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배출권 ‘소각 중단’…남는 물량 쌓아둔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EU가 탄소배출권 소각을 중단하고 비축으로 전환하며 탄소시장 변동성 대응에 나섰다. / 출처 = Unsplash
유럽연합(EU)이 탄소배출권 시장의 공급 조절 방식을 바꿨다.
2일(현지시각) EU 집행위원회는 탄소배출권거래제(ETS)의 핵심 장치인 시장안정화비축제(MSR)를 개편하는 규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 속 산업계 부담이 커지자 탄소시장 변동성을 낮추려는 조치다.
MSR은 배출권 공급을 줄이거나 늘려 가격을 조정하는 장치다.
폐기하던 배출권, 비축으로 전환
개정안의 핵심은 남는 배출권을 더 이상 없애지 않는 것이다. 그동안 EU는 배출권이 과잉 공급되면 일부를 시장에서 빼내 MSR에 쌓고, 이 물량이 4억톤을 넘으면 초과분을 매년 자동으로 소각해 왔다. 공급 자체를 줄여 가격 하락을 막는 구조였다.
이번 개정안은 이 소각 규정을 없앴다. 앞으로는 남는 배출권을 폐기하지 않고 계속 비축한다. 필요할 경우 이 물량을 다시 시장에 풀 수 있게 된다.
구조도 바뀐다. 과거에는 공급을 줄이는 데 초점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상황에 따라 공급을 늘리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배출권이 남으면 흡수하고, 가격이 급등하면 방출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다.
집행위는 이번 조치가 ETS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도 가격 변동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것 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유럽의회와 이사회 승인을 거쳐야 시행된다.
에너지 위기 속 10개국 압박…EU 내부 균열 표면화
ETS 개정의 배경에는 회원국 간 갈등이 있다. 오스트리아·체코·이탈리아·폴란드 등 10개국은 지난달 집행위에 서한을 보내 현행 ETS가 산업에 실존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탄소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제조업 부담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현재 ETS 배출권 가격은 이산화탄소 1톤당 약 75유로(약 11만원)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산업계는 고유가와 탄소비용이 동시에 상승하면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덴마크·네덜란드·스웨덴 등 7개국은 ETS 유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별도 서한에서 탄소시장이 연간 약 340억유로(약 50조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탄소시장 완화를 요구하는 진영과 유지해야 한다는 진영 간 대립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7월 전면 개편 앞둔 ‘전초전’
이번 개정은 7월 ETS 전면 개편에 앞서 나온 조치다. 집행위는 ETS가 2019년 이후 EU 경제가 71% 성장하는 동안 온실가스 배출을 39% 줄이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제도 유지 필요성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편 회원국들이 요구한 무상할당 연장이나 감축 속도 조정 등 추가 완화 조치는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향후 개편 논의에서 공급 확대 요구가 어느 수준까지 반영될지가 탄소가격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