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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워크아웃 곳곳이 지뢰… PF 위기 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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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이 우여곡절 끝에 워크아웃(기업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태영그룹 사주 일가는 사재출연 등 자구노력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다가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압박하자 추가 자구안을 내놓았다. 필요할 경우 사주 일가가 보유한 티와이홀딩스 지분과 SBS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채권단의 결의서를 11일 자정까지 접수한 결과 워크아웃 동의율이 96.1%였다고 12일 밝혔다. 채권단 동의율이 75% 이상이면 워크아웃이 개시된다.   서울 태영건설 건물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받아들여졌으나 이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의 시작일 뿐이다. 태영건설이 부실 PF 사업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을 유발해 다른 건설사로 위험이 확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향후 6개월 안에 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부동산 경기가 좋아질 수 없다.  과거 사례를 보면 워크아웃 성공률은 50% 미만이다. 워크아웃 도중에 법정관리로 넘어가거나 워크아웃 졸업 후에 다시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사례도 많다. 태영건설도 숨겨진 부실이 발견되고 약속한 자구노력을 이행하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워크아웃 개시에 따라 태영건설은 금융채권 상환이 3~4개월 유예된다. 그러나 자산부채에 대한 강도 높은 실사를 받게 된다. 실사 후 평가 결과 정상화 가능성이 인정되고 태영그룹이 자구안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고 확약하면 본격적인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진행된다. 워크아웃 계획안에는 주채권과 보증채권의 채무조정을 비롯한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 구조조정 등 종합적인 대책이 담긴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과 경과, 개시 이후 절차. 2024.0.12. 연합뉴스 태영건설 기업개선 작업의 핵심은 부실 PF 사업장 처리방안이다. 현재 공사를 진행 중인 사업장 중에 분양이 끝난 주택 사업장이나 비주택 사업장은 일정대로 공사를 진행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분양률 등 사업성에 따라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산업은행은 자금관리단과 사업장별 대주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사업장별로 사업 진행 단계가 달라 각 대주단 협의회가 사업중단, 매각, 재구조화 또는 정상 운영을 정할 것”이라며 “PF 사업장별 처리방안을 종합해서 기업개선계획을 작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에 채권액을 신고한 기관을 기준으로 최종 집계한 결과 채권단 규모는 512곳, 채권액은 21조 7000억 원에 달한다. 이중 문제가 되는 부분은 부동산 PF 관련 채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태영건설과 관련한 금융권 PF 사업장은 60곳이며 이중 개발 사업 초기인 브릿지론 단계 사업장이 18개로 파악되고 있다. 브릿지론은 금리가 높아 본 사업에 들어가 전에 새로 대출받아 갚아야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다. 부동산 경기 전망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본 PF 사업을 위한 대출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브릿지론 단계인 사업장 중 상당수를 정리해야 할 수도 있다. 이때 캐피탈과 저축은행 등 후 순위 채권자는 대출금 회수하기 어렵다. 이들 금융사가 타격을 받으면서 신용 경색을 유발할 수 있다.      제공 : 금융위원회. 태영건설 참여 PF 사업장 정리 시나리오. 연합뉴스 태영건설 협력사 거래대금 지급 지연과 일부 사업장의 임금 체불, 분양 계약자의 불안 해소도 신속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금융시스템으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만큼이나 이 문제도 중요하다. 사회적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신청 직후 홈페이지에 분양 계약자를 위한 안내문에서 “시공과 입주, 분양보증 효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분양을 받은 사람들은 공사 지연 등으로 불이익을 보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협력 업체 대금 지급과 일부 공사 현장의 임금 체불에 대한 불만도 끊이지 않고 있다. 태영건설과 계약을 맺고 공사를 진행한 하도급업체는 450개가 넘는다. 태영건설은 일부 업체에 대해 도급대금을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로 지급했다. 그런데 태영건설이 일방적으로 만기를 60일에서 90일로 연장하는 바람에 해당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식으로 잡음이 많으면 워크아웃의 명분을 잃게 된다. 부정적 여론이 거세지면 금융당국과 채권단도 지원을 꺼릴 수밖에 없다. 임금 체불 문제도 마찬가지다. 태영건설은 노무비를 최우선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는데 말로만 그쳐선 안 된다. 고용노동부도 임금 체불 해소를 위해 현장을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태영건설 차입금과 부동산 PF 대출 만기 도래 금액. 실사 과정에서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대규모 우발채무가 발견되는 것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채권단은 숨겨진 부실이 발견되면 워크아웃 절차가 중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태영그룹에 따르면 태영건설 보증채무는 9조 5000억 원 정도다. 이중 우발채무는 2조5000억 원이라고 한다. 나머지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게 태영그룹 측 주장이다. 그러나 실사 결과에 따라 우발채무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예상보다 부실이 크면 추가 자금지원을 놓고 갈등이 커질 수 있다. 이처럼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워크아웃 성공률은 높지 않다. 1~2년 안에 졸업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5년 넘는 자구노력 끝에 가까스로 경영 정상화를 이룬 곳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워크아웃 중에 경영이 더 어려워져 법정관리로 가는 사례도 많다. 워크아웃을 졸업했어도 경영 정상화에 실패해 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2009년 금융위기 때만 해도 우림건설과 벽산건설, 풍림 등 수많은 건설사가 워크아웃에 실패했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건설사 폐업 공고 건수는 전년 대비 219건 증가한 총 581건에 달했다. 지난 2005년 629건 이래 가장 많았다.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2020년, 2021년, 2022년의 2배 수준이다. 올해도 건설사 연쇄 부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태영건설 외에도 PF 보증과 부채비율이 높은 건설사가 즐비하다. 각 사는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며 부실화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태영건설 실사 과정에서 새로운 부실이 발견되고 다른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 상황이 돌변할 수 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가 부동산 PF 위기의 시작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약 134조 원의 전체 부동산 PF대출의 절반 이상인 70조 원이 부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과 연체율 추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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