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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동아시아 분단체제 허무는 미중 전략경쟁

동아시아 분단체제 허무는 미중 전략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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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 전략경쟁과 새로운 세계 강정구, 선인, 2026 (2026, 선인) 머릿글(‘책을 내면서’)에서 사회학자 강정구(81) 교수(전 동국대)는 이 책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로 다섯 가지 충격과 이에 따른 절실한 문제의식”을 들었다. 첫째는 2020년부터 세계적으로 창궐한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이었다. 강 교수는 그 ‘사태’를 통해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는 걸 절감했고, 또 새 판짜기 가능성을 발견했다. 둘째는 미국 대통령 바이든이 ‘신냉전’을 획책하기 위해” 내세운 ‘가치동맹’의 허구성이었다. 셋째는 30여년 계속된 한반도 핵위기와 2018~19년 싱가포르에서 성사되는 듯했다가 하노이에서 무산된 북미협상과 끝없는 한반도 전쟁위기였다. 넷째는 윤석열 정권과 같은 한국 극우정권의 주기적인 등장. 다섯째는 기후재앙이었다. 이 다섯 가지 충격과 문제의식에서 공통요소는 미국이다.   미국 성조기와 중국 오성홍기 이미지.  위키피디아 미국 패권 붕괴, 새로운 세계로 열린 관문 미국은 코로나 팬데믹 때 백신이 나오기까지 허둥대며 대처불능 상태에 빠졌다. 2022년 11월 초에 감염자가 9900만 명에 이르렀고 110만 명이 사망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 ‘제노사이드’를 전폭적으로 지원한 데서도 보듯 자유, 민주주의, 인권 등 미국이 내세운 가치들을 무자비하게 유린한 ‘전쟁국가’는 미국 자신이었다. 1990년대 초의 북핵 합의 이후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 때까지 성사될 듯하면 깨고, 그렇게 해서 긴장이 고조되면 다시 합의하고, 그리고는 최종 성사단계에서 또 느닷없이 다른 조건을 꺼내들어 다시 깨면서 한반도에서 끝없이 전쟁위기를 조성해 온 것도 미국이었다고 강 교수는 지적한다. 윤석열의 예에서 보듯 한국에서의 우익/극우 정권의 뒷배는 언제나 미국, 그리고 미일동맹이었다. 온난화 가스 최대 배출국인 미국은 파리 기후협약을 탈퇴했고 ‘온난화’를 사기극”이라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66개 관련 국제기구들에서 탈퇴했다. 책 제목이 암시하듯 이런 미국의 실패 내지 한계야말로 ‘새로운 세계’로 열린 관문일 수 있으며, 중미 전략경쟁이 다음 세계로의 이행을 재촉한다. 미중 경쟁이 진영간 대립과 분단을 심화시킬 수도 있으나 힘의 균형이 바뀌면 사정이 달라진다. 중국과의 전략경쟁에서 미국은 기존의 압도적 힘의 우위를 잃고 있거나 지고 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80년간 유지돼 온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의 미국의 패권은 무너지고 있다. 강 교수는 1840년대에 유럽의 근대 함포에 처참하게 무너진 중국의 새로운 대두(굴기)와 맞물린 미국 패권의 붕괴에서 15세기 말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발견’ 이후 500년 동안 전개돼 온 서구 제국주의 서세동점 시대 또한 저물고 있는 것을 본다. 문제의식 밑뿌리에 ‘샌프란시스코 체제’ 강 교수는 자신이 느낀 충격과 문제의식의 ‘밑뿌리’에 제2차 세계대전(태평양전쟁) 패전국이자 전범국 일본을 최대의 동맹국으로 만들어 전범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오히려 그 피해국들을 적으로 돌려 대립구도로 판짜기 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그리고 거기에 토대를 둔 동아시아 대분단체제와 한반도 분단과 냉전의 소분단체제가 깔려 있다고 했다. 미국은 일본 패전 뒤 가해국 일본이 아니라 피해국인 한국(한반도)를 분단해 소련과 절반씩 나눠가졌다. 그리고 그 분단선인 북위 38도선을 경계로 2차 대전에서 함께 싸운 중국과 소련, 그리고 북한을 적으로 돌리고, 전범국 일본과 안보조약을 체결해 일본을 미군의 영구 주둔기지로 확보함으로써 동아시아와 태평양 패권확립을 위한 교두보를 쌓았다. 분단된 한반도 남쪽(한국)은 교두보 일본을 지키는 전초기지였고, 분단과 전쟁, 대립으로 점철된 한반도 분단체제는 미국의 냉전전략에 따른 동아시아 대분단체제의 파생물이었다.   1951년 9월 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전쟁기념관 공연예술센터에서 강화조약에 서명하는 요시다 시게루 일본총리.  위키피디아 6.25전쟁 중인 1951년 9월에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과 미일 안보조약은 중국의 개입으로 압록강변까지 밀고 올라갔다 다시 밀리기 시작한 미국의 6.25전쟁 수행을 위한 체제정비이자 동서냉전 장기전략의 핵심축이었다. 2차 대전 이후 일본의 초고속 고도경제성장, 압축성장의 ‘경제기적’과 한반도의 오랜 피폐는 이 전략구도의 산물이었다. 디엔비엔푸 전투(1954년) 패배로 물러난 프랑스 뒤를 이어 ‘통킹만 사건’(1964년)을 조작해 베트남 식민지배 전쟁에 뛰어들었다가 패색짙은 장기전의 늪에 빠진 미국은 거기서 빠져나오기 위해 ‘중소 분쟁’ 중이던 중국과 손을 잡았다. 1972년 리처드 닉슨의 전격적인 베이징 방문과 1979년 미중 수교는 1978년에 시작된 덩샤오핑의 중국 개혁개방과 밀접하게 얽혀 있다. 이는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으로 이어졌다. 중국을 WTO에 끌어들인 미국은 중국이라는 광대한 시장과 저렴한 인적, 물적 자원을 경쟁력을 잃어가던 자국 제조업의 신자유주의적 출구, 값싼 생필품의 대량 공급지로 활용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블룸버그 오바마 정권 위기의식이 중미 전략경쟁 촉발 강 교수가 주목한 중미 전략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11년 버락 오바마 정권의 아시아재균형전략(Pivot to Asia. Rebalancing) 채택 때부터다. 개혁개방 뒤 연 9%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던 중국은 WTO 가입 뒤 연 13%의 초고속 성장세를 지속했다. 2008년 월스트리트발 세계금융위기(리먼 쇼크) 때 4조 위안의 사상최대 경기부양책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 흑기사로 존재감을 한층 더 키운 중국은 이미 2007년에 명목 GDP(국내총생산) 규모에서 독일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선데 이어 2010년엔 부동의 2위로 보였던 일본마저 제치고 이른바 ‘G2’의 지위로 등극했다. 2014년엔 구매력평가기준(ppp) GDP가 미국마저 능가했다. 2012년에 집권한 시진핑체제 들어 중국은 ‘중국제조 2025’와 10대 전략 육성산업을 발표하고 2035년까지 미국경제를 넘어서겠다는 야심찬 계획들을 발표했다. 오바마 정권이 미 해군력의 60% 이상을 태평양 쪽에 집중시키면서 중국 견제 포위·봉쇄전략을 본격화한 것은 거대 중국의 급속한 대두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 패권적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총리.  연합뉴스 일본의 정권교체와 ‘천안함 사건’도 영향 아시아재균형이라는 미국의 전략 전환에는 일본에서의 정권교체와 한국 해군 ‘천안함 피폭사건’도 연관돼 있다고 강 교수는 지적한다. 2009년 8월 일본 민주당이 중의원선거(총선거)에서 승리해 자민당 정권이 무너졌다. 다음달인 그해 9월 중도좌파 성향의 하토야마 유키오 내각이 들어섰고, 하토야마 총리는 당시 민주당의 또 다른 실세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과 아시아 중시 정책을 쓰면서 중국에 대규모 사절단을 파견하는 등 친중, 친한 노선을 표방했다. 이는 당시 미일간의 주요 현안의 하나였던 오키나와 미 해병대 기지 이전문제와도 얽혀 미국을 자극했다. 오키나와 기노완 시 한복판에 자리잡은 미 해병대 후텐마 기지가 소음과 항공기 추락사고 등으로 오키나와 주민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자민당 정권은 미국과 후텐마 기지를 이전하기로 합의하고 이전 장소를 오키나와 본섬 북쪽의 헤노코로 지정했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일본영토의 0.6%밖에 되지 않는 오키나와에 주일 미군기지의 75%가 밀집해 있는 현실을 비판하며 후텐마 기지의 오키나와 바깥으로의 이전을 요구했다. 미국은 해병대 기지를 오키나와 바깥으로 옮길 생각이 전혀 없었다. 정권교체로 집권한 민주당의 하토야마 정권은 오키나와 주민들 편을 들었다. 미국은 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만으로도 불안해졌는데, 하토야마 정권이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내세우고 후텐마 기지의 오키나와 바깥 이전을 지지하자 극도로 반발했다. 하토야마 내각이 1년도 못 채운 2010년 6월에 무너진 데에는 그런 미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설들이 퍼졌다. 이후 미국과 자민당 정권은 후텐마 기지의 헤노코 이전계획을 그대로 밀어붙이면서 십수년이 지나도록 헤노코 앞바다 이전시설 지반공사를 진행하면서 여전히 기노완 시 한복판의 후텐마 기지를 쓰도록 하고 있다.   인양되는 천안함 함미 모습.   위키피디아 같은 시기인 2010년 3월 26일에 천안함 사건이 일어났고, 당시 이명박 정권은 사건 초기 북한의 소행은 아니라고 했다가 5월 24일 개성공단을 비롯한 남북 협력사업과 교류를 전면 중단하는 ‘5.24조치’를 발표했다. 남북관계는 급속도로 경색되면서 동북아시아 정세에도 긴장이 조성됐다. 하토야마의 실각과 천안함 사건의 내막이 어떠한 것이었는지 확인할 길은 없으나, 그 사건들이 오바마 정권이 2011년 대중 봉쇄전략인 아시아재균형 전략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과 밀접하게 얽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일 접근 뒤에 늘 미국 미국 아시아재균형전략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는 한미일 3국 준군사동맹체제이며, 한미일 준군사동맹체제에 불가결한 연결고리가 한일 접근과 군사협력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반목하던 한일관계는 미국에겐 자국 안보이익을 해치는 골칫거리로 어떻게든 한일을 손잡게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 역할을 주도적으로 해낸 사람이 당시 미국 국무부 차관 웬디 셔먼이었다. 나중에 국무부 부장관이 되는 셔먼은 과거사 때문에 현재와 미래의 이익을 손상시키는 편협한 사고를 한다며, 일본이 아니라 한국과 중국을 비난하면서 한국에게 일본과 손을 잡으라고 종용했다. 2015년 12월 28일 아베 신조 정권의 외상 기시다 후미오가 방한해 당시 박근혜 정권과 위안부 합의(12.28합의)를 한 것에는 웬디 셔먼이 앞장선 미국의 압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훗날 정권을 잡은 윤석열은 미국보다 먼저 미국을 위해 움직였다. 되는 듯했다가 안 되는 ‘기승전 결렬’ 북미협상 2017년 도널드 트럼프 1기 정권(2017년 1월~2021년 1월)에서 진행된 일련의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도 결국 남북관계를 개선하기는커녕 극단적 대립관계로 돌려 놓는데 ‘기여’했다. 이와 관련한 강 교수의 지적이 인상적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 한반도 전쟁위기 및 핵 위기의 양태를 보면 북미는 극적인 위기를 거쳐 서로 해결책에 합의한다. 그 합의는 한반도 평화체제와 한반도 비핵화의 맞교환이 핵심이다. 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미국의 대 북조선 적대시 정책 포기와 북미 수교였다.” 그런데 이를 이행하기 위한 세부사항 진행과정은 다 되는 듯했다가 결국 되는 것이 없었다. 북은 시종일관 합의사상을 준수하면서 완결을 위해 매진했고, 때로는 냉각탑 폭파와 같은 선의의 선제적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정기간이 지나 위기의 강도가 약화되면, 미국은 언제나 전혀 합의하지 않은 사항을 느닷없이 꺼내거나 클린턴처럼 북조선 붕괴론을 믿고는 전체 합의사항을 파기해 버린다. 이후 양국 사이 긴장이 고조되다 북이 돌파구를 내기 위해 핵이나 미사일 관련 시험 등의 충격요법을 다시 쓴다. 그러면 미국이 또다시 반응해 결국은 합의를 이뤄낸다. 그렇지만 미국은 그 합의사상을 일부 진행시키다 또다시 느닷없는 합의파기를 반복한다. 이러한 과정의 연속이 세계적 탈냉전의 기점인 1992년의 솔로몬 합의(리처드 솔로몬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주도한 북 비핵화 관련 합의. 북한의 숨겨진 핵시설 의혹을 제기해 북의 NPT 탈퇴로 귀결)에서부터 2017년 (북의) 핵무력 완성에 이르기까지 이어온 것이다.” 2018년 6월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019년 2월의 하노이 회담, 그리고 2019년의 북미 판문점 정상회담도 다 돼 가는 듯했다가 막판에 늘 결렬되는 걸로 끝났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나무위키 분단체제 강화에 기여하는 한국 극우정권들 강 교수는 이런 ‘기승전 결렬’의 남북 및 북미관계 파국에는 늘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한국의 극우정권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5.24조치로 개성공단 등 그 전까지 어렵게 쌓아올린 남북협력관계를 일거에 허물어 버린 이명박 정권을 비롯해 박근혜, 윤석열 정권이 그러했다. 강 교수는 특히 미국 일본에 퇴행적 투항자세를 보이면서 동아시아 대분단체제 연장에 적극 ‘공헌’한 윤석열 정권을 최악으로 꼽았다. 강 교수가 보기에 이들 극우정권들은 한반도 소분단 냉전체제를 완화하거나 해체하는 쪽으로 어렵게 방향을 틀어 진전시켜 놓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의 진보적 민주정권의 성과를 간단하게 뒤집어 버렸다. 강 교수는 ‘북방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해 민주정권 못지 않은 성과를 낸 노태우 정권은 매우 높이 평가한다. 한국 극우정권들은 주기적으로 등장해 그런 성과들을 뒤엎어버림으로써 한반도 소분단 냉전체제를 복원하고 결국 동아시아 대분단체제 연장에 기여했다. 그것은 다시 남북 민족대립의 한반도 소분단체제를 강화한다. 분단체제 해체의 결정적 요인, 중국의 대두 는 그럼에도 지금 세계는 80년 전 2차 세계대전 뒤에 구축된 동아시아 및 아시아태평양에서의 미국의 패권적 지위가 급속히 허물어져 가고 있는 실상을 드러내고 논증하려 한다. 그것은 한민족을 옭죄어 온 한반도 소분단체제와 동아시아 대분단체제가 허물어져 가고 있다는 이야기나 같다. 매우 희망적인 변화다. 그 가장 결정적인 동인은 제목에 나와 있듯이 중국과 미국의 전략경쟁이며, 미국의 패권이 걸린 이 두 나라의 전략경쟁 구도가 중국에게 유리한 쪽으로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이 강 교수의 생각이다. 강 교수는 적어도 향후 10년쯤 뒤, 그러니까 2035년쯤까지는 한반도와 그 주변의 대소 분단체제가 해체돼 남북이 서로 자유롭게 오가는 세상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예언한다고 해야 할까. 이 책의 중심내용은 바로 그런 생각을 뒷받침하기 위한 자료들로 채워져 있다. 제3장 ‘미국의 쇠락’, 제4장 ‘중국의 굴기’, 제5장 ‘전략경쟁의 핵인 과학기술경쟁 현황과 추이’, 제6장 ‘중국의 응전: 전략적 진지전과 전술적 기동전’, 제7정 ‘새로운 지구촌’ 등이 모두 그러하다. 미국에서 학위를 받은 강 교수가 많은 영문자료들을 활용한 것은 당연지사이겠으나, 중국 자료들을 활용하기 위해 노구에도 오랜 시간 꾸준히 중국어를 학습하면서 이 책에도 수록된 중국어 원문들을 손수 해독하고 발표해 온 정신을 각별히 기리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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