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맞춰지는 노상원 수첩 내란예비살인 입증될까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12·3 비상계엄을 모의했다는 의혹을 받는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서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 2025.12.8 서울중앙지법 제공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은석 내란특검팀이 1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의 내란 주요임무 종사 사건 재판 항소심 첫 공판에서 이른바 노상원 수첩 이 작성된 시점을 2023년 10월 이전으로 보고 그때부터 비상계엄을 준비했다고 봐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특검팀은 수첩의 마지막 페이지에 체포 대상으로 송영길이 기재됐는데, 송영길은 2023년 12월에 구속됐다 며 그렇다면 2023년 10월 이전 에 작성됐다는 점이 명백하고 계엄 준비 시기 역시 2023년 10월 이전인 것이 확실하다 고 밝혔다.
내란특검은 노 전 사령관을 내란목적살인 예비음모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벌였지만 끝내 재판에 넘기지 못했다. 작성자인 노 전 사령관이 수첩에 대힌 진술을 사실상 완강히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 수첩이 압수된 직후 경찰 조사에선 김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적은 것 이라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얼마 안 가 잘못 기억했다 며 뒤집었다. 그 뒤로도 계속해 진술을 거부했다. 심지어 재판부가 뻔히 보는 앞에서 귀찮아서 답변하지 않겠다 고 말하며 마이크 앞에서 몸을 홱 돌리는 초유의 법정 태도를 보였다. 재판 과정 내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작성한 것 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유지했다.
내란특검은 노 전 사령관이 계엄 선포 전에 접촉한 군 안팎 인사들을 조사하며 수첩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려 했다. 그의 통화 내역을 전수 조사하며 그가 자주 연락한 인물들, 정보사 내 측근으로 알려진 인사 등을 광범위하게 조사했지만 힘이 미치지 못했다.
원심 재판부(지귀연 부장판사)는 노상원 수첩이 실제 주거지가 아닌 모친의 주거지 책상 위 박스 안에 은밀하게 관리됐다 며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은 항소심에서 바로잡혀야 한다 고 덧붙였다. 지귀연 재판부는 노 전 사령관이 2023년 10월 이전부터 계엄을 계획하고 이를 김 전 장관과 윤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면 수첩은 결정적인 증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며 수사기관에서 발견하기 쉬운 모친 주거지 책상 위에 그대로 두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수첩의 작성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점, 필기 형태와 내용 등이 조악한 점 등을 이유로 수첩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해병대 장병 사망) 이후 남은 의혹을 수사하는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팀이 6일 연평도 검증영장 집행을 위해 정부과천청사 인근에서 헬기에 탑승하고 있다. 2026.5.6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런데 3대 특검이 남긴 미진한 수사를 보완하고 있는 2차 종합특검(권창영 특별검사)은 노상원 수첩에 주요 인사들의 수집소 로 기재된 여러 곳을 현장 검증한 결과, 차츰 실체 규명에 다가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종합특검은 12·3 내란 일당이 주요 인사 체포뿐 아니라 사살까지 계획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다만 수첩을 작성한 노 전 사령관이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특검이 그의 입을 열지 않고도 다른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종합특검은 지난 6일 인천 옹진군 연평면에 있는 해병대 연평부대 안 지하 갱도의 시설물을 검증했다. 수첩에는 연평도 지역을 가리키는 표현이 일곱 군데나 등장한다. 수첩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등 당시 야권 주요 인사의 이름이 적혔는데, 이들은 A급 수거 대상 으로 분류됐다. 이들을 처리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군함을 이용해 연평도로 이동한다 , 연평도에 수집소를 설치한다 등이 거론됐다.
종합특검은 연평부대에 있는 시설들이 외부와 단절된 구조로 장기간 여러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8일에는 서울 관악구 남현동에 위치한 수도방위사령부 내 B-1 벙커 등에 대한 현장 검증이 이뤄졌다. B-1 벙커는 노 전 사령관 수첩에 등장하진 않는다. 다만 그가 부정선거 수사를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 30여 명을 체포한 뒤 구금할 장소로 계획한 곳이 B-1 벙커다.
지난 12일에는 강원 화천군 오음리에 위치한 제2하나원에 대한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제2하나원은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을 돕기 위한 곳으로 생활 및 의료 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곳은 수첩에 세 군데 기재됐는데 오음리 , 특별수사 , 재판소로 사형·무기형을 받게 한다 고 나온다. 제2하나원은 탈북민에게 우리 재판 제도를 교육하기 위해 모의 법정을 만들었는데 특검은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곳에 모의 법정이 꾸며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특검은 노씨가 특별재판소 설치를 염두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개관 이래 처음으로 2024년 8월 을지훈련 때 군사경찰들까지 함께 군 합동훈련이 진행된 사실도 파악했다.
월남한 북한군 영관급 병사들을 심문하는 곳으로 알려진 이곳은 철문까지 세워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근거로 종합특검은 체포 대상자를 장기간 구금하기에 적합한 구조이며 수거 대상자에 대한 재판까지 가능한 환경임이 확인됐다 고 설명했다.
이 밖에 수첩에는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 강원 화천군에 위치한 제7보병사단, 양구군 소재 제21보병사단, 제주도 등이 수집 장소 로 나열돼 있다. 종합특검은 향후 이들 장소를 대상으로도 현장 검증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
종합특검은 현장 검증 결과를 분석해 노 전 사령관에게 내란목적살인 예비음모 혐의를 적용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법 제88조는 국헌 문란의 목적으로 사람을 살해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간인 신분인 노 전 사령관이 수첩에 내란 계획을 기재한 수준을 넘어서 실제로 주요 인사들을 수용하기 위해 수집소로 지목된 시설의 책임자와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