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산업 넷제로 분석(3편)】국내 재생전력 ‘그리드 패리티’ 달성해야 반도체 산업 넷제로 된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미국과 EU 중심의 글로벌 넷제로 전략이 새로운 무역질서로 부각하면서, 상대적으로 아시아 지역 기업들에게 ‘무역 장벽’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특히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넷제로 정책의 현실은 우리나라 기업을 옥죄고 있다. 이에 <임팩트온>은 3회에 걸쳐, 반도체 산업 넷제로 분석을 통해 현실과 이면, 대안을 모색해봤다./ 편집자주
아시아 지역의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는 시장 환경을 그대로 보여준다.
수출입은행이 발간한 ‘2023년 하반기 태양광 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고정형 태양광 발전 기준 주요국 균등화 발전단가($/MWh)는 인도 26~47달러, UAE 33~47달러, 중국 31~54달러, 독일 50~69달러, 미국 52~79달러, 일본 52~101달러, 한국 78~147달러 순이었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조달 환경이 가장 열악하다는 반증이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물량 부족과 높은 재생에너지 가격으로 인해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측은 “반도체 공장 증설로 전력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예정이나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 전망 불확실성 ▲열악한 재생에너지 조달환경 ▲낮은 가격 경쟁력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사용에 차질을 겪고 있다”며 “RE100을 달성해도 ‘시장 간 경계(market boundary)’로 인해 타 지역 전환 실적을 국내 실정으로 인정해주지 않아(VPPA 제도 부재), 미국과 EU에 비해 제도적으로 불리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미국·중국·유럽에선 이미 RE100을 달성했고, 베트남·인도·브라질(2022년 달성), 중남미(2025년 예정), 동남아·CIS(구소련연합) ·아프리카(2027년 예정) 등의 목표를 지니고 있다. 해외사업장은 2027년, 국내사업장까지 포함하면 2050년까지 RE100 달성이 목표다.
SK 하이닉스 또한 2023년 7월, 해외사업장 RE100을 달성했다고 선언했으나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늘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SK하이닉스가 CDP에 제출한 2023 기후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은 24.7%다. SK하이닉스 측은 “타 지역보다 높은 재생에너지 가격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고서에 기재했다.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의 비활성화가 커다란 수급 장벽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의 대들보, 반도체 산업…RE100과 넷제로 이행방안은?
글로벌 조명업계의 탄소배출 추이/ IEA
REC(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구매와 PPA(전력구매계약)를 통한 재생에너지 보급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반도체 산업은 어떻게 RE100과 넷제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우선 글로벌 차원에서는 산업 차원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크리스티나 피게레스 (Christiana Figueres) 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지속가능성 플랫폼 더 컨듀이트(The Conduit)를 통해 “기후 위기는 글로벌 대응을 필요로 하며, 이는 단일 기업이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라며 “산업 차원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재생에너지 도입의 속도와 규모를 빠르게 확산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산업 내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해 기술 및 지식을 공유하고, 온실가스 배출 감축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효과적인 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탄소배출이 높은 철강, 시멘트, 화학 등의 산업 온실가스 배출 성과를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이 중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인 것이 조명업계다. 이들은 산업 차원에서 적극적인 협력활동을 수행해, 지난 2010년부터 10년간 온실가스 배출을 연평균 1.8% 가량 감축했다. 생산량의 지속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뤄낸 성과라 더욱 의미가 크다.
조명업계는 유엔의 엔라이튼 이니셔티브(En.lighten Initiative)와 세계 은행의 라이팅 글로벌(Lighting Global)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고, 국제조명협회 차원에서도 다양한 지속가능성 활동을 수행해왔다. 여기에는 ▲국제개발기구와의 협력을 통한 저전력 조명 개발도상국 도입 ▲글로벌 정책관여를 통한 조명 부문 최저소비효율기준(Minimum Energy Performance Standard) 도입 ▲친환경 LED조명 사업전환 도모 ▲산업차원의 공급망 친환경 교육 수행 등이 포함된다.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 기후 컨소시엄을 구축해 온실가스배출감축에 힘쓰고 있다./SCC
반도체 업계에서도 산업 차원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기후 컨소시엄(Semiconductor Climate Consortium⋅SCC)에 창립멤버로 가입해, 이사회 주요멤버로 5개 워킹그룹에서 활동하고 있다.
SCC는 활동을 보면, 아태지역 반도체 업계의 공동 움직임을 엿볼 수 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Transparency, Ambition, and Collaboration’이라는 이름의 공동 백서를 발간했다. 반도체 업계의 가치사슬 전력, 배출량을 분석하고, 1.5도 목표를 위한 시나리오를 제안했다.
그해 12월에는 SCC-Energy Collaborative를 론칭했는데, 향후 2년 동안 아태지역 5개국의 에너지 탈탄소화를 위한 종합 로드맵과 정책 옵션을 제안하기로 했다. 이뿐 아니라 ‘Scope3 Category1 GHG Assessment’ 백서 발간을 통해, 스코프3 중 구매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반도체 업계의 특화 세부산정 방법론을 공개했다.
전력시장 구조 개편, 재생에너지 시장 활성화, 송전망 해결 과제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계의 RE 100 달성을 위해서는 현재 전력산업의 경직된 시장구조를 개편하고, 재생에너지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서는 공기업인 한전 및 발전자회사, 산업계, 정부간의 정책 협의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실제 TSMC의 경우에도 대정부차원의 재생에너지 개발 TF팀을 꾸려 대만 경제부 및 전력공사와 함께 PPA시장에 개방에 힘쓰기도 했다.
특히 국내 재생에너지 환경에서는, ▲LNG기준의 계통한계가격(거래시간에 따른 전력시장의 가격⋅SMP) 설정으로 인한 재생에너지 전력가격의 불안정성 ▲저탄소 전력소매시장 혹은 중앙계약시장 미비로 인한 재생에너지 거래 미활성화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의 높은 전력망 사용료가 RE100달성의 주요 장벽으로 꼽히고 있다.
송전망 부족 또한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손꼽힌다. 재생에너지 발전 전기를 버리는 ‘발전 제약’ 지역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발전 제약이란, 전력이 과다 생산될 경우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이 발생할 수 있어, 주요 발전소의 발전량을 버리는 것이다. 한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동해안 지역에 위치한 345㎸(킬로볼트) 이상 발전기의 전체 발전 용량 15.5GW(기가와트) 중 약 26%가, 서해안 지역 345㎸ 이상 발전기도 전체의 4분의 1가량이 발전 제약으로 버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국내 반도체 산업의 넷제로를 좌우하는 길은, 정부의 산적한 전력 에너지 시스템 재편과 밀접하게 맞물린다.
글로벌 산업계는 탈 탄소를 위해 카본 프리(Carbon Free) 개념의 적용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유럽 등의 여러 지역에선 이미 수년 전에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화석연료의 전력요금과 재생에너지의 전력요금이 같아지는 것)’가 달성됐다. 국내 반도체 산업 넷제로의 선결과제 또한 국내 전력망의 그리드 패리티 달성이 될 것이다.
☞<1편> 【반도체산업 넷제로 분석(1편)】글로벌 IT산업, ‘카본 오프쇼어링’의 이면
☞<2편> 【반도체산업 넷제로 분석(2편)】재생에너지 사용 증가의 핵심 PPA… 아시아 전력시장 여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