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위험 눈앞인데 내부 정리 안되는 카카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판교 카카오아지트. /사진=황재희 기자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초유의 위기를 겪고 있는 카카오가 고강도의 경영 쇄신에 나섰다. 그러나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고경영진이 사법리스크로 언제든 공석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그 자리를 대체할 카카오 임원진은 불협화음과 갈등으로 사분오열로 갈라져 있기 때문이다. 외부로부터의 치명적 위험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내부 불길은 잡히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원인은 스타트업 성장전략, 특히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를 유지한 채 내부 통제력을 소홀히 해 온 탓이 크다. 경영진 먹튀 논란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C레벨 임원들의 일탈행위가 이어졌던 것이 시스템 실패의 방증이다. 전사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카카오의 경영 쇄신의 '내용'보다 '주체'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경영 쇄신을 주도하는 이는 김정호 경영지원총괄. 하지만 김 총괄은 지난 9월 CA협의체에 합류한 후 폭언 논란, 내부 경영실태 폭로 등 거침없는 행보로 이슈의 중심에 서 있다.
카카오 내부에서 김 총괄을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하다. 쇄신 속도가 빨라졌다며 응원하는 목소리 한편으로는 의혹을 기정 사실인 양 몰고갔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실제 김 총괄이 제기한 건설 비리 등은 담당자가 적극 반박하면서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단계다. 일방적인 김 총괄의 방식에 벌써부터 피로감을 느낀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이에 카카오 노동조합(노조)인 크루유니언은 경영 쇄신 참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 카카오 노조는 비리 의혹에 연루된 경영진 뿐 아니라 김 총괄도 문제가 있다며 양 측에 대한 조사와 처벌을 주장하고 있다.
경영 쇄신을 예고했지만 카카오 내부는 아직도 혼돈 그 자체다. 그럼에도 경영쇄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침묵하고 있어, 카카오의 근본적 변화를 유도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김범수 센터장은 전날 판교 카카오아지트에서 열린 6차 비상경영회의에서 공식적인 발언을 삼갔다. 이날은 김 센터장의 측근인 김정호 총괄의 내부 폭로와 카카노 노조의 입장문 발표로 인해 그간 열린 비상경영회의 중 가장 주목을 받았던 날이었다.
김 센터장은 회의 전후로 취재진들에게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카카오도 매주 회의 내용을 공개했던 이전과 달리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밝히지 않았다. 김 센터장과 카카오 측의 침묵은 김 총괄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김 총괄은 김 센터장의 30년지기로 경영 쇄신의 키를 맡길 정도로 김 센터장의 신뢰가 두텁다. 그러나 내부의 동요를 다독여야 할 김 총괄이 폭언과 내부 폭로로 반발을 부르자 당혹감을 느낀 김 센터장이 침묵을 택했다는 것이다.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 /사진=브라이언임팩트
다만 김 총괄이 김 센터장의 '복심'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거침없는 행보를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김 총괄은 꾸준히 경영진에게 의혹을 제기하며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4일 비상경영회의장에 들어가면서 "외부 소통을 이제 못한다"며 입을 닫았던 김 총괄은 회의 직후 일부 언론에 음모론을 제기했다. 카카오 일부 경영진들이 비리 혐의 조사 과정에서 일부러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는데, 조사 담당자인 김 총괄의 폭언을 유발시킨 후 이를 사내 윤리위원회와 노조에게 신고했다는 주장이었다. 김 총괄에게 흠집을 내는 방식으로 비위행위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지 않게 방해했다는 얘기다.
김 총괄이 이처럼 뉴스메이커가 된 덕분에 김 센터장에게 쏠린 시선이 분산되고 있다. 때문에 김 총괄의 행동은 고도의 계산이 깔린 전략적 선택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오너리스크를 축소하는 한편, 고강도 쇄신의 당위성을 부각시키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카카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쇄신을 맡긴 김정호 총괄이 무너지면 김범수 센터장이 더는 내세울 사람이 없어진다"라며 "김 센터장이 자신의 측근을 경영쇄신 적임자로 내세운 만큼 모든 시나리오는 둘 사이에 공유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김 총괄은 자신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카카오 내부망에 막말 논란과 SNS에 경영실태를 공개한 일에 대해 사과하고, 윤리위원회에 셀프 징계도 요청했다. 자신의 행동이 '내부에서는 모든 정보를 공유하되 외부에 대해선 절대적인 보안을 유지하자'라는 카카오의 '100대0 원칙'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총괄의 요청은 카카오의 원칙에 벗어난 행동을 한 사람은 누구도 용납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나 다름없다. 이는 전면적인 조사에 불만을 갖는 구성원들에게 던지는 경고이기도 하다.
4일 오전 비상경영회의가 열린 판교 카카오아지트에서 카카오노조 크루유니언이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사진=황재희 기자.
다만 경영 쇄신이 순조롭게 진행되려면 구성원의 협조는 필수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김 총괄에게 구성원들의 거부감은 상당하다. 그간 조직 내 '불통' 문제가 누적된 까닭이다. 이에 김 총괄을 포함해 0에서 시작하는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김 센터장과 일부 경영진들이 모여 진행하는 카카오 비상경영회의 방식이 '불투명하다'고 문제 삼으며 구성원들의 참여를 대안으로 제안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날 김 센터장의 침묵에 대해 데일리임팩트에 "경영 쇄신을 최측근에 맡기다보니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되더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며 "그간 끊임없이 크루(카카오 직원)들이 경영진 비리 의혹과 인사방식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대화를 하자고 했는데 이를 무시한 결과 지금과 같은 위기 사태가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경영실패에 책임이 있는 경영진들과 창업자 최측근이 주도하는 경영 쇄신은 의미가 없으니, 구성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게 노조 참여를 보장해달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서승욱 지회장은 "(노조가 경영 쇄신을 위해 참여한 사례가 있는지) 아직 확인을 못했지만 좀 더 폭을 넓혀보면 충분히 어떤 노사간의 사회적 대화 모델이 존재한다고 생각을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역시 카카오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내부 혁신이 필요하고, '소통'을 통해 그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구성원들의 조력을 끌어내기 위해선 노조의 참여와 같은 완전히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는 점에도 공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우리나라 현실상 노동이사제가 허용된 공공기관 이외에는 민간기업에서 노조의 경영 참여가 쉽지는 않다"면서도 "김범수 센터장이 좀 더 적극적으로 노조와 일반 직원들과의 소통 채널을 키우고 스킨십 경영을 펼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어 황 교수는 "지난 5년 간 김 센터장이 노조 관계자와 미팅을 갖지 않은걸로 알고 있다. 진정성 있는 소통의 행보를 보이지 않았는데 측근들로 구성된 비상경영회의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쇄신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쇄신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