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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트럼프 제국 전략 지속 쉽잖아…냉정한 관리 필요

트럼프 제국 전략 지속 쉽잖아…냉정한 관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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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는 미국에게 낯선 선택이 아닙니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미국의 대외 행보는 다시 한 번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행동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압박, 그린란드를 둘러싼 노골적인 미국 편입을 전제로 한 통제 요구, 캐나다·멕시코를 향한 통상과 안보의 결합 압박은 우발적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일정한 방향성을 분명히 드러냅니다. 미국은 다시 자신의 힘만을 전면에 내세우는 국가로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미국이 변했는가”에 있지 않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문제의 본질은 미국이 갑자기 제국주의로 회귀했는가가 아닙니다. 미국이 오랫동안 유지해 왔던 규범과 외교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자신이 지녀왔던 제국주의적 본성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앞선 칼럼에서 살펴보았듯, 최근 미국의 행동들은 국제규범의 경계선을 시험하는 수준을 넘어, 그 규범 자체를 불필요한 제약으로 취급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는 충동이나 일탈이 아니라, 주권을 예외적 결단의 권력으로 이해하는 강압적 주권론의 재등장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 글에서 말하는 ‘신제국주의’란, 과거의 영토 식민지 지배가 아니라 규범을 제거한 상태에서 압박과 거래를 통해 국제질서를 재편하려는 권력 행태를 가리킵니다. 이제 질문은 분명해집니다. 미국은 다시 제국주의로 돌아가고 있는가. 그렇다면 그 제국주의의 목표와 종착지는 어디까지이며, 우리는 어떤 기준과 전략으로 대응해야 하는가. ■ 윌슨의 ‘민족자결’이라는 포장과 제국의 계산 ​1919년 파리강화회의 당시 우드로 윌슨(Woodrow Wilson, 1856–1924)을 포함한 전승국 지도자들. ‘민족자결’이라는 원칙이 선언되었으나, 실제 회의장에서 식민지 민족의 독립 요구는 의제에서 배제되었다. 이 장면은 이상적 언어와 냉혹한 국제 권력정치의 간극을 상징한다. 흔히 우드로 윌슨(Woodrow Wilson, 1856–1924) 대통령의 ‘민족자결’은 미국이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해체하려 했던 원칙처럼 인용됩니다. 이 원칙은 유럽 내부에서 제국이 해체되는 과정에서는 일정한 정치적 효과를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식민지 민중의 보편적 독립으로 확장되지 않았으며, 식민지 문제는 국제정치의 중심 의제에서 체계적으로 배제되었습니다. 윌슨이 1918년 ‘14개 조’에서 제시한 민족자결은, 식민지 민중의 보편적 독립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이라기보다, 제1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었던 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오스만 제국의 제국적 기반을 해체하여 다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물적 토대를 제거하려는 국제정치적 계산과 결합돼 있었습니다. 이 점은 1919년 파리강화회의에서 더욱 분명해집니다. ‘민족자결’이라는 화려한 언어는 식민지 독립운동가들에게 거대한 기대를 불러일으켰지만, 실제 협상 테이블에서 식민지 문제는 철저히 주변화되었습니다. 조선의 경우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김규식(金奎植, 1881–1950)을 파리로 파견해 지속적인 면담과 지지를 요청했지만, 열강은 일본의 기존 권익을 흔드는 문제를 의제로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베트남의 응우옌 아이 꾸옥(Nguyễn Ái Quốc, 훗날 호찌민, 1890–1969) 역시 청원서를 제출했으나, 실질적인 정치적 응답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당시 독립운동가들이 윌슨의 그림자조차 접하지 못했다”고 회고한 것은 과장이 아닙니다. 이는 개인의 냉대가 아니라, 당시 국제 권력정치의 구조를 정확히 반영한 표현에 가깝습니다. 결국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민족자결은, 패전 제국의 식민지를 정리해 국제질서를 재편하려는 승전국의 도구적 언어로 기능했습니다. 승전국들이 지배하던 식민지 문제는 사실상 열외였고, 민족자결은 원칙이 아니라 정치적 포장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은 조건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제국주의 국가들은 총력전을 수행하기 위해 식민지의 병력과 자원을 필요로 했고, 그 대가로 전후 독립을 약속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에는 더 이상 식민지를 유지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과 위험을 감당할 여건도 사라졌습니다. 이러한 국제적 환경 속에서 국제연합 체제와 국제인권선언이라는 전후 질서의 토대가 형성되었습니다. 전후 규범 질서는 미국의 힘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선택된 자기 제약이었으며, 바로 그 점이 오늘날 이 규범이 ‘부담’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것은 제국의 종말이라기보다, 제국주의가 직접 지배에서 간접 지배로 경로를 전환한 역사적 변화에 더 가깝습니다. 지배의 방식이 바뀌었을 뿐, 지배의 의지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 미국 제국주의의 실체 ― 1898년 이후, 그리고 전후의 ‘서반구 지배’ 미국 제국주의의 실질적 역사는 1898년을 경계로 분명해집니다. 윌리엄 매킨리(William McKinley, 1843–1901) 대통령 시기, 미국은 보호관세와 영토 팽창을 결합하며 공식적으로 제국주의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1898년 미·스페인 전쟁을 통해 미국은 쿠바를 보호령으로 편입했고, 필리핀을 식민지화하며 태평양으로 진출했으며, 같은 해 하와이를 병합했습니다. 이어 파나마운하 운영권을 확보함으로써 카리브해와 태평양을 잇는 해상·무역·군사 네트워크의 요충지를 장악했습니다. 이 시점 이후 미국은 해외 팽창과 군사력 운용을 국가 전략의 일부로 내장한 국가가 되었습니다.   1898년 미·스페인 전쟁 이후 미국의 해외 영토 확장을 보여주는 삽화와 지도. 쿠바, 필리핀, 괌, 하와이 병합은 미국이 대륙 국가에서 태평양·카리브해 제국으로 전환했음을 의미한다. 이 시점부터 미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은 해외 지배를 전제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 제국주의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작동해 왔습니다. 첫째는 서반구, 즉 남북아메리카 대륙을 미국의 강역으로 간주하고 지배력을 유지·강화하려는 태도입니다. 둘째는 해외에서 냉전 질서 속 서방 진영의 맹주로서 영향력을 확대하되, 중동과 아프리카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에서는 석유를 중심으로 한 안정적 자원 확보, 전략적 교두보 유지, 지정학적 영향력 확대라는 목적 아래 군사적·외교적 대응을 지속적으로 동원해 온 방식입니다. 이 시기 미국은 국제연합이라는 기구를 적극 활용하며, 강대국들을 설득과 협의라는 외피 아래 포섭해 국제질서를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냉전의 기류를 활용해 베트남전을 수행했고,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으며, 다양한 지역에서 군사력을 직접 동원했습니다. 다만 이 시기에는 최소한 국제적 명분과 동맹 설득이라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존재했습니다. 국제평화, 인권보호, 민주주의 수호는 미국이 반복적으로 동원한 공식적 언어였습니다. 1945년 이후에도 이러한 행태는 중단되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국제연합과 규범을 존중하는 국가를 자임했지만, 중남미에서는 이를 반복적으로 예외 처리했습니다. 칠레에서는 살바도르 아옌데(Salvador Allende, 1908–1973) 정부 전복에 개입했고, 니카라과에서는 콘트라 반군을 지원했으며, 쿠바와 파나마에서는 직접적인 군사행동을 감행했습니다. 1989년 파나마 침공과 마누엘 노리에가(Manuel Noriega, 1934–2017) 총사령관의 강제 압송은, 미국이 자국의 영향권에서 이탈하려는 중남미 정권을 어떻게 다뤄왔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20세기 중반 중남미에서 활동한 유나이티드 프루트 컴퍼니(바나나 재배/수입사)와 1954년 과테말라 정변 관련 기록 사진. 미국은 직접 식민 지배 대신, 기업·군사·정보 개입을 결합한 방식으로 지역 질서를 통제했다. ‘바나나 공화국’이라는 표현은 이러한 경제적 종속 구조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정치·군사 개입은 경제적 수탈 구조와 결합되었습니다. 이른바 ‘바나나 공화국’이라 불린 중남미 국가들은, 미국 기업의 단일 작물 수출 구조에 종속된 경제 체제를 강요받았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나이티드 프루트 컴퍼니(United Fruit Company)입니다. 이 기업은 과테말라,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등지에서 광대한 토지와 철도·항만을 장악하고, 바나나 재배를 중심으로 현지 경제를 미국 시장에 종속시켰습니다. 1954년 과테말라에서 토지개혁을 추진하던 하코보 아르벤스(Jacobo Árbenz, 1913–1971) 정부가 전복되는 과정에서, 미국 정부는 사실상 이 기업의 이해관계를 대변했습니다. 냉전 시기에는 반공이 핵심 명분이었습니다. 미국은 반공을 내세워 남미 각국의 군사독재정부를 수립하거나 지원했고, 그 결과 수많은 시민들이 자국 정부에 의해 처형·납치·고문당했습니다. 1970년대 이후에는 신자유주의 정책과 금융·구조조정이 결합되면서, 남미 경제는 채무와 무역을 통해 미국 중심 질서에 편입되었습니다. 직접적 식민 지배는 사라졌지만, 경제적 종속과 정치적 개입은 다른 형태로 지속되었습니다. 2001년 9월 11일 발생한 9·11 테러는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더욱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미국은 이 테러의 배후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지목하고,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명분으로 동맹국들을 끌어들여 대규모 침공을 감행했습니다. 그러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어떠한 결정적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냉전 시기 베트남전, 냉전 종식 이후 ‘악의 축’으로 지목된 국가들에 대한 제재와 침공은 결과적으로 모두 미국의 실패로 귀결되었습니다. 막대한 전비를 쏟아부었지만, 이 과정에서 급성장한 군산복합체를 제외하면 미국이 거둔 정치·경제적 성과는 과도한 군비 지출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라는 빚 청구서뿐이었습니다. 이처럼 성과 없이 경제적 손실만 반복한 해외 군사개입의 역사는, 2010년대 들어 MAGA 세력의 해외 분쟁 불개입 요구로 수렴됩니다. 이러한 미국의 제국주의적 행태는 미국 내부에서도 강한 비판을 불러왔습니다. 하워드 진(Howard Zinn, 1922–2010)은 『미국 민중사』에서 미국 건국기부터 서부 팽창과 해외 개입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장이 아니라 권력과 수탈의 확장으로 규정했습니다. 노엄 촘스키(Noam Chomsky, 1928– ) 역시 『패권 혹은 생존』, 『실패한 국가』 등에서 미국의 해외 개입을 방어가 아닌 지배 질서 유지를 위한 체계적 폭력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들의 공통된 결론은 분명합니다. 미국은 스스로를 제국주의 국가가 아니라고 부정해 왔지만, 실제 행태는 제국주의의 전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제 질문은 자연스럽게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트럼프와 MAGA는 이 제국주의의 전통을 어떻게 변형하고 있는가. ■ 트럼프·MAGA의 신제국주의는 과연 성공할 수 있는가 트럼프와 MAGA 세력이 구사하는 신제국주의적 책략이 과연 성공할 수 있는지는, 단순히 군사력의 규모나 단기적 압박 능력만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닙니다. 이 전략은 무엇보다 누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가, 누가 실질적 이익을 얻는가, 그리고 미국 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라는 질문을 동시에 통과해야 합니다. 앞서 살펴보았듯, MAGA 1기와 MAGA 2기는 신제국주의를 바라보는 기대와 이해관계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MAGA 1기는 강력한 주권자를 통해 국내 질서를 재편하고, 민주적 제약을 제거하며, 문화전쟁과 이민 통제를 완수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이들에게 대외적 강압은 내부 결집을 위한 수단일 뿐이며, 장기적 제국 운영은 부담에 가깝습니다. 반면 트럼프 2기를 둘러싼 빅테크·금융·군산복합체 기반의 올리가르키 세력은, 규범이 제거된 국제 환경 속에서 기술·금융·군사력을 결합해 항구적인 이익 구조를 구축하려 합니다. 실제로 이들은 관세·제재·안보를 결합한 거래를 통해, 기술 규제 완화, 국방 조달 확대, 금융·데이터 영역의 영향력 강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이 두 이해관계는 단기적으로 공존할 수 있으나, 국내 동원을 중시하는 배제·통제의 정치와 국제 질서 재편을 통해 장기 이익을 고착화하려는 전략은 정책 목표와 시간표가 다르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필연적인 긴장을 내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내부 균열 위에서, 미국의 경제적 여건은 신제국주의를 장기적으로 뒷받침하기에 결코 안정적이지 않습니다. 미국은 이미 만성적인 쌍둥이 적자, 구조적 재정 불균형, 그리고 급증하는 이자 지출 부담을 동시에 안고 있습니다. 동맹국의 신뢰가 약화된 상황에서, 만약 주요 국가들이 미국 국채를 외교·전략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한다면이라는 가정은 실제 국제금융의 작동 방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보다 현실적인 위험은, 동맹국들이 위험 분산, 즉 디리스킹 차원에서 달러 자산 비중을 점진적으로 조정하거나, 투자·결제·공급망 경로를 다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입니다. 이는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단번에 붕괴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국제적 신뢰의 균열이 조달 비용과 정책 여력에 누적 부담으로 작용하며 미국의 재정·통화 운용에 구조적 압박을 가중시킬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또한 오늘날의 국제질서는 과거 제국주의 시대와 달리, 복잡하게 얽힌 글로벌 가치사슬 위에 서 있습니다. 희귀금속과 같은 핵심 원자재, 반도체와 첨단 부품, 해운·수리·물류를 포함한 공급망 네트워크는 다자적 협력 없이는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과거의 동맹국들이 집단적으로 공급망 조정이나 기술·부품 통제를 통해 대응할 경우, 미국은 군사력 유지 비용조차 급격히 상승하는 국면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일방적 제국주의 행태는 이 상호의존 구조 속에서 오히려 미국의 취약성을 노출시키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결정적인 변수는 미국 시민사회 내부의 한계입니다. 트럼프와 MAGA 세력이 제국주의적 외부 압박과 결합된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인권을 경시하며, 강압적 통치를 일상화할 경우, 미국 사회가 이를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신제국주의가 성공하려면 국내적 정당성과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가 유지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장기적 동원과 희생을 요구하는 제국 전략이 지속 가능할지는 근본적인 의문으로 남습니다.   ‘America First’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대통령의 집회 장면. 국제규범과 동맹의 언어 대신, 거래와 압박을 전면화한 신제국주의적 주권 인식이 대중 정치와 결합하는 현재의 미국을 상징한다. 종합하면, 트럼프식 신제국주의는 단기적으로는 거래와 압박을 통해 일정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분열된 지배 연합, 취약한 재정과 금융 구조, 상호의존적인 글로벌 공급망, 그리고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시민적 저항 가능성이라는 네 가지 제약을 동시에 안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건 아래에서 신제국주의가 안정적인 장기 전략으로 정착하기보다는, 위기를 지연시키는 임시적 선택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 신제국주의 앞에서 대한민국이 취해야 할 자세 2026년 1월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종전에 합의된 15% 관세를 25%로 인상할 수 있음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압박했습니다. 한·미 간 합의안이 한국 국회에서 아직 비준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은 항의성 메시지였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즉각 관련 부처 장관을 미국에 급파해 의도를 파악하고 대응에 나섰고, 금융시장은 일시적으로 흔들렸으나 곧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이 장면은 의미심장합니다. 과거 윤석열 정부 시절이었다면, 주가는 급락하고 언론은 ‘미국의 요구에 신속히 응해야 한다’는 압박성 보도로 넘쳐났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시장도, 언론도, 정치권도 비교적 차분했습니다.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트럼프의 메시지 자체가 국제적·제도적 기준에서 충분한 정합성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의회조차 해당 시점까지 합의안에 대한 비준 절차에 착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국에만 일방적인 비준과 양보를 요구하는 것은 국제 관행상 설득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더욱이 유럽연합(EU)이나 다른 협상국과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이해하기 힘든 속도와 방식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메시지는 공식 고시나 제도 문서로의 전환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기되었고, 이는 장기 전략이 아니라 단기 성과를 노린 ‘치고 빠지기식’ 압박 전술의 성격이 비교적 빠르게 드러났습니다. 이 사례는 트럼프식 신제국주의에 대한 대한민국의 대응 원칙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첫째, 외부의 제국주의적 압박이 강화될수록, 내부의 반민주 세력은 이를 정당화의 근거로 삼아 왔다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반민주주의의 국내적 토대를 제거해야 합니다. 내란 세력에 대한 조속한 사법 처리와 법적 규제는 선택이 아니라 전제 조건입니다. 종합특검과 경찰의 후속 특별조사를 통해 내란 주도 세력과 그 공모·방조 책임자들을 철저히 단죄하고, 그 전모를 역사에 기록해야 합니다. 이는 처벌을 넘어, 민주공화국이 스스로를 방어한 사례로 남아야 할 반면교사입니다. 둘째, 이러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에서, 극우 세력에 대한 제도적 방어 장치를 공고히 해야 합니다. 한국판 MAGA 세력이 다시는 준동하지 못하도록 혐오방지법 제정, 법 왜곡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의 강화, 나아가 헌법에 명시된 헌법정신을 실질적 실정법으로 구현할 수 있는 제도적 기구를 마련해야 합니다. 혐오와 차별을 정치적 동원의 수단으로 삼는 행위에 대해 국가는 명확한 금지선을 그어야 합니다. 셋째, 언론개혁의 필요성입니다. 외부 압박과 결합된 허위·선동이 국내 혼란을 증폭시켜 온 경험을 고려할 때, 본격적인 언론개혁이 필요합니다. 극우 혐오를 조장하고 내란을 방조하거나 두둔한 언론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뒤에 숨을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포함해, 스스로 만들어낸 허위·혐오·선동에 대해 경제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정당한 자기방어입니다. 넷째, 자주국방의 실질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전시작전권 환수, 주한미군 주둔지위협정(SOFA)의 개정, 그리고 미군 주둔과 관련해 대한민국이 제공하는 각종 지원에 대해 국제 규범에 부합하는 정당한 비용 분담을 요구해야 합니다. 이는 반미가 아니라, 동맹을 정상화하는 길입니다. 다섯째, 원칙에 기초한 통상·외교 전략을 일관되게 유지해야 합니다. 국가 간 합의는 상호 비준으로 완결되어야 하며, 일방적 강요나 절차 위반에 대해서는 단호한 항의와 비준 거부로 대응해야 합니다. 이것이 규칙을 존중하는 국가의 기본 자세입니다. 이러한 원칙은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되며, 통상 협상·안보 협의·국회 비준 절차 전반에서 일관되게 적용될 때 비로소 실질적인 전략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은 자존(自尊)국가로 거듭나야 합니다. 헌법에 명시된 헌법정신을 국민교육의 핵심 내용으로 삼아,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주국·자존국·민주공화국의 주권자로서 감당해야 할 책무를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이 신식민주의와 신제국주의에 맞서는 가장 근본적인 대응입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이미 그럴 자격과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세계 상위권의 군사력 보유국, 반도체·배터리·조선·철강·자동차 등 핵심 제조업에서 세계 선두권을 유지하는 국가, 인공지능 경쟁력 세계 최상위권의 국가, 그리고 무엇보다 시민의 힘으로 내란을 극복한 민주공화국입니다. 파도가 높을수록 방파제가 튼튼하다면 호들갑을 떨 이유는 없습니다. 제국주의가 감히 쉽게 넘보지 못할 만큼의 실력과 원칙을 갖춘 국가라면, 신제국주의는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냉정하게 관리해야 할 변수에 불과합니다. 1. 단행본 및 연구서 하워드 진, 『미국의 민중사』 노엄 촘스키, 『패권 혹은 생존』 노엄 촘스키, 『실패한 국가』 2. 언론·기고문·자료 한겨레, 「트럼프가 벗겨낸 강대국 권력정치의 민낯」, 2026.01.26 한겨레, 「매킨리 꿈꾸는 트럼프…‘1898년 제국주의’가 돌아왔다」, 2026.01.21 뉴욕타임즈(The New York Times), 트럼프 그린란드 발언 관련 보도, 2026.01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 스티브 배넌 인터뷰 및 MAGA 전략 분석 기사, 20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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