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볜장애인협회와 국경 넘은 10년의 ‘따스한 온기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사랑의연탄 일행이 지난달 중국 옌볜 조선족자치주 방문 일정을 쪼개 10년째 이어진 석탄 지원을 받아 따뜻한 겨울을 나는 장애인 가정을 방문해 담소하고 있다. 사단법인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연탄 나눔운동 제공
사단법인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연탄 나눔운동(이하 사랑의연탄 )과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지체장애인협회(회장 이춘자, 이하 옌볜장애인협회) 맺어온 인연이 올해로 뜻 깊은 10주년을 맞았다. 2016년에 시작한 동행은 이제 국경과 민족을 초월한 신뢰와 우정의 상징이 됐다.
옌볜은 특별한 곳이다. 200만 명에 가까운 조선족 동포들 마음의 고향일 뿐 아니라 고중세는 물론 근현대의 한민족 역사가 켜켜이 쌓여있는 곳이다. 북한과 가까이 있어 북한에 대한 연민과 관심을 일깨우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옌볜은 어떤 이유로도 한민족이 외면하거나 멀리해서는 안 되는 곳이다.
작은 인연이 10년의 깊은 신뢰와 인연으로
두 단체의 인연은 10년 전 노동연구원 원장을 지낸 배규식 박사와 옌볜과기대 교수였던 곽승지 박사가 다리를 놓아 시작됐다. 사랑의연탄 은 매년 옌볜 지역 100가구가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는 석탄 물량을 꾸준히 후원해 왔으며, 옌볜장애인협회 임원들이 직접 자치주 내 여러 도시의 가정을 방문해 전달했다. 이 온기는 옌볜 동포들 뿐만 아니라 한족 소외계층에게도 전달돼 이곳 지역사회에 화합의 메시지를 전했다. 특히 전 세계가 멈췄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나눔은 중단되지 않았다. 직접 방문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귀국하는 동포를 통해 후원금을 전달하는 등 꾸준한 노력으로 연대의 끈을 이어갔다. 이렇게 10년 동안 1380가구에 석탄을 지원했다.
10주년 기념 행사는 사랑의연탄 이 10년의 발자취를 돌아보기 위해 만든 영상을 함께 관람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영상을 관람하는 사람 중에는 감회에 젖어 눈시울을 붉히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행사가 끝난 뒤 누군가 아쉬움에 장애인들이 즐겨 하는 좌식배구를 하자고 제안했는데 사랑의연탄 측이 허망하게 완패했다는 뒷얘기가 전해진다.
사랑의연탄 은 10년 동행을 하는 과정에 석탄 지원뿐 아니라 여러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병행했다. 장애인 동포들이 특별히 좋아했던 가족사진 찍기, 낡은 가옥을 대상으로 한 집수리 등은 물론 개인적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기도 했다.
옌볜장애인협회 회원의 자녀가 백혈병을 앓아 도움의 손길이 절실했을 때는 곽 교수의 적극적인 노력과 사랑의연탄 이 모금 운동을 펼쳐 한국에서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해 새로운 삶을 살게 돼 기적 같은 장면을 만들어냈다.
한·중 민간 협력의 새로운 모델 제시
이번 10주년은 단순한 구호 활동 차원을 넘어 두 가지 사회적 의미를 남겼다. 첫째, 일방적인 베풀기가 아니라 상호 협력 모델을 구축했다. 사랑의연탄 이 돈을 모아 전달하면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옌볜장애인협회가 직접 실행을 맡아 사업의 효율성과 진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다. 한·중 민간 교류의 바람직한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둘째, 옌볜지역이 독립운동 현장이며 동포들 역시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이라는 점을 새삼 재발견한 것이다. 봉오동·청산리 전투의 현장이자 윤동주, 송몽규 등 많은 독립운동가의 발자취가 서린 옌볜 지역에서 그 후손들인 동포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음으로써 역사에 대한 부채 의식을 따뜻한 나눔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헌신이 만든 감동의 10년
지난달 5일 10주년 기념 방문에 동행한 배규식 박사는 사랑의연탄 이 옌볜 조선족 장애인단체와 10년 동안 깊은 신뢰를 형성해 온 것을 보고 감동받았다 며 사랑의연탄 관계자들과 현지 옌볜장애인협회 임원들의 깊은 신뢰와 노고에 경의를 표했다. 이춘자 회장은 답사를 통해 사랑의연탄 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덕분에 많은 장애인 동포들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었다 며 앞으로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잘 사는 것으로 보답하겠다 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한편 사랑의연탄 익산지부의 김병기 지부장(익산시 노인종합복지관 관장)도 멀리 타국에서 살아가지만 같은 언어와 문화를 이어가며 묵묵히 삶을 이어가고 계신 분들을 기억하고 응원하는 발걸음이 작지만 의미 있는 연대가 되리라 믿는다 며 앞으로도 동포사회와 지역사회를 잇는 따뜻한 동행에 관심을 갖고 동참하기 위해 힘을 쓰겠다 고 말했다.
영하의 혹한 속에도 석탄 트럭과 함께 옌볜 구석구석을 누비며 직접 온기를 배달한 옌볜장애인협회 임원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10주년이 가능했다. 이동섭 사랑의연탄 이사장은 지난 10년은 단순한 물품 전달의 시간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며 앞으로도 옌볜장애인협회와 변치 않는 우정으로 더 많은 이웃에게 희망을 전할 것 이라고 다짐했다.
지난달 5일 옌볜동포 겨울나기 지원사업 10주년을 맞아 사랑의연탄 대표단과 옌볜 장애인동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단법인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연탄 나눔운동 제공
봄과 가을 두 차례 한 가구에 1톤의 석탄 지원
사랑의연탄 에 따르면, 지난달 5일 옌볜의 하늘은 푸르고 햇살은 강렬했지만 살갗으로 전해지는 냉기는 몸을 한껏 움츠릴 만큼 매서웠다. 한낮인데도 기온은 영하 3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한국보다 10도정도 낮은 것이다. 옌볜에서는 겨울철 난방 일정이 정부에 의해 결정되는데 통상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4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그러니까 연변은 공식적으로도 1년의 절반이 겨울인 셈이다. 그렇게 옌볜의 겨울은 춥고 길다.
경제적 약자에게 옌볜의 겨울나기 준비는 결코 간단치 않다. 그들은 대부분 석탄에 의존해 겨울철 난방을 한다. 농촌은 물론 도시에서도 여전히 석탄을 연료로 하는 아궁이식 난방 구조가 주종을 이룬다. 그런 집에서 사는 장애인 동포들은 겨울이 되면 난방용 석탄을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버거운 일이다. 따뜻한 봄이 오기를 기다리며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한겨울을 살아내야 한다.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사람은 온기가 하나 없는 냉방에서 두꺼운 이불을 뒤집어쓰고 지내야만 한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한다. 그런 만큼 실제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1톤에 600위안 하던 석탄 값은 곱절 이상이 됐고, 중국 현지의 사업 파트너도 바뀌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에도 사랑의연탄 은 초심을 잃지 않았다.
석탄 지원은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 이뤄진다. 한 가구에 1톤의 석탄을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 양이면 아궁이 하나를 기준으로 가장 추운 겨울에도 두 달가량 방 안의 온기를 살릴 수 있다. 많을 때는 1년에 260가구 넘게 지원했다. 물론 코로나로 한국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후원이 줄어들 때는 어쩔 수 없이 지원하는 양을 줄이기도 했다.
10년 동안 누적된 석탄 지원 규모는 1380톤에 이른다. 온기를 나눈 옌볜 동포 숫자는 1000명을 훌쩍 넘겼다. 장애인 보양원과 같은 시설에도 지원했다. 사랑의연탄 23개 지부 중 지금까지 이 사업에 참여한 지부는 절반에 이른다. 사랑의연탄 은 옌볜 장애인동포들과 함께 걸어갈 또 다른 10년의 동행에 많은 관심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