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단련해 온 시간, 벼르다 [사람들]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 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벼르다
그림 속, 풀빛 잔디 구장 위로 축구공 하나가 시원하게 날아오르고 있습니다. 붉은 유니폼을 맞춰 입은 우리 선수들이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고 손을 맞잡으며 첫 경기를 향한 굳센 다짐을 나누고 있네요. 그들 옆에 벼르다 라는 글씨가 거친 비바람을 견뎌낸 단단한 나무 기둥처럼 크고 힘차게 새겨져 있습니다. 저 멀리 전망대 너머로 붉게 타오르는 하늘과 평화롭게 날아오르는 하얀 새들이 어우러진 이 맑고 웅장한 바람빛(풍경)을 보고 있으면, 경기장을 가득 채운 함성 속에서 선수들이 그동안 갈고닦은 땀방울이 마침내 눈부신 기적으로 피어날 것만 같아 가슴이 뜨겁게 차오릅니다.
마음속으로 준비를 단단히 하고 기회를 엿보는 벼르다
6월 12일, 온 누리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이 드디어 막을 올렸습니다. 대한민국 대표팀도 오늘 조별리그 첫 경기 준비를 완벽하게 마쳤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오늘 치러질 체코와의 첫 경기를 앞두고 서울 광화문광장과 한강공원 등 나라 곳곳에서 거리 응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대회는 48개 나라가 본선에 참여하는 첫 월드컵이라 기대감이 더욱 큰데요, 이렇게 모두가 한마음으로 이기기를 바라는 오늘, 우리가 마음 깊이 새겨볼 토박이말은 벼르다 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 말을 어떤 일을 이루려고 마음속으로 준비를 단단히 하고 기회를 엿보다 라고 뜻풀이합니다. 저는 이를 오래 마음먹고 때를 기다리며 준비하다 라고 쉽게 풀이하고 쉽습니다. 우리가 중요한 시합이나 만남을 앞두고 결전을 벼르다 라는 표현을 쓰는 것처럼, 이 말 속에는 단순히 흐르는 시간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기운을 바짝 조이고 힘을 모으는 주도적인 결이 담겨 있습니다.
차갑고 단단한 무쇠처럼 내 안의 슬기를 벼리는 오늘
월드컵 첫 경기의 호루라기가 울리기까지 선수들은 결코 하루 이틀 준비한 것이 아닙니다. 여러 해 흘린 정직한 땀방울, 뼈를 깎는 훈련과 부상의 아픔을 이겨낸 시간, 그리고 수없이 반복하며 몸에 익힌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대장장이가 무쇠를 불에 달구고 두드려 단단한 칼을 벼리듯, 선수들 역시 자신의 실력을 날카롭게 다듬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단단히 다잡는 시간이 있었기에 비로소 전 세계가 지켜보는 큰 무대 위에 당당히 설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삶도 이와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자꾸 무대 위에서 반짝이는 짧은 순간만을 우러러보고, 당장 눈앞에 결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실패한 것처럼 우리를 다그치곤 합니다. 그 속에서 홀로 자격증을 준비하거나, 묵묵히 일터에서 기술을 익히거나,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꿈을 향해 달릴 때면 외로움과 불안감이 찾아 오기도 하지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빛나는 순간은 짧지만 그 뒤를 받쳐주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래 벼르고 벼려온 여러분의 성실한 시간입니다. 무쇠가 단단해지기까지 뜨거운 불길을 견뎌야 하듯, 오늘 여러분이 겪고 있는 막막함은 더 멋지게 날아오르기 위해 스스로를 벼리는 가장 값진 과정일 뿐입니다. 오늘 축구 경기를 벼르는 선수들처럼, 거친 세상을 이겨내기 위해 마음을 단단히 다잡은 나 자신을 향해 참 대견하다 라고 따뜻하게 응원해 주세요. 오래 벼른 시간들이 모여, 마침내 당신만의 가장 눈부신 순간을 만들어낼 테니까요.
[마음 나누기]
그림 속 선수들이 한마음으로 결전을 준비하듯, 여러분의 삶 속에서 중요한 순간이나 꿈을 이루기 위해 오랫동안 마음먹고 벼르고 계시는 나만의 소중한 목표는 무엇인가요? 오랫동안 준비해 온 시험 치르기 나 새로운 도전을 위해 체력을 다지는 일 등 내 가슴속 뜨거운 벼름의 이야기를 댓글로 다정하게 나누어 주세요. 우리가 함께 공유하는 성실한 다짐들이 모여, 지친 서로의 내일을 힘차게 열어주는 가장 단단한 버팀목이 됩니다.
[한 줄 생각]
좋은 결과는 하루아침에 오지 않습니다. 오래 벼른 시간들이 모여 마침내 빛나는 순간을 만듭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벼르다
뜻: 어떤 일을 이루려고 마음속으로 준비를 단단히 하고 기회를 엿보다. (쉬운 풀이: 오래 마음먹고 때를 기다리며 준비하다.)
보기: 대표팀 선수들은 이번 월드컵을 위해 지난 4년 동안 별러 왔다.
[토박이말 길잡이] 결지기 이창수
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