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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토피아] ㉗이슈를 덮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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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님은 영원하라!” 영원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두 편으로 나뉘어 격렬한 대립구도가 생성되자 관망하고 있던 은빛연어가 단상으로 나왔다. 그간 장 주필이 없어 [장수일보]가 무기한 휴간에 들어갔던 만큼 그는 봇물 터지듯 말을 쏟아냈다. CEO의 역할이 AI대왕을 만드는 겁니까? 대체 누가 그런 권한을 주었습니까? 또한 대왕오징어님의 죽음을 왜 알리지 않았습니까? 언제까지 은폐하려 했는지 모르겠지만 죽은 자를 조종하여 해역을 이끌어나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는 부부라는 명분하에 저지른 명백한 권력 남용입니다.” 하지만 물살이들이 AI대왕을 원하고 있잖아요!” 백합조개는 몸부림치듯 발악했다. 보고 있던 개복치 의원이 나섰다. 자, 그럼 투표를 통해 AI대왕을 추대할지, 다른 후보를 뽑을지 결정합시다. 마침 선거가 다가오고 있어요.” 이건 또 무슨 막말입니까? 왜 AI대왕에게 후보 자격을 부여합니까?” 왜, 죽은 물살이한테 질까봐 쫄려요?” 백합조개가 은빛연어에게 쏘아 붙였다. 하지만 은빛연어도 가만있지 않았다. 유권자 물살이를 농락한 죗값을 치러도 모자랄 판에 AI대왕을 내세워 대선에 나온다니. 이게 가당키나 합니까?” 쫄리면 철수하든지.” 두 물살이의 기운이 팽팽하게 흐르는 가운데 개복치 의원이 중재했다. 오늘 저의 충격 담화로 인해 많이 놀라셨을 겁니다. 다들 서식처로 돌아가셔서 애도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십시오. 또한 현행법상 난파궁엔 아무나 드나들 수 없으므로 대왕님의 시체 처리 문제는 대선 이후 논의토록 하겠습니다.” 아 글쎄 죽은 게 아니라니까! 여러분. 서식처 가서 신나게 지느러미 흔들고 즐기세요. 대왕님의 영생을 마음껏 기뻐하라구요.” 개복치 의원은 조금도 지지 않으려는 백합조개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출마하는 건 자윤데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해라.” 뭐? 내 당... 아니 대왕님 당을 탈당하는 게 말이 돼?” 난파궁 뚜껑 지금 확 재껴버려?” 개복치 의원은 당장이라도 난파궁으로 갈 것처럼 방향을 틀었다. 백합조개는 눈을 부라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공방] 개복치 후보는 언제나 호감 형이야.” 그에 비해 은빛연어 후보는 늘 날이 서 있지.” 은빛색깔 보기만 해도 차가워 보여.” 대선을 앞둔 공개대담 자리였다. 개복치 후보는 자신에 대한 예찬을 슬렁슬렁 주워 담으며 첫 운을 뗐다. 물살이 여러분, 요즘 참 먹고 살기 힘들지요. 대왕오징어의 ‘적당히 경제정책’은 완벽히 실패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추락하는 경제보다 더 무서운 게 있으니 뭔 줄 아십니까? 바로 전쟁입니다. 은빛연어 후보가 왕좌에 오르면 이 해역엔 담수가 와장창 섞여 들 겁니다. 이 해역을 잡탕도가니로 만들고 싶습니까? 민물이 이 해역을 침범한다 생각해보십시오. 민물이 얼마나 더러운진 잘 알지 않습니까? 오죽하면 인간들도 기생충의 우려 때문에 민물살이를 안 먹겠습니까. 반면 우리가 사는 이 해역은 얼마나 깨끗합니까? 한 예로 태아를 감싸고 있는 인간 암컷의 양수 염도가 바닷물과 같은 3%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옆에 있던 은빛연어 후보가 지느러미를 들어 발언권을 요청했다. 개복치 후보는 해볼 테면 해보란 듯 고갯짓을 해보였다. 개복치 후보는 예전 대선 때 포유류를 표적 삼으시더니 이번엔 민물을 주적으로 삼으셨습니까? 대체 민물과 바닷물이 싸움을 왜 합니까? 이 해역을 이루는 물은 민물에서 들어왔단 걸 모르십니까? 작은 시냇물이 강으로 흐르고 그 강이 바다로 흘러가는 순리를 왜 부정합니까? 다르다 해서 적대할 게 아니라 상생해야 합니다. 혹시 압니까? 천재지변으로 인해 우리의 서식환경이 하루아침에 민물로 바뀔지. 그에 대비해서라도 서로 지느러미 맞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뭍에 사는 인간에 대해선 신중하게 대처해야 하지만 물살이들끼린 화합해야 합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개복치 후보가 반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여러분, 화합했다간 우리 해역의 정체성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질 겁니다. 민물교가 들어오면 용왕교가 수장될지도 모릅니다.” 은빛 연어 후보는 참을 수 없단 듯 반박했다. 갑자기 용왕교는 왜 끌어들이십니까? 용왕교 들먹여 정권 잡은 대왕오징어처럼 그 수순 따라하시는 겁니까? 또한 물살이들은 교리를 스스로 선택할 자유가 있습니다.” 지금 후보께선 용왕교를 이탈하라고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는 용왕님에 대한 모독입니다.” 민물 이단은 물러가라!” 개복치 후보를 극단적으로 응원하는 물살이가 ‘이단’을 언급하자 등딱지가 까만 블랙아이 크랩이 옆으로 기어 나왔다. 은빛연어 후보가 왜 이단인가요? 어째서 다른 교를 믿으면 이단이 되는 거죠?” 금기를 깨는 발언에 좌중의 술렁거림은 더욱 심해졌다. 누군가 포효하듯 외쳤다. 용왕교 아닌 다른 교를 믿는 건 천지가 개벽해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 말에 블랙아이 크랩은 집게발을 좌우로 저었다. 여기 사는 동안 가스라이팅을 심하게 당하셨네요. 이 해역만 벗어나면 용왕교라는 게 있는지도 모르는 물살이들이 수두룩해요. 전 반수생이라 여러 해역을 돌아다녀서 알아요. 다른 해역엔 다른 교가 있어요. 세상에 그런 교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그러니 제발 보이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타 물살이의 교리도 존중해주시구요.” 존중 같은 소리하고 있네. 이 해역에선 오직 용왕교만 믿어야 해!” 그런 법이 어딨어요? 다른 교가 전파되어 오면 받아들이는 건 자유 아닌가요?” 물과 뭍을 오가는 네 놈 존재 자체가 불순분자고 이단이야.” 해역을 혼란케 한 네 놈을 용왕님이 반드시 심판하실 거다.” 여기저기서 야유가 쏟아졌지만 블랙아이 크랩은 위축되지 않았다. 다르다는 걸 존중하는 게 그렇게 힘들어요? 그래서 흰 수염고래님이 책을 읽으라고 하셨던 거예요. 책 속엔 나와 전혀 다른 곳에서 나고 자란 이들의 이야기가 있거든요. 꼭 거길 가지 않아도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해볼 수 있는 아량이 생기지요. 그런데 이제 읽을거리라곤 보도 깜도 안 되는 선동 글뿐이니 원.” * -왜 이렇게 온라인에서 싸움박질만 해댐? -같은 현상을 두고도 매체마다 온도 차가 너무 심함. -다들 자기 말이 맞다며 절대 승복 안 함. -그러게. 졌는데도 이겼다고 정신 승리하는 꼴이란. -갈수록 편파적인 놀이터만 늘어나고 있음. -‘망’을 이용하면서 어느 순간 우리 모두 악마가 된 듯. -우리 속 악마 본성을 ‘망’이 일깨워 준 건 아니고? -어찌됐든 ‘망’ 없이 못 삼. 솔직히 하루라도 접속 안 하는 물살이 있음? 우린 이미 ‘망’의 노예임. -인간계의 제국주의 국가들이 식민지에다 제일 먼저 한 게 철길 깐 거라고 함. 철길의 편리함을 맛본 식민지인들은 제국주의가 싫은 것과 별개로 기차를 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우리도 마찬가지임. 무료라며 물꼬 터주어서 아무 것도 모르고 지느러미 적셨는데 이제 와서 못 쓰게 된다면 금단 현상으로 발작 올 듯. -휴, 그럼 죽을 때까지 ‘망’에서 치고 박고 싸워야 함? -태어난 곳, 나이, 이름까지 밝힌 후 글을 쓰면 좀 정화되지 않겠음? -거기다가 사진까지 박으면 예의를 제대로 차릴 것 같음. -하루에 댓글 다는 횟수를 제한하는 건 어떰? -그럼 언론 탄압이라고 난리날 거임. -독재를 하겠단 게 아니라 ‘망’에 접속할 때 신중해지잔 취지임. -아무튼 예의만 갖추면 해결됨. 언어가 달라도 예의를 차리면 소통이 가능해지는 것처럼. 지느러미 짓만으로도 알아차리니까. -답은 결국 실명제? 하지만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음. -폭력보다 낫지 않겠음? 온라인에서의 언어폭력은 결국 오프라인에서의 신체폭력을 불러올 거임. 은빛연어는 대선 후보가 된 후 공사다망한 나날을 보냈다. 이렇게 대선을 앞당겨 치를 줄 알았다면 장수거북을 그리 보내지 않았을 것이었다. 다행히 도움의 지느러미길이 필요할 때마다 누군가 나서 주었다. 얼마 전엔 새까만 윤기가 도는 크랩 하나가 유창한 언변으로 일당백을 톡톡히 했다. ‘지금쯤 어디일까. 장수거북님과 폼폼크랩님이 C의 정체를 알아냈을까? 희소식을 들고 무사히 돌아왔으면...’ 은빛연어는 [장수일보]를 임시적으로나마 재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갯바위당에 들른 불가살이가 해초약재 팩의 실체를 알리는 충격적인 제보를 해왔다. 해초약재 팩 안에 난바다곤쟁이가 가득하단 증거를 사진으로 디밀기까지 했기 때문에 더는 지느러미 놓고 있을 수 없었다. 불가살이는 대선 때 동안만이라도 장 주필을 대신하기로 했다. 그날 오후 개복치 후보에 대한 뇌물 의혹 기사가 [장수일보]의 1면을 장식했다. -해초약재 팩에 약재 아닌 먹이가 들어있단 익명의 제보 접수, 오래 전부터 뇌물 뿌려 물살이들 환심 산 개복치 후보는 당장 사퇴해야 개복치 후보는 곧이어 [오션일보]를 통해 반박했다. -환자들에게 적절한 처방 내린 것에 불과, 허위 사실 유포에 강력 대응할 것 [장수일보]도 맞불을 놓았다. -신속히 진료소 수색하지 않는다면 금단의 성역이란 의심 면치 못할 것 그러자 며칠 뒤 [오션일보]는 전혀 새로운 기사를 냈다. ‘뇌물’이라는 단어를 한 방에 덮을 정도로 새로운 이슈는 해역을 뜨겁게 달구었다. 은빛연어가 시계탑 광장에서 오줌을 갈기는 사진 아래 ‘풍기문란’이란 네 글자가 크게 쓰여 있는 기사였다. 이는 곧 무생매체를 타고 일파만파 퍼졌다. 당찬 이미지의 은빛연어 후보는 하루아침에 오줌싸개로 전락했다. 이제 물살이들은 오줌싸개라는 단어만을 언급했다. 은빛연어는 며칠 뒤 [장수일보]에다 입장 표명을 했다. -생리 현상으로 인한 순간적 실수, 공중도덕 문란케 한 점 반성 중 그에 질세라 [오션일보]가 기사를 냈다. 한동안 다루지 않았던 개복치 후보의 뇌물 의혹에 대한 내용이었다. -난바다곤쟁이에서 마음을 어루만지는 특효성분 검출, 뇌물 아닌 약재로 판명돼 뇌물 의혹이 해소되는 기사에 맞붙어 [장수일보]는 특효성분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션일보]엔 전혀 다른 성격의 기사가 떴다. -개복치 후보의 꿈에 용왕님 최초 등장, 돌아가신 대왕오징어님까지 나와 삼자대면 그 아래 진한 글씨로 용왕님의 메시지도 들어 있었다. -난바다곤쟁이의 특효성분 덕에 아픈 물살이들 쾌차했다고 기뻐하셔, 허나 해역을 떠다니는 배설물로 인해 전염병 우려하셔 댓글에선 권력이 이양되는 거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았다. 벌써부터 개복치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 것처럼 자축하는 물살이도 있었다. 서식처 안에서 기사를 읽던 불가살이는 촉수를 꿈틀거렸다. -내 꿈엔 한 번을 안 나오네 이제 쩐으로 사겠어 얼마면 돼? 댓글을 등록한 불가살이는 밖으로 나왔다. 방향 없이 기어가던 중 낯익은 물살이 하나가 저 멀리 널브러져 있는 게 보였다. 어디서 본 듯한 물건도 그 옆에서 함께 나뒹굴고 있었다. 펜은 칼보다 힘이 세대. 그니까 너 가져. 하하. 말도 안 돼. 이건 마법의 볼펜이라니까. 함께 대화를 나누었던 물살이가 아니길 바라며 불가살이는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나 자신이 선물로 건넨 볼펜임을 확인하자 망연자실해졌다. 불가살이의 팔에 닿은 물살이의 몸은 차디찬 돌덩이처럼 굳어 있었다. 흰 눈이 소복이 쌓인 아가미는 조금도 달싹이지 않았다. 너덜너덜 찢겨 있는 가슴지느러미만이 물살을 따라 일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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