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이라더니..EU의 PHEV 인증방식, 연비 착시 논란 확산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독일의 프라운호퍼 시스템·혁신연구소(Fraunhofer ISI)의 홈페이지.
유럽에서 판매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이하 PHEV)의 실제 연료 소비량이 제조사 인증치의 최대 3배에 달한다는 대규모 실주행 분석 결과가 나왔다. 친환경 과도기 차량으로 홍보돼 온 PHEV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영국 환경 전문 매체 에디(edie)와 미국 매체 클린테크니카가 최근 독일의 프라운호퍼 시스템·혁신연구소(Fraunhofer ISI)가 약 100만 대의 PHEV 실주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일부 차량이 제조사 주장보다 세 배 많은 연료를 사용했다”고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100km당 6ℓ”…인증치의 3배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2021~2023년 생산된 PHEV 약 100만 대에서 무선으로 전송된 실주행 연료소비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는 유럽연합(EU) 형식승인(type-approval) 인증 수치가 아니라, 실제 도로 주행 중 기록된 온보드 연료소비 모니터링(OBFCM) 데이터다.
연구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사들은 통상 100km당 1~2ℓ 수준의 연료 소비를 주장해 왔다. 그러나 조사 대상 차량의 평균 실제 소비량은 100km당 약 6ℓ로 나타났다. 공인 수치의 약 3배 수준이다. 일부 모델은 형식승인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5배 높게 집계됐다.
연구진은 PHEV가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을 오가며 작동하는 구조가 주요 원인 이라고 밝혔다.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을 병행 사용하는 과정에서 내연기관이 예상보다 자주 작동한다는 것이다. 배터리 충전이 충분하지 않거나 운전자가 충전을 습관화하지 않을 경우, 차량은 사실상 일반 하이브리드차처럼 운행된다.
프라운호퍼 연구진의 패트릭 플뢰츠(Patrick Plötz)는 독일 방송 SWR에 실도로 배출 데이터를 규제에 반영해야 한다”며 도로 주행 시 배출 한도를 준수하지 못하는 제조사에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브랜드 소비량 높아…포르쉐 7ℓ
브랜드별로는 독일 제조사 차량의 평균 연료 소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고급 모델인 포르쉐 PHEV가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으며, 100km당 약 7ℓ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기아, 도요타(NYSE: TM), 포드(NYSE: F), 르노(EPA: RNO) 등 일부 비독일 브랜드의 PHEV는 상대적으로 낮은 연료 소비량을 보였고, 일부는 100km당 1ℓ 미만을 기록한 사례도 있었다고 연구는 밝혔다.
포르쉐는 독일 방송 SWR 질의에 대해 차량의 연료 소비 수치는 법적으로 규정된 EU 측정 절차에 기반한다”며 실주행 편차는 운전 습관과 도로 조건 등 사용 패턴 차이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자사 측정 방식이 EU 법적 요건을 충족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는 현행 연료 소비 및 CO₂ 산정 방식을 신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EU 규제 재설계 요구…정책 파장
프라운호퍼 ISI와 외코연구소(Öko Institute)가 공동 수행한 이번 연구는 61쪽 분량으로, PHEV의 실제 연비와 형식승인 수치 간 격차가 EU 차량 평균 CO₂ 규제 준수 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는 형식승인 연비와 실제 소비를 결합하는 ‘유틸리티 팩터(UF)’ 산정 방식을 재검토하고, PHEV 규제 체계를 실주행 데이터 기반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에너지·기후정보유닛의 교통 책임자인 콜린 워커(Colin Walker)는 이번 보고서는 PHEV가 약속한 성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추가 증거”라며 영국 정부의 무공해차 의무판매제(ZEV Mandate) 개편이 오히려 이들 차량 판매를 장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는 최근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를 통해 무공해차 판매 목표 달성에 필요한 크레딧을 더 많이 인정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한 바 있다.
연구진은 기후 혜택은 배터리 전기 모드로 운행될 때에만 발생한다”며, PHEV 연료 소비 측정 방식에 대한 보다 엄격한 기준 도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프라운호퍼 시스템·혁신연구소(Fraunhofer ISI)는 독일의 프라운호퍼 학회 산하 연구소로, 혁신과 시스템 연구가 전문이다. 지난 1972년 설립되어, 유럽 최고 수준의 혁신 연구 기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자동차 업계의 전동화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EV) 전환이 지연되는 시장에서 PHEV를 ‘현실적 대안’으로 내세워 왔다. 그러나 실제 주행 데이터와의 괴리가 확인될 경우, 인증 체계 전반에 대한 개편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