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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은 경찰에게, 공소권은 검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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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이원화 구조를 일원화하고, 수사 범위도 9대 범죄에서 6대 범죄로 축소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공소청에도 보완수사권이 아닌 보완수사요구권 만 허용하기로 당내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가 끝난 뒤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해서는 수사권은 인정하지 않고 보완수사 요구권 을 허용하되,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방안을 열어놓고 마련하도록 입장을 정했다 고 밝혔다. 일단은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아직도 모든 걱정이 말끔히 없어진 건 아니다. 그간 10월 검찰청법 폐지와 함께 새로 출범하게 될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줄지 여부를 두고 지루한 논쟁이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공소권을 제외한 일체의 권한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인 상황에서도 국민에게 있을지 모를 불이익을 근거로 ‘예외적’ 단서를 달아 보완수사권은 필요하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월 21일, 이재명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의 언급도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었다. 검찰 보완수사권 논란, 이 말이 옳으냐, 저 말이 옳으냐 이날 이 대통령은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공소청 검사가 보완수사를 하지 않는 것이 맞다”는 전제 하에, 다만 일부 수사의 특수한 어려움을 언급하며 보완수사권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정부와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 전문가와 토론하여 (검찰청법이 폐지되는) 10월까지 여유를 가지고 결론을 내리자”는 취지로 정리했다. 대통령의 언급이 있고 난 후 여론은 더욱 시끄럽게 흔들렸다. 각자의 입장으로 대통령의 발언을 해석하면서 이슈는 또 다른 이슈로 이어졌다. 보수 일간지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보완수사권’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굳이 이 대통령의 발언을 들지 않더라도 검찰 개혁의 핵심은 검찰에서 권력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 구제와 인권 보호가 최종 목표가 돼야 한다’고 했다. 보완수사권을 주지 않는 검찰개혁이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다. 반면 여당 내에서도 가장 단호하게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보완수사권을 인정하면 검찰은 공소청으로 간판만 바꿀 뿐 하나도 달라지지 않는다”며 예외로라도 보완수사권을 준다면 검사의 예산과 인력이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고, 이는 ‘전건 송치’(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도록 하는 제도) 하라는 뜻”이라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이렇듯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줄지 여부를 두고 치열하게 대립하는 상황이 보통의 시민들에게는 혼란스럽기 그지 없었다. 이 말을 들으면 그것이 옳은 것 같고, 저 말을 들으면 또 저 말이 옳은 것 같다. 하물며 대통령 말씀도 원칙상 보완수사를 안 하는 게 맞는데, 일부는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게 좋다는 취지이니 더욱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의원총회에 공소청법·중수청법에 대한 정부안을 설명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관계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6.2.5. 연합뉴스 전두환이 선심 쓰듯 풀어 준 ‘야간 통금’ 이런 와중에서 문득 오래된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1982년 1월 5일 밤 0시를 기해 전격 해제된 우리나라의 ‘야간 통행금지’를 둘러싼 논란이다. 1979년 12.12 군사반란과 80년 5.17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은 7년 단임제로 헌법을 개정한 후 이듬 해 2월 25일, 12대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하지만 광주 시민을 학살한 군부 독재자 전두환을 어느 국민이 좋아할까. 이에 전두환은 몇 가지 국민 유화정책을 구상하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1982년 1월 5일 0시를 기해 단행한 ‘야간 통행금지’ 해제였다. 지금의 40대 이하 세대는 상상하기도 어렵겠지만 대한민국에서의 ‘야간 통행금지’ 정책은 일제강점기가 끝난 직후인 1945년 9월 8일부터 실시되었다. 그때 조선을 점령한 더글러스 맥아더 사령관이 자신의 명의로 첫 번째 포고령을 발표하는데 그것이 치안 유지를 목적으로 한 서울과 인천에서의 야간 통행금지 명령이었던 것이다. 이후 야간 통행금지는 전국으로 확산되어 만 36년 4개월 동안 대한민국의 밤을 지배했다. 그래서 1945년 9월 8일부터 1982년 1월 5일까지 일부 시간차 변동이 있었지만 대략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특별한 허가증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도 돌아다닐 수 없는 암흑천지가 되었던 것이다. 어쩌다가 야간 통행금지가 풀리는 날도 있었다.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 이브나 부처님오신날, 그리고 신정 공휴일과 대통령 취임식 같은 날이었다. 그런 날이면 사람들은 괜한 해방감으로 밤새 거리를 배회하며 돌아다녔다. 하지만 이날을 빼고 야간 통행금지를 위반하다 체포되면 파출소에 연행되어 유치장 구금 후 약식 재판에 넘겨져 범칙금을 내야 풀려 날 수 있었다. 운이 나쁜 사람은 아예 인생을 망친 경우도 있었다. 1972년 박정희 유신 독재 초기 때와 1980년 전두환 군사쿠데타 직후에는 야간 통행금지 위반을 이유로 악명 높은 ‘삼청교육대’나 ‘형제복지원>에 끌려간 피해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밤 12시 이전에 귀가하지 못한 이유로 인’생 자체가 파멸된 어처구니없는 국가폭력 사례였다. 이런 야간 통행금지가 해제된다고 하니, 국민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좋았겠는가. 전두환은 그것을 노린 것이다. 통금 해제도, 의약분업도 무작정 반대하지 않았나 그런데 환영받을 줄 알았던 해제 발표를 하니 예상치 못한 반응이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반대 논리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당장 나온 반대 논리는 유흥업소 확산과 이로 인한 가정 파탄 우려였다. 통금을 해제하면 남편들이 귀가를 하지 않고 술집으로 갈테니 밤새 유흥업소가 번성하고 이로 인해 가정이 파탄날 것이라며 주부단체를 중심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두 번째는 이와같은 유흥업소가 밤새 영업을 하면서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국가 재정도 파탄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뒤를 이었고, 청소년 범죄 증가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졌다. 뿐만 아니었다. 야간 통행금지가 풀리면서 좀도둑도 마음대로 돌아다니게 되었으니 나라 전체가 범죄 천국이 될 것이라며 정책의 제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야말로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가 끝도 없이 나왔다. 그런데 어떤가. 1982년 1월 5일 야간 통행금지 해제 후 오늘까지 만 44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반대 논리는 얼마나 우스운가. 마찬가지로 2001년 7월 1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약사법 개정안으로 현재 안정적으로 정착된 의약분업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의약분쟁만큼 ‘처절하고 어려웠던’ 갈등의 역사도 드물었다. 의사와 약사의 독립된 업무 권한을 어떻게 볼 것이냐를 두고 대립한 끝에 내려진 그 유명한 결론은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였다. 보완수사권 대신 독립 감찰기관 설치, 법왜곡죄 입법으로 이것이 답이다. 마찬가지다. 지금의 보완수사권 논란 역시 다를 것이 무엇인가. ‘수사는 경찰에게, 기소는 검찰에게’ 하자는 것 아닌가. 그것이 상식이고, 다른 선진국가에서도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확인되지도 않은 국민의 불이익’ 운운하며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거 야간 통행금지 해제 시 발생할 수 있는 황당한 문제들을 제기하며 반대하던 그때의 억지를 연상케 한다. 필요하다면 제도는 보완할 수 있다. 보완수사권 대신 ‘보완수사요구권’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에 있을 수 있는 국민의 수사 과정상 피해 보호 방안으로는 수사기관 협의체 설치, 법관·검사가 고의로 법리를 왜곡·조작할 경우 처벌하는 법왜곡죄 입법, 독립 감찰기관 설치 등이 제시되고 있다. 이런 대안을 외면하면서 오직 보완수사권만 요구한다는 것은 다시 ‘과거의 무소불위 검찰 시대로’ 돌아가자는 억지와 무엇이 다른가. 이는 검찰에게 공소권을 제외한 어떠한 수사 권한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국민 다수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청 검사에게 공소권 외에 어떠한 ‘예외적인’ 보완수사권도 주지 않겠다는 결정을 함으로써 수사·기소의 분리 원칙을 끝까지 관철시킬 것임을 믿고 지켜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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