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배터리·전기차 공공조달 기준 바꾼다…유럽산 요건 추진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유럽연합(EU)이 배터리·태양광·풍력 부품, 전기차 등 핵심 녹색기술의 공공조달에 유럽 내 생산 의무 비율을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한다.
19일(현지시각) 로이터는 EU 집행위원회가 다음 주 발표 예정인 법률안 초안에서 이 같은 내용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고에너지 비용과 중국산 저가 수입품,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압박받는 유럽 제조업 기반을 강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초안은 EU가 산업 기반과 장기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후 전환이 탈산업화가 아닌 산업 번영의 동력이 되도록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EU가 핵심 녹색기술 공공조달에 유럽산 요건을 추가한다. / 픽사베이
배터리·전기차 조달에 단계적 유럽산 요건 적용
법안에 따르면 공공조달을 통해 구매하는 배터리 시스템은 법 시행 12개월 후부터 EU 역내에서 조립돼야 한다. 1단계에서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과 2개 이상의 핵심 부품을 역내에서 조달해야 하며, 2년 후에는 배터리 셀을 포함한 더 많은 핵심 부품에 유럽산 요건이 확대 적용된다. 이러한 단계적 접근은 역내 산업 역량과 글로벌 배터리 가치사슬의 민감성을 고려한 것이다.
전기차와 충전 인프라에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된다. 정부가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를 조달할 때 유럽산 부품과 EU 노동력 사용을 우선시해야 한다. 전력 케이블 역시 유럽 내 생산품으로 제한된다. EU 집행위는 태양광 분야에서 중국 제조업체에 글로벌 시장 대부분을 내준 전철을 풍력 터빈 등 유럽이 여전히 경쟁력을 보유한 분야에서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외국인 투자에도 현지화 조건 부과
조달 규정 외에도 투자 심사 기준이 새롭게 도입된다. 전략 산업 분야에서 1억유로(약 1710억원)를 초과하는 외국인 직접투자는 유럽산 부품 사용과 EU 노동력 고용 등 현지화 요건을 충족해야 승인받을 수 있다. 이는 산업 정책을 국가 안보 및 공급망 회복력과 연계하는 조치다.
법안은 또한 EU 역내에서 생산된 저탄소 산업재에 대해 공공계약에서 최소 비율을 할당하는 방안도 담고 있다. 초안은 2000년부터 2020년 사이 글로벌 산업 총부가가치에서 EU 비중이 20.8%에서 14.3%로 하락했다는 점을 전략적 경고 신호로 규정했다. 고에너지 가격, 중국과의 경쟁 심화, 미국의 새로운 관세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회원국 간 이견 속 협상 본격화
다만 이번 계획을 두고 EU 회원국 간 입장이 갈리고 있다. 프랑스는 기후·에너지 전환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유럽의 산업 역량 방어가 필수적이라며 이 전략을 적극 지지한다. 배터리·재생에너지·전기 모빌리티 분야 전반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려면 역내 생산 의무 규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스웨덴과 체코는 자국산 우선 규정이 입찰 가격을 상승시키고 역내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들 정부는 EU가 가능한 한 글로벌 효율성과 자유무역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U가 지나치게 제한적인 조달 기준을 부과할 경우 무역 상대국의 보복 조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법안은 각국 정부가 유럽의회와 협상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로이터는 중국이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 분야를 지배하고 미국이 관세와 재정 인센티브에 기대는 상황에서 유럽이 자체적인 산업 기반을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후 정책과 산업 전략이 점점 더 긴밀하게 연계되면서 공공조달이 지정학적 경쟁의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