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로그인   회원가입   초대장  
페이지투미   페이지투미 플러스
페이지투미 홈   서비스 소개   아카이브   이야기   이용 안내
페이지투미는 사회혁신 분야의 새로운 정보를 모아 일주일에 3번, 메일로 발송해드립니다.

link 세부 정보

정보 바로가기 : 우리는 동물을 가둘 권리가 있나…늑구가 던지는 질문

우리는 동물을 가둘 권리가 있나…늑구가 던지는 질문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대전오월드에서 탈출했다 9일 만인 지난 17일 생포돼 돌아온 늑대 늑구 가 20일 오후 2시 닭고기와 소고기 분쇄육을 먹고 있다. 2026.4.20 [대전오월드 제공] 연합뉴스 늑구가 돌아왔다. 대전 오월드를 탈출했던 늑대 늑구 의 포획 소식을 전하는 언론의 헤드라인은 대개 이러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물어보자면 다시 잡혀 왔다 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 아닐까. 늑구는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총기 사살 은 면했다. 그러나 이제 남은 평생을 비좁은 동물원과 철창에 갇혀 지내다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무엇이 더 비극적인지 가늠하기는 어렵다. 더욱 씁쓸한 것은 늑구의 불행을 구경거리 삼아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챙기려는 이들의 발 빠른 움직임이다. 그중에서도 대전시가 가장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친윤석열 극우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이장우 대전시장은 늑구가 다시 철창 안에 무기력하게 갇혀 있는 사진을 자신의 SNS에 성과를 과시하듯 올렸다. 늑구가 탈출했던 대전 오월드는 이미 8년 전에도 퓨마 뽀롱이 가 열린 문 사이로 나갔다가 불과 4시간 만에 사살당한 뼈아픈 기억이 있는 곳이다. 이곳은 러시아에서 들여온 늑대를 한국 늑대 복원 이라고 포장해 번식시키고, 귀여운 아기 늑대 라며 광고했고, 새로 태어난 생명들은 다른 동물원들로 분양 됐다. 이장우 시장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수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 대규모 놀이시설과 사파리를 추가 건설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러한 행태는 비단 오월드만의 문제는 아니다. 도심 곳곳으로 번져 가던 수많은 실내 동물원, 체험 동물원, 야생동물 카페들도 대부분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동물들은 구경거리 혹은 SNS에 올릴 사진거리 로 소비된다.   늑구 관련 기사 화면 갈무리 많은 부모가 아이들이 좋아한다 는 핑계를 대며 아이들의 손을 잡고 동물원을 찾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생명에 대한 경외감과는 거리가 먼 것일 수 있다. 갇혀 있는 동물을 구경하는 것은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 이며, 인간은 다른 생명을 가두고 관찰할 권리가 있다는 잘못된 선입견이라는 말이다. 사실 동물원의 역사는 그 태생부터 폭력적이었다. 동물원은 제국주의 시대, 서구 열강이 정복한 땅에서 잡아온 희귀 동물(심지어 원주민까지도)을 정복의 전리품으로 전시하고 국력을 과시하던 전통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전시나 과시의 대상이 되는 생명체의 의사나 요구는 구조적으로 무시될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에도 대부분의 동물원은 예산과 인력의 한계를 이유로 2인 1조 근무가 잘 지켜지지 않고 소수의 사육사가 수십 종의 동물을 돌봐야 하는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 동물원의 동물이 개인 가정의 반려동물보다도 더 못한 돌봄을 받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 동물원 내부에서도 동물들 간에 차별이 존재한다. 관람객에게 인기가 많은 희귀하고 귀여운 동물들은 상대적으로 나은 관심과 관리 를 받는다. 그러나 대중의 눈에 띄지 않는 사육장 뒤편에는 전시에 부적합해졌다는 이유로 방치된 동물들이 존재한다. 늙거나 병들어서, 혹은 너무 공격적이어서 구경거리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동물들은 근근이 생명을 연장하며 잊혀 가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감금된 생명체들은 예외 없이 심각한 정신적 외상을 입는다. 머리카락을 쥐어뜯거나, 딱지를 긁고 할퀴거나, 몸을 흔들고 스스로를 깨무는 등 자신을 자극하는 반복적 행위들 ··· 이런 행위들은 감금되어 있는 동물들에게 너무나 흔하고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증세로, 진단명도 있다. 주코시스(Zoochosis) 라 불리는, 어딘가에 감금되어 생겨난 정신병이다. (수나우라 테일러, )    17일 오전 대전 중구 사정동 대전 오월드에서 수의사 등 오월드 관계자들이 마취총을 맞은 늑대, 늑구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늑구는 지난 8일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한 뒤 열흘만에 생포됐다. 2026.4.17 [대전시 제공] 연합뉴스 주코시스는 좁은 공간에 갇힌 동물이 극도의 스트레스와 단조로움을 견디지 못해 나타내는 정형행동이다. 우리가 동물원에서 흔히 보는, 우리 안을 반복적으로 왔다 갔다 하거나 의미 없이 머리를 흔드는 모습은 동물들의 살려달라는 소리 없는 비명이다. 대중에게 전시되어 수익을 내는 도구로 전락한 동물들은, 그렇게 평생을 철창 속에서 살다가 생을 마감한다. 누군가는 그래도 인간이 아니라 동물이니까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고, 동물은 인간보다 열등하니까 그런 처우는 불가피하다고 되물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어떤 생명체가 다른 생명체보다 더 가치 있거나 열등하다는 비교가 과연 윤리적으로 타당한가? 세계적인 법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은 이 질문에 대해 다르게 생각할 것을 제안한다. 어떤 것이 더 나은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모차르트와 바그너 중에 누구를 선호해야 하는지 묻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 우리가 다른 동물들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오만하고, 건방지고, 근거가 없으며, 지독하게 이기적인 처사다. ··· 삶의 형태는 각기 다르다. 하지만 각각은 그 유형의 존재에게 옳은 것이다. (마사 누스바움, ) 인간이 정해 놓은 기준으로 생명의 등급을 매기는 것은 인간 중심적인 폭력이다. 늑대에게는 늑대의 삶이, 돌고래에게는 돌고래의 삶이 그 자체로 온전하고 옳은 것이다. 늑구가 열린 문 사이로 걸어 나온 것은 어쩌면 그 나름의 가장 강력한 의사 표현이었을지 모른다. 동물들은 인간과 같은 언어가 없을 뿐,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온몸으로 드러낸다. 배고프면 음식을 찾고, 아프면 비명을 지르며, 위협을 느끼면 도망친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늑구는 그저 본능에 충실했을 뿐이다. 밖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답답한 좁은 철창 안보다는 자유로운 들판이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만약 우리가 평생을 집에 갇혀 지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우리 역시 문이 열리는 찰나를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생태학자인 최재천 교수는 서울동물원의 돌고래 제돌이 를 야생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운동을 전개하며 시민들에게 이렇게 호소한 바 있다. 당신이 만일 돌고래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야생으로 돌아가면 위험할 수 있음을 알고도 나갈 것인가? 아니면 그게 두려워 평생 이 감옥 같은 수조 안에서 살 것인가? 나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갈 것이다. 나가서 단 하루를 살더라도. 철창 속의 안전함 보다는 단 하루라도 불안한 자유 가 더 가치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에서 동물원의 역사는 100년을 훌쩍 넘었지만, 동물원에 대한 구체적인 법안은 2016년에야 처음 만들어졌고, 초기 법안에서조차 동물은 생명이 아닌 시설의 일부 로 취급되었다. 동물의 복지와 권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인간의 찰나적인 즐거움을 위한 기형적인 구조를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생동물 보호 활동가이자 보전주의자인 데미안 아스피날(Damian Aspinall)은 동물원이 내세우는 보전, 교육, 연구 라는 명분은 허구적이라고 지적한다. 이것들은 동물원이 당신에게 믿게 만들고 싶은 것일 뿐이다. 현실은 전혀 다르다. ··· 동물원은 동물의 복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 중심적인 관람객의 경험을 위해 지어진다.   물론 당장 전국의 모든 동물원을 폐쇄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최소한 더 이상 새로운 동물을 가두지 않고, 현재 갇혀 있는 동물들의 고통을 최소화하며, 그들에게 더 나은 안식처를 마련해 주는 길을 찾아야 한다. 늑구의 탈출 과 귀환 은 우리에게 이러한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는 숙제를 남겼다. 동물을 가두고 구경하며 즐거워하는 시대는 더 늦기 전에 막을 내려야 한다. 곰보금자리 프로젝트 의 최태규 대표는 우리 시대의 이러한 과제를 이렇게 요약한다. 나는 윤리적 정당성과 오락거리로서의 효용을 잃은 동물원이라는 공간은 적어도 이번 세기 안에 사라질 거라 예상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고민할 것은 더 이상 동물원 동물이 늘지 않도록 하는 동물원 정책과 지금 동물원에 갇혀 있는 동물들을 윤리적으로 다룰 구체적인 방안이다.


최근 3주간 링크를 확인한 사용자 수

검색 키워드


주소 : (12096) 경기도 남양주시 순화궁로 418 현대그리너리캠퍼스 B-02-19호
전화: +82-70-8692-0392
Email: help@treeple.net

© 2016~2026. TreepleN Co.,Ltd. All Right Reserved. / System Updated

회사소개 / 서비스소개 / 문의하기 /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