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으로 향하는 왕과 사는 남자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 시대의 정치에서도 ‘왕’과 ‘사람’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돌아 봤으면.
2024년 이후 2년 만의 천만 영화 탄생이 가시화되고 있다. 장항준 감독의 가 개봉 27일 만에 9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극장가에 무서운 기세로 ‘왕사남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비극적인 역사 속 단종의 눈물 대신, 그를 둘러싼 민초들의 삶에 초점을 둔 이 영화의 성공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치밀한 연출과 마치 천운이 따랐다고 할 만큼 절묘한 타이밍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역사를 다루는 ‘태도’에 있다. 기존 사극이 궁궐 안의 권력 암투에 집중했다면, 왕과 사는 남자 는 카메라를 유배지 영월의 깊숙한 산골 마을 마당에 맞춘다. 촌장 엄흥도와 마을 사람들이 왕을 맞이하고 감시하는 모습은 풍자가 섞인 한 편의 마당극을 떠올리게 한다.
먹고살기 위해 ‘왕의 유배’를 유치하려는 소시민적 욕망은 씁쓸한 웃음을 자아내지만, 이내 그 가벼움은 단종을 지키려는 숭고한 결의로 변모하며 묵직한 페이소스를 남긴다.
이 잔치판을 완성한 것은 배우들의 호연이다. 유해진은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마당극의 화자(話者)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며 극의 완급을 조절했다. 여기에 ‘처연한 단종’을 완벽히 소화한 박지훈의 절제된 연기는 자칫 가벼워질 수 있는 영화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줬다. 두 사람의 세대를 뛰어넘는 호흡은 가족 단위 관객까지 극장으로 이끄는 강력한 흡인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작품의 완성도만큼이나 돋보인 것은 영리한 개봉 전략과 대진표였다. 2월 초 설 연휴를 정조준해 개봉하며 ‘가족 영화’로서의 입지를 선점했고, 연휴 기간 쌓인 입소문은 2월 내내 박스오피스 1위를 수성하는 원동력이 됐다.
특히 3월 1일이 일요일과 겹치며 2일까지 이어진 삼일절 대체공휴일은 흥행의 결정타였다. 삼일절 하루에만 8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화력은 역대 사극 흥행작인 나 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다.
이제 관심은 이 영화가 과연 언제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느냐에 쏠려 있다. 현재의 추세라면 3월 중순경 고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천만 관객 달성과 함께 영화의 막이 내릴 즈음, 우리 시대의 정치에서도 ‘왕’과 ‘사람’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