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는 폐지되어야 한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법원행정처는 일제 잔재다. 법원행정처는 일본 제국 시대에 일본의 전체 법원과 재판관을 지배하고 통제했던 사법성(司法省)을 그대로 모방한 제도다(일본의 이 사법성은 최고재판소 사무총국으로 그 명칭이 변경되었다). 현재 세계적으로도 법원행정처라는 시스템은 사법 후진국인 일본을 제외하고는 그 유례를 찾아볼 수가 없다.
법원행정처는 인사관리실이나 기획조정실이라는 시스템을 통하여 법원 전체를 통제하는 강력한 코어다.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력은 이 법원행정처를 토대로 하여 완성된다.
법원행정처는 법관의 재판을 보조하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스스로 법관에 대한 감시, 감독기관으로 기능하면서 전체 법관과 전체 재판을 획일화하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사법부 수뇌부를 충원하기 위한 인력풀이라는 의미를 넘어 대법관 ‘승진’을 기회로 내부적 불문율이 세습되는 통로로 기능하고 있다. 즉 사법부의 엘리트를 집합시키고 그 능력을 활용하는 싱크탱크로서의 역할과 더불어 그들을 훈육하고 통제하는 제2의 사관학교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과 각급 법원장들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5.9.12. 연합뉴스
우리나라 사법 시스템은 상명하복의 서열구조로 계층화한 일반 행정관료 시스템과 동일하다. 구체적으로 수많은 승진단계를 마련해두고 이를 사법구조와 직결시킴으로써 법원행정처를 앞세운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일점식(一點式) 중앙집권체제를 구성하고 있다. 더구나 현재 법원에 속한 모든 국가기관은 모두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에 복속돼 있다. 법원조직법은 법원행정처를 비롯하여 사법연수원, 법원공무원교육원, 법원도서관, 대법원장비서실, 재판연구관, 사법정책자문위원회, 법관인사위원회를 대법원장의 지휘감독 아래 두거나 자문기관으로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관 인사 문제는 법관인사위원회 등의 기구에 귀속되어야 한다. 법원행정처가 장악하고 있는 사법정책 연구도 법원행정처가 가지고 있는 것은 과도하다. 본래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할 각종 사법정책 연구는 당연히 별도의 연구소에서 담당해야 마땅하다. 지금과 같이 법원행정처에 종속돼서는 안 될 일이다.
사법독립을 진정으로 가로막고 있는 근본 원인은 바로 법원행정처와 대법원장
대법원과 법원행정처는 입만 열면 ‘사법 독립’을 외친다. 그러나 오늘 노도와 같이 터져나오는 사법개혁이라는 시대적 요청은 조희대의 너무도 명백한 정치편향 재판과 지귀연의 허무맹랑한 행태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자신들이 광범한 국민적 불신을 초래해놓고, 이제 와서 ‘사법독립’이라는 미명 하에 책임을 회피하고 전가하는 비겁함을 보여선 결코 안 될 일이다. 오늘의 사법불신은 결자해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말하자면, 지금처럼 제왕적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라는 강력한 중앙에 의하여 관리되고 통제되는 전체 법관에 대한 인사관리나 통일된 사법정책 기획 또는 사법정책 조정의 업무 나아가 사법정책에 관한 제반 연구조사 사업들 그 자체가 ‘사법 독립’을 원천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즉, 본래 독립기관이어야 할 법관에 대하여 상급 판사가 근무평정을 하고, 중립성이 의심되는 인사위원회가 법관들에 대한 인사 과정을 심의하는 현재의 인사 시스템에서는 결코 법관의 독립도 사법독립도 보장될 수 없게 된다.
법관이란 법과 양심에 의하여 재판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지금과 같이 법원행정처에 의해 기획되고 정립, 조정된 사법정책의 강력한 통제를 받게 된다. 법관은 그 자체로 독립된 존재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법원행정처 인사관리실을 통한 관리와 통제 하에서 상명하복의 계급질서 속에 모든 법관이 편입되며, 이러한 시스템은 지귀연으로 대표되는 ‘체제순응적 법관’들을 양산하게 된다. 이렇게 하여 철두철미 ‘검사동일체’ 원칙이 관철되는 검찰조직처럼 이 나라 사법부도 ‘법관동일체’의 원칙이 사실상 관철되고 있으며, 결국 법관의 독립과 사법독립은 사실상 부정당하고 있다.
법원행정처란 토대 위에 조희대와 지귀연이 나타난다
민주주의란 당연히 3권 분립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사법부는 민주적 정당성에 있어서 가장 취약하다. 민주주의란 국민들이 단순한 참여의 범주를 넘어서 자신을 지배하는 지배자를 통제, 지배할 수 있음 을 의미한다. 모든 국가기관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주의에 의하여 사법부 역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사법부이지 않으면 안 된다. 사법부는 국민 위에 군림하여 지배하는 조직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사법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법원 구성의 민주성 확보, 국민의 사법참여 그리고 법원에 대한 국민의 통제가 필요하다.
법원행정처라는, 세계에서 볼 수 없는 기구를 통해 조희대와 지귀연이란 ‘비정상적 법관’이 출현할 수 있었다. 이제 무엇보다도 먼저 일제 잔재 법원행정처가 폐지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법관의 독립과 사법독립도 구현될 수 있게 된다. 그때 비로소 이 나라 사법부가 진정 독립적이고 민주적이며 국민을 위한 사법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