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주, 장정민의 지속가능경영 스토리】2025년, ESG 담당자가 고려해야 할 것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ESG 실무자가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
어느덧 2024년의 마지막 달이 됐다. 올해는 ESG와 관련해 다양한 변화가 있었는데, 그중 지난 11월 5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공화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한 일이 가장 큰 사건 중 하나다. 트럼프의 공약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 정책 아래 석유 등 화석 에너지를 확대하고 그린 뉴딜 정책을 폐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탈탄소 정책은 유럽의 외로운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이며, 미국과 중국 간 경쟁 속에서 소외될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런 환경 속에서도 기업들의 핵심 이슈가 된 ESG 경영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속도는 다소 느려질 수 있다. 2025년 ESG 경영 환경은 점차 복잡해지고 다층화될 전망이다. 기업들은 규제 변화에 대응하는 것부터 공급망 전반의 리스크를 관리하고, 이해관계자와의 소통까지 ESG 경영을 전사적으로 내재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연말연시를 맞이하여 필자들이 생각하는, ESG 실무 담당자들이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사항들을 사례와 함께 간략히 정리했다.
규제 및 법규 변화에 대한 민첩한 대응
내년에는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가 ESG 관련 규제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연합(EU)은 2024년 말까지 CSRD(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와 EU 택소노미(Taxonomy)를 확대 적용할 계획을 내놓았다.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부터 공급망 관리까지 보다 세밀한 데이터 보고 체계를 갖춰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PwC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CSRD에 따라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가 있는 EU 기업 중 조사에 응답한 응답자 90% 이상은 자사가 CSRD에 따른 지속가능성 보고서 제출 준비를 이행하는 데 확신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실제로 독일 지멘스(Siemens)는 CSRD에 대응하기 위해 2024년 자체 ESG 데이터 플랫폼을 도입해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공고히 했다.
공급망 전반의 ESG 리스크 평가
공급망 내 ESG 리스크는 기업의 평판과 성과에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단순한 협력사 감사 활동을 넘어, 장기적 동반 성장을 위한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파타고니아(Patagonia)는 2000년대 중반부터 거래를 시작하기에 앞서 협력업체의 공장을 미리 검사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바 있다. ‘4대 영역 평가법’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협력사와 계약하기 전에 소싱, 퀄리티, 사회 기준, 환경 기준의 총 4개 영역을 충족하는지 검사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파타고니아의 제품과 소재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사회적으로 협력사와 상생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기술과 데이터의 활용 강화
데이터 기반 ESG 경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월마트(Walmart)는 블록체인 기술로 식품 공급망을 추적해 불량 제품의 신속한 리콜과 공급망 추적 및 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IBM 푸드 트러스트(Food Trust)와 협력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투명성을 크게 개선한 사례로 볼 수 있다.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다양한 신기술을 적극 도입해 ESG 데이터를 투명하고 신뢰성 있게 관리하는 체계를 갖추면, 투자자와 이해관계자들에게 기업의 진정성을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천포럼 2024’ 마무리 세션에서 AI시대 비전을 밝힌 최태원 회장/SK그룹
새로운 ESG 트렌드와 이슈 탐색
매년 새로운 ESG 트렌드가 부각되는 가운데, ESG 담당자는 최신 ESG 동향을 파악하고,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은 물론 기업 전략에 신속히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에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기후 변화로 인한 물 부족 문제 및 생물다양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네슬레와 케링의 사례를 확인해 볼 수 있다.
네슬레는 물 사용량 감축 노력을 넘어, 공장 운영에 필요한 담수 사용을 완전히 없애는 '제로 워터 팩토리(Zero Water Factory)'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물 부족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지속 가능한 생산 방식을 구축하기 위한 네슬레의 중요한 전략 중 하나이다. 제로 워터 팩토리는 공장 운영에 필요한 물을 외부의 담수 자원에서 끌어오는 대신, 공정에서 발생하는 물을 재활용하거나, 제품 자체에 포함된 물을 추출하여 사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를 통해 지역의 담수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완전히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케링(Kering) 구찌, 보테가 베네타, 생 로랑, 발렌시아가, 알렉산더 맥퀸, 부쉐론, 린드버그 등의 럭셔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럭셔리 패션 그룹)은 패션·럭셔리 산업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생물다양성과 자연자본을 주도적으로 관리·보호하는 대표 기업 중 하나이다. 케링은 EP&L(환경손익계산서)로 환경·사회적 영향을 수치화해 내부 의사결정과 공시 체계에 반영하고, 자연을 위한 재생 기금(Regenerative Fund for Nature) 등을 통해 재생농업·목축·산림 복원 프로젝트에 투자함으로써, 2025년 생물다양성 순긍정 기여(Net Positive Biodiversity)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기업 가치제고와 브랜드 이미지를 넘어, 기후위기·생태계 위기에 대응하는 필수 전략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케링의 사례는 패션·럭셔리 업계 전체의 표준으로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지속 가능한 자원 활용 최적화
원재료와 자원 사용의 지속 가능성은 ESG 목표 달성의 핵심 축이다. 애플(Apple)은 2024년 재활용 알루미늄 사용 비율을 70%까지 높여 연간 약 100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달성했다고 보고한다. 이처럼 재활용 자원을 적극 활용하면 비용 절감과 탄소 배출 저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공급망 내 자원 흐름을 면밀히 분석하고, 재활용·업사이클링 프로세스를 구축해 비용과 환경 부하를 동시에 줄이는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ESG 투자와 금융 솔루션의 혁신
금융권에서는 ESG 우수 기업에 대한 투자와 금융 지원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SK그룹에서는 지속적으로 ESG 채권을 발행해 오고 있으며 국내외 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유럽 에넬(Enel)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낮추는 등의 지속 가능성 성과를 연계한 대출 상품을 제공받아 금리 인하 혜택을 얻은 바 있다.
민간 금융사를 대상으로 한 정부의 상생금융 강조기조로 금융권에서의 ESG 채권 발행 규모 역시 성장하고 있다. ESG 채권, 지속 가능성 연계 대출 등 다양한 금융 도구를 적극 활용하면, 사업 확대와 재정적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5년간 저탄소 솔루션 부문 상장사와 비상장사 기업 가치 증가 추이/MSCI
순환 경제를 통한 비즈니스 모델 재정립
기후 변화와 자원 고갈 문제 해결을 위해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이케아(IKEA)는 전 직원과 고객이 함께 자원 낭비를 줄이고 순환 경제를 강화할 수 있도록 바이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케아는 이 서비스를 통해 중고가구를 직접 매입하여 제품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자원순환을 실천하고 있다. H&M은 헌 옷을 재활용 섬유로 전환해 신규 제품에 활용하는 등, 공급망 내 폐기물 발생을 대폭 줄이는 데 힘쓰고 있다. 기존의 ‘일회성 생산-소비-폐기’ 구조를 넘어, 재사용·재활용과 같은 순환 경제 모델을 적극 도입하고 이를 통해 신규 매출 창출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 요구된다.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사회 공헌 활동
12월은 사회적 행사가 유독 많은 달이다. 날씨가 추워지고 연말이 다가오면서, 소외된 계층을 돕거나 지역사회를 지원하기 위한 기업들의 기부와 봉사 활동이 활발해진다. 이러한 활동들은 지속가능보고서에 “우리는 이런 사회적 활동을 했다”는 식으로 기록되곤 하지만, 활동의 디테일이 부족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일부 기업은 취약 계층을 돕기 위해 매년 연탄 기부 행사를 진행한다. 사회적으로는 훌륭해 보이지만, 연탄이 환경적으로 유해 물질을 배출하고 재활용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ESG의 환경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 다른 기업들은 매년 특정 NGO에 기부를 지속한다. 기부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기부금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 취지와 부합하는지는 점검이 필요하다.
직접적인 사회 활동만큼 중요한 것이 간접적인 사회 활동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일이다. 다양한 기업 사례를 살펴보면, 사회 활동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은 임직원들에게 지속적인 사회 활동 참여를 독려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참여율이 점차 낮아져 대안을 모색하게 됐다. 그리고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해 나무를 심는 간접적인 활동을 도입했다.
결국 필요한 것은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과 CSR 활동을 밀접하게 연결해,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카카오의 ‘같이가치’, 네이버의 ‘해피빈’과 같이 자사의 플랫폼이나 서비스를 통해 소셜 임팩트 모금을 연결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플랫폼 기업’이라는 강점을 활용해, 누구나 쉽게 기부와 봉사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프로젝트 성공 사례를 통해 모금이나 기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고 사회적 가치를 확산시키고 있다.
기업의 핵심 역량을 적극 활용해 사회문제 해결과 연계하는 것은 단순한 기부를 넘어, 지속가능한 사회공헌 모델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기업 본연의 비즈니스 역량을 사회적 과제 해결에 접목했고, 이를 통해 장기적인 임팩트와 브랜드 신뢰도 제고라는 긍정적 결과를 얻고 있다.
2025년, ESG 경영이 곧 미래 경쟁력
다가올 2025년은 ESG 경영이 한층 더 정교해지고 복잡해지는 동시에, 새로운 기회가 창출되는 시점이 될 것이다. ESG 담당자들은 각종 규제와 이슈를 숙지하고, 공급망 관리·기술 활용·기업 문화 내재화·이해관계자 소통·트렌드 탐색 등의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통해 ESG 경영의 진정성과 실질적인 성과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으며, 기업과 사회가 함께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는 초석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 김형주 엠케이전자(주) 팀장은
김형주 팀장은 2006년 보광그룹에 입사하여, 현재 엠케이전자(주)에서 IR, M&A, ESG를 담당하는 미래전략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엠케이전자는2020년 ESG 선포를 했으며, 2022년 환경부 스마트 생태공장 구축 사업 운영, 업계 최초 POST 100% 재생제품 UL인증을 취득했으며, 현재 LCA One cycle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고 있는 반도체 소재 기업이다. 실무형 관리자로서 바쁜 와중에도 업무 관련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한양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ESG Track MBA 과정을 마쳤으며, ISO37301인증심사원 활동도 하고 있다.
☞ 장정민 매니저는
장정민 매니저는 2008년 동아제약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이크레더블과 금호석유화학을 거쳐 현재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이크레더블에서 공급망 ESG 평가 사업을 준비하며 지속가능경영과 ESG라는 영역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금호석유화학 ESG경영관리팀에 입사해 본격적으로 ESG 관련 업무를 시작했으며 현재 지속가능경영 관련 컨설팅 업무를 하고 있다. 실무자로서 바쁜 와중에도 업무와 관련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한양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ESG Track MBA 과정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