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107주년] 1919명의 만세 ... AI 기술 빛과 그림자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독립기념관 3·1절 기념 문화행사. 3월1일 낮12시부터 겨레의 큰마당에서 펼쳐지는 ‘만세운동 퍼포먼스’로, 1919명의 명예 독립운동가들이 극단 우금치와 함께 107년 전의 만세운동을 재현한다. 독립기념관 제공
독립기념관은 제107주년 3·1절을 맞아 1일 온 국민이 참여하는 문화행사 ‘1919 그날의 함성’을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독립선언의 역사적 의미를 계승하고 국민 참여를 통해 나라사랑 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번 107주년 3·1절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여러 기념행사가 열려 더욱 눈길을 끈다. 그 그림자도 동시에 드리운다.
먼저 독립기념관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낮 12시부터 겨레의 큰마당에서 펼쳐지는 ‘만세운동 퍼포먼스’다. 대국민 신청을 통해 모인 1919명의 명예 독립운동가들이 극단 우금치와 함께 107년 전의 만세운동을 재현하며 압도적인 현장감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어 라라앙상블의 음악 공연, 점핑엔젤스의 독립선언 퍼포먼스, 천안시립풍물단의 풍물놀이가 관람객들을 맞이하며, 육군 의장대와 태권도시범대의 역동적인 공연이 행사의 열기를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올해는 백범 김구 선생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독립기념관 소장 국가등록문화유산인 ‘백범 김구 서명문 태극기’를 모티브로 한 특별 굿즈를 선보인다. 담요와 엽서로 구성된 기념품 패키지는 행사에 참여하는 1919명의 명예 독립운동가들에게 수여돼 그날의 정신을 기리는 뜻깊은 선물이 될 계획이다.
또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풍성한 체험 프로그램과 지역 상생을 위한 부대행사가 열린다. 관람객들은 태극기 에코백·바람개비 만들기, 무궁화 팔찌 만들기 등 독립운동 테마 체험에 참여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디지털 휴먼을 활용한 독립 퀴즈존과 데시벨 측정기를 이용한 ‘대한독립만세’ 외침 이벤트 등 이색적인 참여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아울러 지역 소상공인과 협업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판매전을 운영해 지역사회와의 상생도 도모한다.
독립기념관 관계자는 국민이 직접 주인공이 되어 참여하는 이번 기념행사를 통해 3·1운동의 역사적 의의를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 3·1절은 AI 기술이 본격 활용된 것으로 기억될 것 같다. 곳곳에서 AI 기술을 활용해 독립운동 선열들의 뜻을 기리는 행사들이 마련됐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부산시교육청은 107년 전 학생 독립운동가들을 생생하게 복원해 화제가 됐다. 3월 1일, 학생들은 외쳤다 - 학생 독립운동가 AI 복원·재현 영상 이다.
복원한 인물들은 독립운동에 참여했거나 대규모 만세운동을 계획하다 발각돼 열일곱 나이에 체포된 유관순·이범재·최복순·오홍순·성혜자·신기철, 배화학당 뒷산에서 교우들과 독립만세를 부르다 체포된 소은명(당시 열다섯 살)·김마리아(당시 열여덟 살), 서울 종로 독립만세운동 참가 후 체포된 박홍식(당시 열여덟 살) 열사 등 모두 아홉 명이다.
해당 영상은 부산교육청이 복원하고 재현해 표정과 시선, 미세한 움직임까지 정교하게 구현됐다. 열사들의 결연한 의지와 시대적 절박함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당시 학생 독립운동가들이 오늘의 학생들과 같은 또래였음을 조명했다.
복원된 인물들은 과거의 모습으로 독립선언문을 직접 낭독한 뒤, 현대의 학생으로 재현돼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는 장면을 연출했다.
그런데 유관순 열사 등 독립운동가를 조롱하고 모욕하는 생성형 AI 영상이 청소년들 사이에 많이 나돌아 공분을 사기도 했다. 현행 법률로 제작자를 형사 처벌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바람에 더욱 걱정을 낳기도 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틱톡에 올라온 안중근 사진에 얼굴이 진짜 못생겼네, 내 눈 샤갈 이라며 조롱했다 고 밝혔다. 이어 안중근 의사가 저격한 이토 히로부미 사진에는 와 엄근진 ㄷㄷ 갓이다 라며 찬양하는 문구를 올렸다 고 지적했다.
유튜브 AI 기억복원소 가 AI로 복원한 유관순 열사 영상. 유튜브 캡처
불과 몇 달 전 광복 80주년에 AI는 많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유튜브 채널 AI 기억복원소 의 콘텐츠는 흑백사진 속 독립운동가를 생생한 모습으로 되살려내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댓글에는 환하게 웃으시니 너무 마음 아파요 라거나 나보다 어린 나이에 독립운동을 했다니 눈물이 난다 같은 반응이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우려를 낳고 있다 .과장된 표정과 움직임으로 독립운동가를 희화화하고 조롱하는 AI 영상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이것은 결코 장난으로 치부되거나 표현의 자유로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독립운동의 숭고한 역사를 능욕하고, 대한민국의 뿌리를 조롱한 명백한 범죄행위다.
유관순 열사를 조롱하는 내용의 AI 영상이 최근 소셜미디어 틱톡에 올라와 논란이 일고 있다. 틱톡 캡처
해외에서는 이미 AI를 통한 위인 복원 의 폐해가 공론화됐다. 지난해 10월 오픈 AI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이미지를 사용한 영상 생성이 악용돼 관련 생성 기능을 일시 중단했다. 오픈 AI는 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역사적 인물이나 유족은 그 초상을 어떻게 쓸지 통제할 권리가 있다 고 밝혔다.
오픈 AI 엑스(X) 갈무리
반면 국내의 법 제도 논의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AI 기술의 폐해를 막기 위한 법안이 발의되기는 했으나 주로 성 착취물을 생성하지 못하도록 막는 등 딥페이크 성폭력 피해 방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해 4월 사자모욕죄를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형법 개정안 등이 발의됐지만, 생성형 AI의 부작용과 결부된 본격적인 입법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AI 기술을 악용한 역사모독 행위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법적 제도적 대응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AI로 웃던 독립운동가를 AI로 울릴 수는 없다. 지금 선을 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