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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ESG】 유럽 수출 안 하는데도? …브뤼셀 효과, K-중소기업까지 덮쳤다
[뉴스]
EU 환경 규제의 시계가 빠르게 째깍이면서 국내 산업계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습니다. 지난 편에서 대기업들이 촘촘한 대응 체계를 구축하며 앞서갈 때 중소·중견기업들은 출발선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짚었습니다. 중소기업 실무자들이 직면한 가장 현실적인 리스크는 무엇일까요. 지난 24일 열린 글로벌 환경규제 대응 전략 세미나 현장에서 만난 중소기업 담당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ChatGPT 생성 이미지   OEM사가 다 해주는 줄”…화장품 브랜드사가 마주한 실무 리스크  화장품은 보통 제조원(OEM)에 개발과 생산을 통틀어 맡기잖아요. 당연히 이번 규제도 제조사가 알아서 서류를 준비해 주는 줄 알았죠. 그런데 오늘 와서 들으니 브랜드사인 저희가 100% 책임을 지고 기술문서(TD)와 적합성선언서(DOC)를 직접 써야 한다네요? 급하게 사내 유럽 담당자한테 메신저 보내고, 기술문서 작성 실무 교육부터 접수했습니다.” 화장품을 수출하는 중소기업 담당자 A씨의 얘기를 들어보니, 자사가 규제 대상임을 인식하기 시작하는 단계임을 알게 됐습니다. 흔히 공장을 갖고 물건을 찍어내는 곳을 제조사라 생각하지만, EU 환경 규정에서의 제조자(Manufacturer) 는 제품의 상표권을 가진 브랜드사 를 의미합니다. 생산을 외주(OEM) 주었더라도 최종 법적 책임과 서류 구축 의무는 100% 브랜드사가 지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EU 영내에 제품을 최초로 진입시키는 생산자(Producer) 와 이를 유통하는 수입자(Importer) 의 개념까지 유기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바이어(수입자)는 한국 기업이 보낸 적합성 서류에 결함이 없을 때만 제품을 유통할 수 있도록 검증 의무를 부여받기 때문에, 서류가 미비한 중소기업은 당장 수출길(통관)이 막히는 실질적인 리스크에 직면하게 됩니다. 여기에 실무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당장 수출하는 제품 중 무엇을 포장재로 보고 어디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해야 하는가에 대한 적용 범위 의 모호성입니다. 세미나 발표에 따르면, 사용하면서 내용물이 점차 소진되는 로션이나 샴푸의 공병, 뚜껑에 브러시가 일체형으로 달린 마스카라 용기, 티백이나 커피 캡슐 등은 모두 포장재 로 분류되어 규제 대상이 됩니다.  반면 전동드릴 케이스(툴박스)처럼 제품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함께 보관하는 내구제 용기는 포장재가 아닌 제품 으로 분류됩니다. 똑같은 옷걸이여도 마트에서 별도로 구매하면 제품이지만, 양복을 살 때 함께 걸려오는 옷걸이는 제품을 보호하기 위한 포장재가 되는 식입니다.   중금속 관리는 이미 안착, 당면 과제는 과불화화합물(PFAS) 검증 식품과 직접 닿는 포장재나 부자재를 만드는 기업들의 상황은 더 긴박합니다. 당장 오는 8월 포장재법(PPWR) 발효에 이어, 9월에는 식품접촉물질(FCM) 규제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밀려들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는 유럽 규제의 불확실성이 국내 공급망 상위 기업을 거쳐 하위 협력사로 고스란히 전달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식품용 방습제와 산소흡수제는 내용물에 직접 닿기 때문에 규제가 두 배로 까다롭습니다. 당장 수출 전선에 선 식품 기업들이 요구하는 서류 양식도 제각각이에요. 어디는 기술문서를 엄청나게 디테일하게 달라고 하고, 어디는 DoC를 간소화해 달라고 합니다. 심지어 두 양식을 뒤섞어서 요구하기도 해요. 과한 규제 두 개가 동시에 시작되니 중소기업 입장선 당장 눈앞이 캄캄합니다.” - 식품 부자재 제조사 실무자 B씨 제품을 구매하는 기업에 따라 DoC와 TD의 개념과 경계를 다르게 해석하여 자체 양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공급사 입장에서는 통일된 기준 없이 개별 서류 요청에 맞춰 대응해야 하는 행정적 부담이 따르는 상황입니다. 더 큰 과제는 이처럼 상이한 행정적 요구에 맞춰 제출해야 할 과불화화합물(PFAS) 관련 ‘기술적 데이터 검증’에 있습니다. 현장 실무자들은 포장재 내 4대 중금속(납·카드뮴·수은·6가크롬)의 총합을 100ppm 이하로 맞추는 것은 이미 국내 기준에 맞게 관리되고 있어 성적서 확보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말합니다. 반면, 식품 용기와 부자재 전반을 겨냥한 PFAS 규제는 측정 기준부터 까다롭습니다. 유럽 당국이 요구하는 PFAS 함량 기준은 백만분의 1(PPM) 단위를 넘어, 10억분의 1을 뜻하는 초정밀 PPB(Parts Per Billion) 단위를 다루기 때문입니다. 규제의 기준이 강화되다 보니 실무적인 기술 장벽이 발생합니다. 실무자 B씨는 시험 기관에 맡겨도 측정 오류가 많은 것 같다”며, 똑같은 샘플을 보냈는데 어떤 때는 검출이 되고 어떤 때는 검출이 안 되기도 한다”고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습니다.   모호한 EU 규제, 시장 선점 기업 벤치마킹과 TD 활용 우리 중소기업들이 마주한 제도적 불확실성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원인은 유럽에 직접 제품을 수출하지 않는 기업조차 규제의 영향권으로 끌어당기는 ‘브뤼셀 효과(Brussels Effect)’에 있습니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유럽 시장을 포기하지 않는 한, 전 세계 생산 라인의 기준을 유럽의 엄격한 환경 규제에 맞추어 통일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이 대기업들과 거래하며 소재나 부품, 부자재를 납품하는 국내 중소·중견기업들 역시 원치 않더라도 유럽의 기준을 충족해야만 공급망 내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연쇄적인 압박을 받게 됩니다. 규제 자체가 하나의 글로벌 유통품이 되어 우리 안마당까지 밀려드는 셈입니다. 더욱 본질적인 이유는 이 규제들이 세부 항목이나 세부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고정하지 않는 ‘의도된 모호성’을 띠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EU 당국은 규정의 큰 틀만 짜놓은 뒤, 각국 기업과 정부의 피드백을 모니터링하며 유럽 역내 산업에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세부 지침을 미세 조정하는 전략을 취합니다. 친환경이라는 글로벌 명분 아래, 실질적으로는 역외 기업의 진입을 까다롭게 만드는 정교한 무역 기술 장벽을 구축하고 규제 헤게모니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도적 불확실성에 갇힌 우리 중소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당장 규제의 판도를 바꾸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장 확실한 돌파구는 이미 시장을 선점한 글로벌 기업들을 철저히 벤치마킹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모호한 규정 속에서 자신들의 제품을 어떻게 방어하고 있는지 기술문서(TD)의 논리 구조 를 파악해 적용하는 것이 우선 과제입니다. ChatGPT 생성 이미지 해외에서는 이미 시장을 선점한 글로벌 기업들이 이러한 규제의 모호성을 역으로 활용해 새로운 시장 장벽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세미나 발표에 따르면, 유럽의 한 립밤 브랜드는 과잉 포장을 금지하는 규정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오히려 제품의 종이 포장재 크기를 일부러 크게 늘려서 출시했습니다. 매장 매대에 제품을 촘촘하게 겹쳐 걸기 위해서는 상단부를 넓게 부풀린 디자인이 꼭 필요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이 기업은 진열 공간을 최적화해 물류 효율을 높이는 것이 결과적으로 자원과 탄소를 아끼는 길”이라는 방어 논리를 기술문서에 채워 넣었습니다. 상세 항목이 없는 규정의 모호함을 자국 기업의 기술적 방어막이자 역외 기업을 막는 장벽으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우리 기업 역시 이와 같은 방식으로 논리를 세워 대응해야 합니다. 세미나에서 예시로 제시된 국내의 한 독창적인 디자인의 한라봉 주스병 이 좋은 힌트가 됩니다. 이 용기는 일반 페트병보다 두껍고 무거워 EU의 무게 감량 규제에 걸리기 쉽습니다. 만약 이 제품을 유럽에 수출한다면 용기가 두꺼울 수밖에 없는 실험실 압력 데이터 와 공정별 탄소 계산서  등을 기술 보고서에 명확한 증거로 채워 넣어 제출해야 합니다. 글로벌 환경 규제 서류는 단순히 바이어의 요구에 맞춰 작성하는 행정 문서가 아닙니다. 우리 제품이 규정을 충족한다는 점을 설명하고 입증하는 기술 문서입니다. 선행 기업들의 대응 논리를 빠르게 벤치마킹해 우리 제품의 기술문서에 반영하는 것이 국내 중소기업들의 가장 현실적인 대응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송준호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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