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첫 시멘트 전규모 CCS 시설 착공…연 80만톤 탄소 포집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영국 웨일즈의 파데스우드(Padeswood) 시멘트 공장이 유럽 최초의 전규모 탄소포집·저장(CCS) 설비 구축에 들어갔다.
8일(현지시각) 미쓰비시중공업(MHI)은 호주 엔지니어링 기업 월리(Worley), 독일 건축자재 기업 하이델베르크 머티리얼즈(Heidelberg Materials)와 함께 프로젝트 실행 단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영국 웨일스 플린트셔의 페이즈우드 시멘트 공장 / 출처 = 하이델베르크 머티리얼즈
MHI 기술로 연 80만톤 포집…영국 산업 클러스터와 연계
이번 사업은 미쓰비시중공업(MHI)의 탄소포집 기술 ‘어드밴스드 KM CDR 프로세스(Advanced KM CDR Process)’를 적용해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연간 약 8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 포집된 CO₂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리버풀만 해저의 고갈 가스전으로 이송해 영구 저장된다. 해당 시설은 영국 북서부의 하이넷(HyNet North West) 탄소저장 클러스터와 연계해 운영된다.
하이넷은 영국 정부가 지정한 CCUS 클러스터로, 지역 산업시설에서 발생한 CO₂를 공동 파이프라인으로 모아 리버풀만 해저 저장소에 주입하는 통합 탄소관리 인프라다.
하이델베르크 머티리얼즈는 지난 9월 영국 정부와 최종투자결정(FID)을 마쳤다. 이 프로젝트는 영국 정부의 CCUS 클러스터 프로그램 1단계(Track-1) 지원 대상이며, 2029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완공 시 파데스우드 공장은 시멘트 공정 전체에서 연간 약 80만톤의 CO₂를 포집하는 유럽 최초의 전규모(full-scale) CCS 시멘트 공장이 된다. 여기서 ‘전규모’란 파일럿 단계가 아닌, 공장 전체 배출을 대상으로 연간 수십만 톤을 포집하는 상업 운영 규모를 의미한다.
MHI와 월리는 2024년 기본설계(FEED)를 완료했다. 실행 단계에서 MHI는 CO₂ 포집 플랜트의 설계·조달과 압축기 공급을 맡고, 월리는 나머지 설비의 엔지니어링·조달·건설관리(EPCM)를 담당한다. MHI의 나가야스 타츠토 CCUS 담당 수석부사장은 탄소감축이 가장 어려운 산업 부문에서 탈탄소화를 이끄는 시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멘트 산업 구조적 배출…CCS가 유일한 감축 수단
시멘트 산업은 전 세계 CO₂ 배출의 7~8%를 차지한다. 배출의 상당 부분이 석회석을 소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배출 이어서, 재생에너지 전환만으로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어렵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시멘트 산업의 공정배출은 CCS 없이는 제거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CCS는 시멘트 산업의 장기적 탈탄소 전략에서 사실상 필수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하이델베르크 머티리얼즈 영국법인의 사이먼 윌리스 최고경영자(CEO)는 기본설계 과정에서 MHI·월리와 안정적인 협력 구조를 구축했다 며 두 회사는 복잡한 CCS 설비 구축 경험을 갖춘 최적의 파트너 라고 말했다. 월리의 크리스 애슈턴 CEO도 영국과 유럽의 산업 탈탄소화를 위한 중요한 이정표 라고 평가했다.
CBAM 대응·시장 접근권 이 핵심 동기
시멘트 부문의 CCS는 일반적으로 비용이 높아 단독 수익 모델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주요 기관은 시멘트 산업의 CCS 비용을 톤당 80~150유로(약 14만~27만원)로 추정하고 있으며, 정부 지원·장기 공급계약·저탄소 제품 프리미엄이 전제돼야 사업성이 확보되는 것으로 분석한다. 이번 프로젝트가 영국 정부의 Track-1 지원을 기반으로 추진되는 배경도 이와 맞물린다.
동시에, 강화되는 규제 환경도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시멘트와 클링커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적용 품목으로 지정했으며, 제품 생산 과정의 CO₂ 배출량 중 수출국에서 이미 부담한 탄소비용을 제외한 잔존 배출량에 대해 CBAM 비용을 부과한다. 영국산 제품 역시 EU로 수출될 경우 동일한 신고 의무와 비용 부담이 적용된다. 생산 단계에서 배출을 줄이지 못하면 EU 수출이나 공공 조달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어, 시멘트 기업들이 CCS 도입을 전략적으로 검토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가동이 시작되면 파데스우드 공장은 약 50개의 신규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고, 200개 이상의 기존 일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 기간에는 최대 500개의 추가 일자리가 발생한다.
하이델베르크 머티리얼즈는 이번 설비를 기반으로 저탄소 시멘트 ‘evoZero’를 생산할 계획이다. 파데스우드는 노르웨이 브레비크에 이어 회사의 두 번째 전규모 CCS 공장이다. 미쓰비시중공업(MHI)은 이 프로젝트가 영국을 CCS 기술의 글로벌 선도국으로 자리매김시키고, 다른 중공업 부문의 탈탄소화에도 참고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