필요하다. 적어도 집행유예의 선고시에는 반드시 명예형이나 벌금형의 병과를 필수화해야 한다. 기왕이면 선고기간 1년당 1,000만원 이상으로 하되, 소득에 비례하는 벌금형 병과가 이상적이다. 사법에 대한 접근성 제고도 긴요하다 무엇보다 법원이 부족하다. 선거를 할 때는 일정 인구규모마다 투표소를 설치하면서, 상설기구인 법원은 왜 그리 하지 않을까? 관할사건이 극히 제한되어 있는 시군법원을 포함하더라도 인구 대비 법원 수는 독일의 4분의 1, 시군법원을 제외하면 7분의 1 수준이다. 아무리 재정, 기술, 소송경제 탓을 한다고 하더라도 법원 수가 이 정도로 부족한 것은 재판청구권을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획기적인 법원 증설이 요구된다. 법원의 증설에는 필연적으로 법관 수의 증대가 뒷받침되어야 하며, 법조일원화 구조에서 법관 수의 증대를 위해서는 변호사 수의 획기적 증대가 전제되어야 하고, 이는 로스쿨 총입학정원의 폐지와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 그리고 응시자격 개방 등을 요구한다. 앞서 언급한 사법 주체, 과정 및 책임에서의 민주화가 제도화되더라도 법원, 법관 및 변호사 증원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졸속 재판과 재판 지연은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는 사법 민주화의 물리적 전제라고 보아야 한다. 사법 민주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사법 민주화의 핵심은 사법권력의 구성, 행사와 관련하여 민중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민중의 주도권은 재판의 진행에서는 물론 사법권력 담당자인 직업법관의 선발과 재판 결과에 대한 책임 모두에 있어서 관철되어야 한다. 이처럼 민중참여재판의 전면화와 다양성이 확보되는 법관선발방식 및 법관의 책임을 묻기 위한 민중의 개입이 달성된다면 우리 사법의 문제는 해결될까? 유감스럽게도 아니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균열을 가하지 못하는 이상 사법 민주화에 의해서도 계급사법이 극복되거나 지양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법의 계급성이 극복되기는커녕 계급사법이 더욱 세련되고 정교해져서 체제에 대한 저항이 더욱 힘들어지고 계급지배가 더욱 탄탄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법 민주화가 궁극적으로는 세련된 계급사법, 정교한 계급지배의 도구로 기능한다고 할지라도 그 정도의 사법도 허용하지 않았던 한국사회에서는 그마저도 절실하다. 사법에서 계급성 발현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차선책이 바로 사법 민주화이기 때문이다. 사법 민주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문제는 방법인데, 국회・정부・법원 주도의 전문가 중심 사법 개혁들은 모두 실패했다. 이제 주권자 시민에게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무작위로 추출되는 다수 시민들의 숙의가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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