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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핵잠 프로젝트에 드리운 민군 핵복합체의 그림자

핵잠 프로젝트에 드리운 민군 핵복합체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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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일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대한민국 핵추진잠수함 개발이 본격적인 첫 항해를 시작했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핵잠 사업을 ‘장보고 N 프로젝트’로 명명하며 2030년대 중반 진수를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핵연료 확보, 소형원자로 개발, 특별법, 범정부 TF, 예산 추진까지 이미 국가사업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음도 공개했다. 표면적으로는 자주국방이고 안보인데 회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흐름이 보인다. 핵잠은 단순한 군사무기 사업이 아니었다. 원자력 산업, 조선, 방산, SMR, 해상원자로, 국가 연구개발 예산이 한꺼번에 결합된 방만한 민군복합 핵산업 프로젝트의 밑그림이 선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26일 창원시 진해구에서 열린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군 지휘부가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6. 5. 26 연합뉴스 자주국방 상징성에 가려진 효용성, 비용, 안전성, 폐기물 문제 물론 국방은 중요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주변국 해양 군사력 증강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국방이라는 말이 모든 사업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국방사업의 폐쇄적 특수성을 감안하면 더 냉정해야 하고, 더 투명해야 하며, 핵의 검증은 더욱 엄격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핵잠 논의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회의에서 언급된 내용을 보면 핵잠의 군사적 효용성, 기술적 가능성, 안전성, 장기 유지비용, 폐기물 문제 같은 핵심 쟁점은 사실상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대신 사업 추진 의지와 상징성, 산업효과를 과도하게 부각시키며 국가 상징사업으로 정치적 추진 의지만 강력하게 내세우는 분위기였다. 특히 핵잠과 민간 원자력 산업의 노골적인 연결이 주목된다. 회의에서는 핵잠 기술이 SMR, 해상원자로, 상업용 원자력 선박 시장과 결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등장했다. 산업부는 핵잠 기술력이 민간 원자력 시장과 결합되면 새로운 거대한 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략자산인 핵잠을 산업시장 논리와 직접 연결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이 발언은 매우 상징적이다. 핵잠이 국가 안보보다 국방 예산으로 원전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활용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원전이 전력시장에서 경제성과 안전성으로 신뢰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자, 이제는 국방이라는 가장 강력한 명분을 이용해 국민 혈세에 의존한 새로운 생존 통로를 찾고 있다는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더 심각한 것은 비용이다. 회의에서는 핵잠 사업비가 28조~30조 원 규모까지 거론되었다. 그러나 이는 언제나 그렇듯 지나치게 축소된 숫자일 가능성이 크다. 핵잠은 잠수함 몇 척을 건조하는 사업이 아니다. 원자로 개발, 핵연료 확보, 특수 정비시설, 방사선 관리시설, 핵폐기물 처리, 해체, 규제체계, 전문 인력 양성까지 포함하는 장기 초대형 국가 인프라 사업이다. 호주의 AUKUS 핵잠이 수백조 원 규모 사업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핵잠은 한 번 시작하면 세대와 세대를 거치며 미래 전체가 감당해야 하는 초장기 재정사업이며, 동시에 장기간 핵폐기물과 방사능 관리 책임을 미래세대에 넘기는 사업이다. 호주는 땅이라도 넓지만 좁은 국토인 한국은 과연 이런 사업을 추진할 사회적 책임과 신뢰를 갖추고 있는가. 값싼 청정에너지, 수출산업 대신 등장한 SMR, 핵잠 핵폐기물은 기술의 끝이 아니라 책임의 시작이다. 한국 핵산업계는 지금까지 폐기물 문제를 미래로 미루고, 사회적 갈등은 지역과 국민에게 떠넘기며, 비용은 국가재정과 미래세대 부담으로 넘겨왔다. 그 책임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사회적 합의는 없이 이제는 국방을 내세워 또 다른 핵체계를 만들겠다며 국민 신뢰를 스스로 저버리고 있다. 원자력 산업계는 오랫동안 값싼 전기, 청정에너지, 수출산업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왔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정부 보증, 정책금융, 폐기물 비용의 미래 전가, 사고 위험의 사회화가 있었다. 이제 그 구조가 한계에 부딪히자 SMR과 핵잠이라는 새로운 명분이 등장했다. 이 때문에 발전산업에서 막다른 궁지에 몰린 원전산업이 국방이라는 명분에 기대어 새로운 예산 통로를 만들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목격한 것은 핵잠을 중심으로 원전·조선·방산·국가R&D가 결합하는 통제하기 어려운 한국형 민군 핵복합체의 출현이었다. 더 위험한 것은 이 구조가 국가 에너지정책뿐 아니라 국방정책의 근간까지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방이라는 이유로 핵산업이 계속 방만하게 확대되면, 무리해서라도 원전은 계속 건설해야 하며, 다른 국방 전력과 병력 구조, 무인체계, 사이버 안보, 재래식 잠수함 전력, 해상 감시체계 투자는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 하나의 산업을 살리기 위해 국가 에너지정책과 국방정책 전체가 흔들릴 위험이 있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창원시 진해구에서 열린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안규백 장관의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 보고를 듣고 있다. 2026. 5. 26 연합뉴스 정말 가능한가, 안전한가, 실패하면 누가 책임지나 핵잠 문제의 본질은 안보와 첨단산업이라는 정치적 구호만 앞세워 정작 가장 중요한 검증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정말 필요한가. 정말 가능한가. 정말 안전한가. 폐기물과 해체비용까지 포함한 전체 생애주기 비용은 얼마인가. 감당 가능한가. 실패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누가 최종 책임질 것인가. 자주국방이라는 미명으로 핵사업자 이해가 결합된다면, 핵잠은 국방을 위한 효과적인 전략사업이 아니라 막대한 국가재정과 미래세대의 부담 위에 유지되는, 되돌리기 어려운 거대한 민군복합 핵산업 유지 프로젝트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국방은 사양화되는 핵산업을 연명시키려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안보는 정치적 상징이나 일부 사기업체들의 이해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국민의 생명과 미래를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편향된 정보와 낙관적 구호에 기대어 만들어내는 정치적 환호가 아니라, 비용과 위험, 그리고 미래세대에 남겨질 책임까지 끝까지 직시하려는 냉정하고 정직한 검증이다.이정윤 시민기자 immjy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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