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소득, 보유세로 환수해야 부동산 정상화 가속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의 아파트 가격이 하락 전환한 것으로 나타난 지난달 26일 서울 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시내 곳곳에 아파트 단지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같은 날 한국부동산원 발표에 따르면 상급지로 꼽히는 강남구(-0.06%)와 송파구(-0.03%), 서초구(-0.02%), 용산구(-0.01%)가 가격을 낮춘 급매물 등의 영향으로 일제히 하락 전환했다. 정부는 다주택자 규제를 중심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를 연일 내보이고 있다. 2026.2.26 연합뉴스
서울의 집값이 급등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예정대로 5월 9일에 종료하기로 확정하는 등 정면 대응하고 있다. 지난 몇 주 동안 이 대통령은 사회관계망(SNS)에 이런 글을 올려왔다. 수많은 정상화 과제 중 으뜸은 부동산 투기 청산” 비정상의 정상화. 부동산 정상화는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표 계산 없이 국민만 믿고 비난을 감수하면 될 일” 버티는 이익이 버티는 비용보다 크게 해서는 안 된다”
평생 ‘부동산 정상화’를 연구해온 필자는 이 대통령의 결기에 박수를 보낸다. 정책이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심정으로 의견을 보태려고 한다.
비정상의 정상화
교과서에 나오는 정상적인 시장에서는 투기가 없다. 거래가격에 현재와 미래의 이익과 비용이 다 반영되어 투기 이익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정상적인 시장에서는 주택을 매입하든 임차하든 경제적 손익에 차이가 없다. 1주택을 소유할지 다주택을 소유할지, 자기 집에 직접 살지 세를 놓을지는 경제적 손익이 아니라 자신의 사정에 따라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 현실에서는 주택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 2021년부터 매년 조사하는 ‘부동산 인식 조사’에 의하면, 주택 소유를 원하는 비율이 85~89%에 이른다. 현실의 부동산 시장이 비정상이라는 증거다. 인간의 정보 능력은 불완전하고, 미래 정보에 대해서는 더 심하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정상적인 시장과는 다르게 부동산 불로소득이 발생하고 투기가 일어난다. 그런데도, 투기가 불붙기 시작한 1960년대 이래 수십 년 동안 ‘부동산 정상화’를 제대로 이루지 못한 탓에 모든 국민이 잠재적 부동산 투기꾼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이제는 정상적인 시장처럼 부동산 불로소득이 생기지 않도록 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자유시장경제를 옹호하는 ‘진정한’ 시장주의자라면 당연히 이런 정책을 환영할 것이다. 하지만 수상한 시장주의자가 적지 않다.
한 예로,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올랐다가 낙마하면서 더 많이 알려진 이혜훈 전 의원을 들어보자. 2017년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자 문재인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강남의 노른자위 서초구갑 3선 의원이었던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면서 투기 수요라고 억누르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경제학 박사이기도 한 이혜훈 씨가 왜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하지 말라고 하는 걸까? 19세기 영국의 역사학자 토머스 머콜리(Thomas B. Macaulay, 1800~1859)의 명언을 소개한다. 중력의 법칙을 부정함으로써 큰 이익을 얻게 된다면 이 명백한 물리적 사실에 대해서도 반대자가 없지 않을 것이다.”
버티는 이익, 버티는 비용
그럼 어떤 대책이 정답일까? 주택의 총량이 부족하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는, 주택의 품질을 높이거나 취약 계층을 위한 맞춤형 대책이 아니라면, 공급 확대는 과녁을 빗나간 대책이다. 대출 규제는 필요한 대출까지도 옥죄는 부작용이 있다. 소유 주택 수나 실거주 여부에 따라 차등을 두는 것도 가족의 특수 사정을 무시할 수 있어서 역시 조심해야 한다. 토지거래허가제 등 시장 작용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는 정답에서 거리가 더 멀다.
정상적인 시장처럼 모든 부동산에서 불로소득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정책이 정답이다. 그렇게 하면 시장에는 실수요만 남게 된다. 흔히 거론되는 양도소득세는 설령 세율이 100%라고 하더라도 불로소득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한다. 또 1주택자가 양도소득세를 내고 나면 같은 수준의 다른 주택을 매입할 수 없고, 그렇다고 1주택자에 면세를 해주면 ‘똘똘한 한 채’ 문제가 불거진다. 게다가 부동산 매물을 줄이는 부작용까지 있으므로 집값 안정에 오히려 방해될 수 있다.
그래서 불로소득 환수는 보유세로 해야 한다. 보유세 중에서도 매입가격에 대한 이자를 초과하는 임대가치(지대)를 매년 징수하는 세금인 ‘지대이자차액세’가 가장 좋은 대안이다. 이렇게 하면 소유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매입가격에 대한 이자뿐이므로, 같은 금액으로 부동산을 매입하든 금융기관에 저축하든 손익이 같다. 버티는 이익이 버티는 비용”보다 커질 수 없고, 그래서 부동산 투기가 아예 존재하지 않게 된다. (‘지대이자차액세’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은 글 끝의 에 있다.)
지대이자차액세는 비정상적인 현실시장을 정상적인 시장처럼 기능하게 만들어준다.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이 훼손되지 않는다는 보장만 있으면 도입 즉시 부동산 투기가 사라진다. 더구나 에서 보듯이 지대이자차액세는 부동산 매매가격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므로, 경제에 충격을 주지도 않고 재산권 침해라는 위헌 시비도 생기지 않는다.
‘보유세 공포증’ 해소법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표 계산 없이 국민만 믿고 비난을 감수”한다고 했는데, 부동산과 유착된 정치인과 언론이 퍼트린 ‘보유세 공포증’을 의식하는 듯하다. 그러나 보유세 강화가 대다수 국민에게 이익으로 돌아가도록 제도를 설계하면 ‘보유세 공포증’은 사라진다.
예를 들면, 보유세 세수가 늘어나는 만큼 부가가치세 등 다른 세금을 감면하여 국민이 조세 부담 감소와 물가 인하를 체감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있다. 또 늘어나는 보유세를 재원으로 하여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도 좋다. 2022년 20대 대선 때 이재명 후보가 내걸었던 국토보유세 공약이 바로 이 방안이다. 이 공약에 의하면 내는 보유세액보다 받는 기본소득 금액이 더 많은 국민이 90% 정도 된다. 세금을 납부할 현금이 부족한 부동산 소유자에 한해서는 과세는 하되 부동산을 처분할 때 이자를 붙여 납부할 수 있게 해주면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대이자차액세로 비정상의 정상화”를 꼭 이루어 내기 바란다. 시장친화적이고 안전한 정책인 데다, 내는 세금보다 더 큰 이익을 얻는 국민이 대다수가 되도록 설계하면 오히려 국민의 지지가 더 오르는 망외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부동산 투기로 인한 심각한 불평등을 해소한 지도자로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다.
지대이자차액세
‘지대이자차액세’는 보유세 방식으로 부동산 불로소득을 완전하고 안전하게 차단하는 세금이다. 부동산 불로소득은 부동산 소유자가 단지 부동산을 소유한다는 이유만으로 얻는 순이익, 즉 이익에서 비용을 뺀 금액이다.
부동산 소유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에는 두 가지가 있다. 매매를 통해서 매매차액을 얻고 보유하는 동안 임대소득을 얻는다. 타인에게 임대하여 임대료를 받는 경우가 아니라 자신이 사용하는 경우에도 임대가치만큼 이익을 누린다. 이런 이익에서 부동산 소유자가 부담하는 비용을 뺀 나머지가 부동산 불로소득이다. 다음과 같은 식으로 표시할 수 있다.
불로소득 = 매매차액 + 임대가치 – 소유 비용
소유 비용에는 매입가격에 대한 이자 외에 세금, 관리비 등의 유지비용이 포함되지만, 논의의 단순화를 위해 소유 비용은 이자뿐이라고 가정하자. 부동산을 자기 돈으로 매입한 경우에도 이자는 기회비용으로서 역시 비용이 된다. 임대가치를 ‘지대’라는 용어로 바꾸면 위의 식은 다음과 같아진다.
불로소득 = 매매차액 + 지대 – 이자
= 매매차액 + 지대이자 차액
부동산 임대가치를 토지의 임대가치를 의미하는 ‘지대’라고 표현한 이유는 부동산 중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가 떨어지므로 불로소득은 토지에서만 생기기 때문이다. 다만, 도입 초기에 실무적으로 토지와 건물을 분리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당분간 부동산 전체를 대상으로 해도 큰 문제는 없다.
위의 식에서 보듯이 매매차액을 거래세로 징수하고 지대이자차액을 보유세로 징수하면 부동산 불로소득은 0이 된다. 그런데 지대이자차액만 징수해도 충분하다. 지대이자차액을 징수하면 매매가격이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어 매매차액이 거의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매매가격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매입가격을 부동산등기부에 등록하고, 등록가격에 대한 이자를 초과하는 지대를 보유세로 징수한다고 해보자. 세금을 내고 나면 부동산 소유자에게는 등록가격에 대한 이자만 남는다. 따라서 부동산 매매가치는 그 이자에 상응하는 원금인 등록가격이 된다. 이자만 보장되는 저축 계좌의 매매가치를 평가한다면 당연히 그 이자에 상응하는 원금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만, 부동산이 시장에서 거래된다면 거래 시점에 따라 거래액이 약간 다를 수 있다. 지대이자차액세 납세 기준일 직후에 거래가 이루어진다면 다음 납세 기준일까지의 세금을 매도인이 부담하므로 매수인은 등록가격보다 조금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을 것이다.
반면, 납세 기준일 직전에 거래된다면 세금이 매수인에게 부과되므로 매수인은 등록가격보다 조금 낮은 가격을 지불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등락 폭이 등록가격에 비해 그리 크지 않으므로, 이런 경우에도 매매가격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지대이자차액세에 대한 더 상세한 설명은 아래 책을 참고하기 바란다. 이 책에서는 지대이자차액세를 ‘국토보유세’라고 부른다. 김윤상, 『지공주의: 새로운 토지 패러다임』 경북대학교출판부, 2009: 213~227면, 321~34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