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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어스] 문화 콘텐츠로 만드는 ‘기후 효능감’에 대하여[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눈발이 날리던 지난 1월의 어느 날, ISQ의 포트폴리오사인 오마이어스에서 새로운 뮤지컬을 론칭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가 관람한 적이 있다. ‘어린이 뮤지컬’이었기에 어린이들로 가득찬 객석에 앉아 극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극에 대한 설렘보다는 아이들이 어떤 표정으로 극을 관람할 지 더욱 궁금한 마음으로 공연을 기다렸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고, 기존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어린이 뮤지컬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퀄리티가 높은 음악과 대사, 무대 구성에 온 시선을 다 빼앗겼다. 공연이 끝났을 때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기후변화의 메세지가 머리가 아닌, 가슴에 그대로 스며든 느낌마저 들었다. 지난 3년 간의 콘텐츠 기획 과정을 거치고 나서 이제는 그 어떤 망설임도 없이 ‘문화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라는 질문에 확신의 디딤돌을 놓고 있는 김대일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글>
오마이어스가 운영하는 저탄소복합문화공간 어스돔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김대일 대표 ©임팩트스퀘어
기후행동 문화콘텐츠, 낯설지만 필요한 이야기김대일 대표에게 간단한 기업 소개를 요청하자 ‘기후행동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기업’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기후행동 문화콘텐츠,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키워드일 수 있다. 이 키워드를 이해하려면, 오마이어스의 시작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오마이어스는 설립 초기부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상징적인 브랜드가 되고자 노력해온 기업이다. 김대일 대표는 “기후변화가 삶의 위협이 되기 시작한 이후, 모두가 아시다시피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무겁거나, 어렵거나 혹은 과격한 방식인 경우가 많았다”며 “물론 즉각적인 변화를 빠르게 만들어나가야 하는 시급함이 있기 때문에 그런 측면이 있었겠지만 오마이어스는 조금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오마이어스는 빠르게 악화되는 기후변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급진적인 방식의 솔루션들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각 개인이 작지만 적극적인 행동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기후변화는 어렵고 힘들다’라는 인식을 변화시켜 기후행동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령 기후행동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내일 당장 환경운동가가 되라고 요구한다면 이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운동을 하다보면 조금씩 근육이 붙는 것처럼, 진입장벽을 낮춰 누구나 기후행동을 위한 작은 근육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봤어요. 오마이어스는 이걸 ‘기후 효능감’이라고 칭합니다. 누구나 기후변화에 맞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효능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죠. 작더라도 확실한 일상 속 대응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면 이것 역시 문제를 풀어나가는 솔루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오마이어스는 그 첨단에 문화와 콘텐츠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오마이어스의 차별성, 전 연령을 아우르는 ‘감동적인 콘텐츠’에 있다오마이어스는 ‘콘텐츠 커뮤니티’를 표방하며 갤러리어스를 통한 전시, 블루닷/쿨해지구와 같은 프로젝트를 넘어 친환경 어린이 뮤지컬이라는 IP 콘텐츠까지 제작하고 있다. 한 해에 만도 수많은 콘텐츠가 소개되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조금씩 특성이 다른 각각의 콘텐츠는 어떤 맥락에서 생겨났으며 연결되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이에 김대일 대표는 “문화 콘텐츠는 장르와 종류에 따라 즐기는 연령과 대상이 아예 다르다는 특성이 있다”며 “어린이가 쉽게 접하는 콘텐츠가 있고, 성인이 선호하는 콘텐츠가 있는 것인데, 보통은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거나, 성인을 대상으로한 인식개선 캠페인을 하는 등 하나의 집단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지만 오마이어스는 전 연령을 대상으로한 문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야 남녀노소 불문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기후행동이 촉발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마이어스의 IP 콘텐츠 세계관 ©오마이어스
이러한 오마이어스의 철학과 전략이 깃든 대표적인 콘텐츠가 바로 ‘오,마이,어스’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IP 콘텐츠이다. 현재 기후변화가 왜 일어났고, 얼마나 문제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인 스토리라인을 가진 콘텐츠인데, 오마이어스 세계관 안에서 스토리를 따라가다보면 어떤 기후행동을 해야할 지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또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겨난다. 보통은 IP 콘텐츠를 개발한 후,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웹툰, 책, 드라마 등 복제 및 확장이 용이한 콘텐츠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어린이 뮤지컬’을 택한 이유가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말씀하신 것처럼, 보통은 재정적 수익을 위해 IP 콘텐츠 개발 후 웹툰, 책, 드라마 등으로 콘텐츠를 확장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오마이어스는 해당 IP를 활용해 ‘핑크버블의 습격’이라는 뮤지컬을 가장 먼저 기획, 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대상은 어린이였지만, 어린이와 함께 현장을 함께 방문한 성인들까지 감동과 교훈을 느끼는 ‘전연령을 매료하는’ 콘텐츠로서의 실험을 해본 것이었는데요.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사실 어린이 뮤지컬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형탈, 신나는 음악 등의 요소만 잘 배치해도 된다’는 기본 문법이 있는데, 저희는 뮤지컬 업계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신 김문정 감독님과 대극장 배우를 섭외하여 극을 만들었습니다. IP 자체는 톡톡튀고 귀여운 컨셉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아이들이 열광할 수 있는 요소가 되었지만, 그저 아이들의 보호자로서 현장을 찾았던 성인들까지 높은 퀄리티의 음악과 대사, 스토리를 보고 ‘기후행동’이라는 개념과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닫는 시간이 되었다는 많은 리뷰를 많이 받았어요. 저는 문화와 콘텐츠가 주는 감동, 울림이 새삼스럽지만 중요한 인식 개선의 계기가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오마이어스 IP를 활용한 콘텐츠 ‘핑크버블의 습격’ 관련 포스터 ©오마이어스
전 연령을 아우를 수 있는, 감동과 여운이 있는 높은 퀄리티의 콘텐츠가 주는 영향력을 실감한 뒤, 오마이어스는 뮤지컬의 후속편을 준비하는 한 편, 기존 IP를 활용한 갤러리 전시, 기후행동 플랫폼, 행사 등을 연결하여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때, 모든 온/오프라인 콘텐츠는 뮤지컬에 활용된 오마이어스 IP를 중심으로 강력하게 뭉치고, 다른 한 편으로는 콘텐츠별 성격에 따라 전달 방식에 변주를 주어 주요 참여 대상들의 효용을 높이려 하고 있다.오마이어스가 진정성있게 전달하는 메시지 덕분이었을까. 최근에는 오마이어스에서 운영하는 저탄소복합문화공간 ‘어스돔(Earth Dome)’ 카페에서 열린 ‘저탄소 비건 신메뉴 시식회’에 작가, 소믈리에, 기후행동 관련 전문가 등이 앞다투어 참여했다고 한다. 단지 메시지가 아니라, 작더라도 직접적인 행동을 쌓아가려는 오마이어스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지난한 문제 해결의 길, 그럼에도 불구하고사실 문화예술로 사회변화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매우 지난한 일이다.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들, 모든 변화가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가 더욱 많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오마이어스 역시 경제적인 측면에 우선 집중했다면 조금 더 빠른 길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그럼에도 문화예술 콘텐츠에 임팩트를 담아내는 작업을 지속하기는 원동력이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기본적으로는 ‘모두가 기후행동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마중물이 되고 싶다’는 소망이 가장 큽니다. 여기에 조금 더 장기적으로 나아간다면 한국이 기후행동 선도 국가가 될 수 있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한국은 콘텐츠 강국으로서 다양한 K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기후환경과 관련한 정책과 애드보커시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뒤쳐져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에서 문화와 콘텐츠만이 할 수 있는, 강한 감동과 감화의 순간을 만들어서 변화를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종내는 정책이나 규제가 아닌, 강력한 문화와 연대를 통해 만들어나가는 변화가 가장 멋있는 일이라는 것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사실 오마이어스는 설립 이후, 약 3년 간은 수익적 관점보다는 만들어나가고 싶은 변화상을 선명하게 하고, 방향성을 구체화하는 데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그는 “창업 초기에는 ‘문화 콘텐츠로 기후행동을 만들어낼 수 있겠어?’하는 의심 혹은 우려 섞인 눈초리도 많이 받았다”며 “하지만 ‘변화를 만들어내려면 그 전에 영향력이 어디에서 만들어지는지 알아야 한다’, ‘우리의 영향력을 통한 근본적인 변화가 어떻게 가능할 것인지 보여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레퍼런스가 없다면 더 넓은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조금 돌아갈 지라도 완성도를 높이고, 문화 콘텐츠로서의 감동을 줄 수 있는 레퍼런스를 우선 쌓자’, ‘그렇다면 자연스레 동참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라는 나름의 마일스톤을 단단히 붙잡고 지나왔다”고 말했다. 이런 사고의 흐름을 거치고 나니 경제적 가치는 이 이후에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는 확인이 들었기 때문이다.결국 오마이어스는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계속해서 만들어나가고, 그것이 또 다른 아티스트 및 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선순환 과정을 가장 먼저 확인하고자 했다. 이 선순환 과정이 만들어지고 나면 오마이어스가 그리는 비전으로 데려다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김대일 대표는 “그래서 오마이어스는 후원 작가를 선정할 때에도 좋은 작품은 기본이되 기후변화를 진심으로 우려하고, 이것을 바꿔나가고자 하는 진정성이 있는지를 최우선으로 본다”고 말했다. 진정성이 있는 아티스트들과 함께 할 때 연대와 집단지성이 생길 것이고, 이것이 문화 콘텐츠 영역 안에서 이전까지는 상상해보지 못 한 반향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믿음에서 였다. 그는 이러한 믿음, 혹은 기대가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정한 상상력으로 지구를 새롭게 이야기’하는 오마이어스가 그리는 미래앞으로의 목표 혹은 기대가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김대일 대표는 90년대 초반에 많은 학자들이 ‘닷컴시대’의 등장을 예고한 것을 예로 들었다. 당시 곧 컴퓨터로 편지를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그게 가능할 것이냐’ 내지는 ‘가능하게 되더라도 얼마나 활용되겠느냐’ 하는 시선들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모든 사람들이 이메일을 쓰기 시작하는 데에는 3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제가 요즘 ‘김대일의 기후행동의 시대’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데, 해당 칼럼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지금 사회에서 머지않아 산업과 제도는 우리가 이제 원하든 원하지 않든 기후행동의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게 할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도 탄소중립에 동참하는 사람에게 금리나 통신비를 할인해주는 제도 같은 것이 생겨나고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일텐데요. 저는 앞으로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정의하는 방식에는 기후행동으로써의 친환경 라이프 스타일, 필(必)환경 라이프 스타일이 중시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더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것이죠. 필환경 스타일을 추구하지 않으면 도태되거나, 손해를 보는 사회가 올 것입니다.”오마이어스는 올해에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기 위해 캠페인 운영 및 플랫폼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캠페인은 대국민 참여 캠페인의 형태로, 언론과 민관이 협력하여 환경 중심의 아티스트, 대중이 모여 함께하는 ‘기후공명 프로젝트’라고 귀띔해주었다. 또한 상당 수준 기획이 완료된 ‘북극원정대’라는 프로그램을 추진해 지상파 방송에 기후행동의 중요성을 알리는 미디어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선 캠페인과 미디어 프로젝트 외에도 오마이어스, 핑크버블 IP를 활용한 미디어아트로 일반 대중 분들께 더욱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저는 ‘기후효능감’이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말 그대로 때로는 막막하게 느껴지는 기후변화의 과정 속에서 ‘그럼에도 내가 무엇인가 해볼 수 있다’라고 느낄 수 있는 작은 접점을 계속해서 만들어가고 싶어요. 그걸 문화와 예술이 줄 수 있는 감동과 감화의 영역에서 더 쉽게, 더 따뜻하게 경험할 수 있다면 기후변화의 위기 속에서 지친 개인과 사회가 더욱 힘을 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마이어스는 바로 그 지점에서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여러분의 눈길 닿는 곳마다 오,마이,어스를 파견시켜둘테니 혹시 만나게 된다면 반가운 마음으로 함께 즐겨주시면 단지 그것으로 충분합니다.”작성자 : 임팩트스퀘어 김소선 책임매니저
소선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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