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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박정훈의 ESG 리터러시】삼성전자 성과급 사태가 드러낸 ESG의 구조적 딜레마

【박정훈의 ESG 리터러시】삼성전자 성과급 사태가 드러낸 ESG의 구조적 딜레마
[칼럼]
지난 5월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을 코앞에 두고 성과급 잠정합의안에 서명했다. 이 사태의 발단은 SK하이닉스가 촉발한 성과급 경쟁이었다.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는 제도를 먼저 도입하자, 삼성전자도 올해 임금협상에서 반도체를 맡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을 마련했다. 이것이 이번 합의안의 핵심이었다. 그 결과 연봉 1억 원 기준으로 DS 부문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최대 6억 원에 이를 수 있는 반면, 가전·스마트폰을 맡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600만 원 상당의 자사주에 그친다. 최대 100배 격차다. DS 부문이 주도하는 최대 노조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은 이 합의안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상대적으로 보상이 적은 DX 부문과 비메모리 사업부 직원들은 반발하며 부결 운동에 나섰다. 가결 일주일 만에 초기업노동조합에서 1만 명 넘는 직원이 빠져나가 과반 지위마저 무너졌다. 이번 삼성전자 성과급 사태는 얼핏 보면 ESG와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인다. 임금과 보상을 둘러싼 노사 문제이자 사업 부문 간 형평성의 문제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태에서 누구도 쉽게 물러서지 않은 데에는 분명한 조건이 있었다. 서로 취할 수 있는 몫이 분명히 존재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몫이 누구에게, 그리고 어떻게 분배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지만 말이다. 각자 취할 수 있는 몫이 명확할 때 이해관계자들은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ESG가 마주한 상황은 이와 정반대다. 오늘날 기업에 요구되는 ESG의 주요 과제 중 하나는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외부성을 줄이고 긍정적 외부성을 늘리는 일이다. 외부성(externality)이란 한 주체의 행동이 대가나 보상 없이 제3자에게 비용이나 편익을 안기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기업이 비용을 들여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면, 그 비용은 기업이 떠안지만 혜택은 사회 전체가 나눠 가진다. 맑아진 공기는 모두의 것이지, 그 노력을 기울인 기업의 몫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이러한 노력이 규제 비용 절감이나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그 이익은 멀고 불확실하다. 반면 그 노력에는 즉각적인 비용이 따른다. 이 때문에 기업이 외부성을 적극적으로 내부화하려는 동기는 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외부성 문제는 그동안 주로 세금과 규제 같은 정부의 개입을 통해 다뤄져 왔다. 시장이 스스로 풀지 못하는 일을 정부가 대신 맡아온 것이다. ESG는 여기에 더해 기업에게도 그 책임을 요구한다. 하지만 기업은 애초에 외부성을 떠안도록 설계된 조직이 아니다. 고객을 만족시키고 경쟁우위를 확보하며 가치를 포착하는 데 최적화된 구조다. 따라서 기업은 성과가 손익으로 귀속되는 영역에는 자원과 역량을 집중하지만, 아무리 의미 있는 활동이라도 자사의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영역에는 쉽게 나서지 않는다.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려는 시도로 흔히 거론되는 해법이 거버넌스, 곧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와 보상 체계를 손보자는 접근이다. 이러한 접근은 성과급처럼 돌아갈 몫이 분명한 문제에는 일정 부분 유효하다. 그러나 애초에 돌아갈 몫이 없는 영역에서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닌다. 아무리 정교한 규칙을 설계해도 돌아갈 이익이 없다면 이해관계자들을 참여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실마리는 기업 안이 아니라 밖에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은 저서 『Governing the Commons』에서 공유자원이 정부 규제나 사유화 없이도 당사자들의 자치를 통해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오스트롬의 통찰은 단순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만든 규칙에 참여하고, 기여와 보상이 균형을 이룰 때 공유자원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모델은 주로 경계가 분명하고 참여자가 제한된 상황에서 작동해 왔다. 기후변화처럼 경계가 흐릿하고 이해관계자가 방대한 문제에는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그래서 오스트롬은 다양한 수준의 행위자가 동시에 작동하는 다중심 거버넌스(polycentric governance)”를 제시했다. 이를 기업 맥락에 적용하면, 종업원뿐 아니라 정부, 소비자, 지역사회까지 함께 움직여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참여 주체를 넓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보상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서로 다른 이해를 가진 주체들을 어떻게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과제다. 우리는 ESG를 논할 때 흔히 기업을 중심에 놓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한 조직 내부에서도 합의가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같은 울타리 안에서도 이해관계가 충돌했다면, 기업 밖으로 확장된 문제는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환경이나 지역사회 문제에는 기업과 직원은 물론 정부, 소비자, 협력사까지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다. 이는 더 이상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기업이 ESG 실행을 위해 무엇을 더 해야 하는가를 넘어, 돌아오는 몫이 없는 상황에서 서로 다른 이해를 가진 주체들을 어떻게 움직이게 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ESG 실행의 어려움은 기업이 착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취할 수 있는 몫이 분명하지 않은 자리에서 서로 다른 주체들의 협력을 이끌어낼 방법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성과급 사태는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그 해답을 찾는 과정이 왜 그토록 어려운지를 선명하게 보여줄 뿐이다. 이것이 ESG가 품고 있는 구조적 딜레마다.  ☞ 박정훈 교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Loyola Marymount University 경영대학 조교수로 재직 중이며, 기업의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City University of New York Baruch College and The Graduate Center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경희대학교에서 국제경영학 석사 및 무역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Journal of International Business Studies, Business & Society 등 최상위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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