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감사위원회 신설 옥상옥 아닌가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정책조정위원장(왼쪽 첫 번째)이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협 개혁 입법 관련 농업협동조합장과의 간담회 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 4. 16 연합뉴스
작금의 농협 운영 상황과 중앙회장의 금품수수 혐의 등은 많은 농업인과 국민들에게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고 있다. 따라서 농협이 크게 개혁되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난 1일 농림수산식품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당정협의회에서 합의한 농협개혁 방안은 대체로 공감하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 둘 포함되어 있다. 하나는 ‘독립법인인 농협감사위원회 신설’이고, 다른 하나는 ‘농협중앙회장 선출방식 변경’(1110명의 전체 조합장이 선출하는 방식을 약 187만 명인 전체 조합원이 선출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먼저, ‘독립법인인 농협감사위원회 신설’ 건을 살펴보자. 당정은 농협조직 전반(조합, 중앙회, 금융지주, 경제지주)에 대한 감독을 충실하게 하기 위해 별도의 감독기관을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일리가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작금 농협의 부패와 타락은 내부 통제가 미흡하게 이뤄진 결과이기도 하지만, 외부 감독이 소홀했던 이유도 있기 때문이다. 농협 내부의 책임뿐만 아니라 정부 등 외부 감독기관의 책임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내부 통제와 외부 감독 체계를 강화하려는 당정의 개혁 방향은 기본적으로 정당하다. 그런데, 외부 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감독기관을 독립법인으로 신설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현행 법률로도 농식품부 장관이 농협에 대한 포괄적인 감독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감독기관을 신설하지 않고도 농식품부가 마음만 먹으면 농협에 대한 감독을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새로운 감독기관을 독립법인으로 신설하려면 인적·물적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 것이고 그 비용을 농협에 떠넘길 것으로 예견된다. 차라리 농식품부 장관의 감독권을 지방자치단체에 적절히 위임해서 감독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럼에도 정부가 굳이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려고 한다면, 이번 기회에 농협뿐만 아니라 수협, 중소기업협동조합, 신협,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엽연초생산협동조합,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을 포괄하는 가칭 ‘협동조합감독원’의 신설을 고려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왜냐하면, 최근 거론되는 협동조합의 부패와 타락은 농협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협동조합에서도 발생할 개연성이 크므로 협동조합 섹터 전반을 포괄적으로 감독하는 기구를 신설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편, ‘농협감사위원회’를 별도 법인으로 신설하면 현행 법에 규정된 농식품부 장관의 감독권은 폐지되는지 여부도 의문이다. 만일 농식품부 장관의 감독권이 유지된다면 중복 감독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고, 농식품부 장관의 감독권이 폐지된다면 농식품부가 농협에 대한 감독 권한을 포기하고 동시에 감독 책임에서도 벗어나고자 하는 것인지가 궁금하다.
다음으로 ‘농협중앙회장 조합원 선출제’에 대해 다시 살펴보려 한다. 조합원 선출제를 주장하는 배경과 취지에 대해서는 심정적 공감이 간다. 왜냐하면, 중앙회 운영에 실망하고 분노한 농민들이 전체 조합원들의 손으로 중앙회장을 뽑아야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어’ 농협 개혁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회는 회원조합의 연합단체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중앙회장에 대한 선거권은 ‘조합원’에게 있지 않고 ‘회원조합’에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회원조합이 법인이기 때문에 회원조합의 대표권자인 조합장이 중앙회장 선거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사단법인인 농협중앙회는 ‘구성원의 의사에 따라’ 운영돼야 하는데, 이 경우 농협중앙회의 ‘구성원’은 ‘조합원’이 아니고 ‘회원조합’이다.
그리고 만일 농협중앙회장을 전체 조합원이 선출한다면, 앞에 열거한 다른 협동조합들의 중앙회장도 조합원이 직접 선출해야 한다는 요구가 비등하게 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협동조합 중앙회장 선거가 온통 정치판이 될 우려가 있고 사회적 낭비도 늘어날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대한민국의 모든 상공업 종사자가 직접 선출해야 하는가?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전국의 모든 노동자들이 직접 선출해야 하는가? 전농(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도 전국의 모든 농민들이 직접 선출해야 하는가? 엄청난 낭비와 혼란이 초래될 것이 우려된다. 연합단체의 대표는 연합단체의 회원(법인)이 선거권을 갖는 것이 법적으로 타당하고 합리적이다.
이런 지적을 면밀하게 따져 농식품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농협개혁 방안을 다시 숙고했으면 한다. 그리고 농협개혁 방안 중 일부 사항에 대해 다른 의견을 제기하는 것을 ‘기득권 옹호 세력’의 반(反)개혁 움직임으로 폄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제도 안에서 얼마든지 다른 의견을 제기하는 자유가 보장되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농협개혁은 전폭 찬성하지만 그 수단과 방법 모두 합법적이며 합리적이고 적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