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주요국 잇따라 금리 동결…한국은 연 2회 인상?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불법침공으로 인해 유가가 폭등하고 폭등한 유가가 인플레이션을 밀어올리자 미국과 영국에 이어 유로존(유로화 사용 21개국) 통화당국도 금리를 동결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주요국 중앙은행들을 강타하는 가운데 미 연준이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긴 했지만 매파적 결정이어서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이 한결 높아졌다. 이런 와중에 국내 증권가에선 한국은행이 연내에 기준금리를 최대 2회까지 인상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와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중동전쟁발 인플레이션 우려에 ECB도 금리 동결해
유럽중앙은행(ECB)은 30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예금금리(연 2.00%)와 기준금리(2.15%), 한계대출금리(2.40%) 등 정책금리를 모두 변동 없이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CB는 통화정책이사회는 현재의 불확실성을 헤쳐나가기 좋은 위치에 있다”면서 최근 들어온 정보는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기존 평가에 대체로 부합했지만 물가 상방 리스크와 경제성장 하방 리스크는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유로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잠정치)은 3.0%로 중동전쟁으로 인한 고유가가 반영되기 시작한 지난달 2.6%에서 더 뛰었다. 물가가 ECB 중기 목표치 2.0%를 웃도는 반면 1분기 유로존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1%에 그쳐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둔화) 우려를 키웠다.
ECB는 전쟁이 중기 인플레이션과 경제 활동에 미칠 영향은 에너지 가격 충격의 강도와 지속 기간, 간접 효과와 2차 효과의 규모에 달려 있다”며 전쟁이 오래 지속되고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오래 유지할수록 물가 전반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중동전쟁 불확실성 탓에 정책금리를 움직이기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독일 예술가 오트마르 회를의 유로 로고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2016년 6월 2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ECB) 옛 본부 앞에 설치된 모습이 사진에 담겨 있다. 시 당국과 ECB는 유로파 유니온의 노력 덕택에 이 작품이 보존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5. 12. 08 [AFP=연합뉴스]
라가르도, 인플레이션이 중기적으론 안정될 것”
한편 라가르드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라 인플레이션은 단기적으로 2%를 훨씬 웃도는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에 대한 지표는 대부분 2% 수준에 머물러 인플레이션이 중기적으로 목표치 근처에서 안정될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에너지 충격의 규모가 제한적, 단기적이라고 판단되면 무시한다는 전통적 처방이 적용돼야 한다”며 물가가 목표치에서 지속적으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되면 대응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과거 오일쇼크 당시 스태그플레이션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1970년대에는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이어졌고 실업률도 몹시 높았다. 통화와 재정 체계는 지금과 많이 달랐다. 우리는 지금 상황에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용어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금리 동결로 유로존 통화정책 기준인 예금금리와 한국 기준금리(2.50%)의 격차는 0.50%포인트(p)로 유지됐다. 유로존과 미국(3.50∼3.75%)의 금리 차이는 1.50∼1.75%p다.
ECB는 2024년 6월부터 1년에 걸쳐 예금금리를 2.00%p 내린 뒤 지난해 7월부터 이날까지 일곱 차례 회의에서는 모두 동결했다.
시장은 ECB가 오는 6월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인상한 뒤 연말까지 두 차례 더 올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다만 이날 금리 동결 결정 이후 6월 금리 인상 기대치를 26bp(1bp=0.01%p)에서 22bp로 소폭 낮췄다.
베렌베르크은행의 펠릭스 슈미트는 오늘 발표된 경제 지표가 금리 인상을 정당화할 정도는 아직 아니다”라며 지금까지 인플레이션은 오직 에너지 가격 상승의 직접적 영향이다. ECB는 앞으로 몇 달 동안 간접적 영향이 얼마나 크게 나타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도 이날 통화정책위원회(MPC)에서 기준금리를 연 3.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잉글랜드은행은 지난해 12월 0.25%포인트 인하를 마지막으로, 올해 들어 열린 세 차례 통화정책위원회에서 연속해서 동결을 결정했다.
지난주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3%로 잉글랜드은행 목표치 2%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자동차 연료 등 에너지 비용이 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렸다.
잉글랜드은행은 이날 성명에서 중동 분쟁으로 글로벌 에너지 가격 전망이 매우 불확실하다 고 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로이터 연합뉴스
미 연준 금리 인하 사이클 종결되고 인상으로 방향 트나?
앞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9일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다. 연준은 지난해 9·10·12월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1월과 지난 3월에 이어 세 차례 연속 동결 결정을 내렸다.
주목할 대목은 지난달 29일 FOMC 회의에서 통화 완화 편향 문구에 반대한 위원 3명이 나왔다는 사실이다.
연준 다수 위원이 금리 인하 사이클이 아직은 종료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가운데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이 같은 입장이 조만간 바뀔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29일 FOMC 후 회견에서 완화 편향 문구의 조정 가능성에 대해 특정 시점에서 변화가 이뤄질 수 있으며 그 변화는 이르면 다음번 회의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을 종료하고 인상으로 선회할지 시장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12월 10일 워싱턴 D.C.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본부에서 열린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틀간의 회의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25.12.10. 로이터 연합뉴스
금리동결기조 유지 전망에서 연내 인상으로 급선회한 국내 증권가
이런 변화를 반영하듯 국내 증권사들은 금리와 관련된 기존 전망을 빠르게 수정 중이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각 증권사는 최근 보고서 등을 통해 한은이 올해 최소 1번 이상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 2월 말까지만 해도 당분간 기준금리 동결 구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고 인하 가능성까지도 열어뒀던 기존 입장에서 크게 물러선 것이다.
유진투자증권 조유나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로서는 국내 기준금리 동결을 확신할 수 없고, 매우 강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면 인하 가능성은 없다”며 종전 및 국제유가 수준 등 복잡한 조건부이기는 하지만, 인상을 열어놓고 대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언급했다.
키움증권 안예하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은 올해 최소 1번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인상 가능성은 하반기 열려 있다 고 짚었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자료 : 한국은행, 미국연방준비제도(Fed)
기준금리에 대한 전망이 불과 2개월 새 이처럼 크게 바뀐 데에는 2월 말에 발발한 이란 전쟁과 GDP(국내총생산) 증가율이 꼽힌다.
이란 전쟁이 2개월 넘게 지속하면서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훌쩍 넘는 등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지난달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GDP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를 크게 웃돌면서 물가 상승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집계한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속보치)은 1.7%로, 지난 2월 제시한 1분기 성장률 전망치(0.9%)의 두 배에 달했다.
심지어 연내 두 차례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투자증권은 한은이 오는 8월과 11월 한 차례씩 2회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기존 하반기 1회 인상 전망에서 변경한 것이다.
최지욱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생산 갭률이 양수(실제 GDP>잠재 GDP)이고 금융 상황이 완화적임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를 2회 인상해도 실물경기 및 금융 여건을 위축시킬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예상했다.
삼성증권은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내년에 두 차례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성태 연구원은 성장 전망의 개선을 고려해 한은의 기준금리 전망을 기존 장기 동결에서 연내 동결 및 2027년 두차례 인상한다”며 이는 2분기 휴전 시나리오에 기반한 것”이라고 전했다.
증권사들의 이같은 전망은 금리 결정을 함에 있어 물가안정을 최우선에 놓겠다는 신현송 한은총재의 발언과 맞물리며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부동산을 포함해 자산시장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에겐 주목해야 할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5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4.15,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