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강 공사도 설계 싸움…자재 70% 줄여 탄소 80% 낮췄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설계 방식 혁신을 통해 보강 공사 과정의 자재 낭비를 줄이면서 탄소 배출을 크게 낮춘 사례가 나왔다.
트리플펀딧은 8일(현지시각) 지반공학 스타트업 지오스트럭서(GeoStruXer)가 사우디아라비아 자잔 지역의 곡물 창고 기초 보강 프로젝트에서 위성·인공지능(AI)·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자재 사용을 기존 설계 대비 70% 줄이고 잠재 탄소배출을 80% 낮췄다고 보도했다.
지반 변형 170mm…과설계 대신 ‘실제 변형’부터 분석
보강 대상은 사우디아라비아 남서부 홍해 연안 항구도시 자잔(Jazan)에 위치한 1만2000제곱미터 규모의 곡물 창고다. 이 지역은 지진과 홍수, 불안정한 토양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곳으로, 건축 구조물의 장기 안정성이 취약한 지역으로 꼽힌다. 건설 이후 수년이 지나면서 창고 하부 지반이 불안정해졌고, 지반 변형은 최대 170밀리미터까지 확대됐다.
초기 검토에 참여한 여러 엔지니어링 회사는 문제 해결을 위해 소형 말뚝인 마이크로파일 2700개를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오스트럭서는 단일 시점의 변형 수치만으로 보강 규모를 산정하는 방식이 과도한 설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변형이 어디에서, 어떤 속도로 누적됐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합리적인 보강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지오스트럭서는 구조물이 건설 이후 어떻게 변형돼 왔는지를 시간대별로 복원하는 데 집중했다. 이를 위해 유럽우주국의 센티넬-1(Sentinel-1) 위성과 인샤(InSAR) 기술을 활용해 2014년 이후 지반과 건물의 변형 데이터를 확보했다. 인샤는 서로 다른 시점에 촬영된 레이더 데이터를 비교해 지반 이동을 밀리미터 단위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다.
위성 기반 변형 데이터를 토대로 구축한 지반 모델의 응답 특성을 설계 기준과 비교한 분석 결과. 지오스트럭서는 이런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소 자재로 기존 구조물을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 이미지 출처 Geostruxer 홈페이지
위성·AI 결합해 마이크로파일 2700개를 800개로 축소
지오스트럭서는 확보한 위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벤틀리 시스템즈의 지반 해석 소프트웨어 플랙시스(Plaxis)를 활용해 실제 변형과 일치하는 지반 모델을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AI가 반복 연산을 수행하며 관측 데이터와 가장 잘 맞는 모델을 도출했다고 트리플펀딧은 전했다. 이후 해당 모델을 구조 해석에 적용한 결과, 필요한 마이크로파일 수는 기존 설계안의 2700개에서 800개로 줄었다.
지오스트럭서 측은 정확한 변형 모델을 기반으로 설계를 진행하면서 자재 투입과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자재에 내재된 이산화탄소 배출도 크게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확보한 모델을 활용해 향후 10년간의 지반 거동을 예측하고, 구조물의 잔존 수명을 고려한 보강 설계도 가능했다고 밝혔다.
이 사례는 신규 건설이 아닌 기존 인프라 보강 단계에서도 설계 가정의 정확도를 높이면 자재 사용과 비용, 탄소 배출을 동시에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트리플펀딧은 평가했다. 다만 지반이 안정적인 지역에서는 이 같은 접근이 과도할 수 있으며, 지반 조건이 불안정한 지역에서 효과가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오스트럭서는 이번 프로젝트로 벤틀리 시스템즈가 주최한 ‘2025 인프라스트럭처 어워즈’에서 신설된 지속가능성 부문 최고 점수를 받았으며, 트리플펀딧은 이 사례가 기후 리스크가 큰 지역에서 기존 인프라를 유지·보강하는 하나의 설계 방향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