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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이적표현물 맞나요… 시민이 직접 읽고 판단한다
[뉴스]
오늘 주문하면 내일 도착한다. 교보문고와 알라딘에 그렇게 안내돼 있는 책이 있다. 누구나 클릭 한 번으로 살 수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팔리고 있다. 그런데 검찰과 법원은 같은 책을 두고 이적표현물 이라 했다. 국가의 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한다는 딱지다. 『87, 6월 세대의 주체사상 에세이』와 『북 바로알기 100문 100답』. 이 두 권을 시민들이 직접 읽고 그 위험성 을 판단하자는 운동이 시작됐다. 사단법인 정의·평화·인권을 위한 양심수후원회 (회장 김혜순)가 제1회 권오헌 독서상 – 이적표현물 낙인에 저항하는 독후감을 부탁해! 를 열었다.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는 통상의 공모전이 아니다. 국가가 이적표현물 이라 규정한 책이 정말로 그런지, 사상·표현·출판의 자유를 누리는 시민이 직접 읽고 판정해보자는 기획이다. 겨눈 곳은 분명하다. 해석과 적용의 권한을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사실상 독점해온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 등)다.   지난 4월 보석으로 석방된 이정훈 통일시대연구원 연구위원(반도평론 대표) 감옥에서 쓴 책, 8년 뒤 출간돼 지금도 팔린다 이 운동의 배경에는 이정훈 반도평론 대표(기소 당시 4·27시대연구원 연구위원)의 사건이 있다. 검찰은 그가 쓴 두 책을 이적표현물로 규정해 2021년 그를 기소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그는 지난해 11월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1심에서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 등)와 제8조(회합·통신 등) 위반 등 혐의로 징역 5년에 자격정지 5년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지난 4월 14일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항소심이 진행 중이라 굴레를 아직 벗지 못했다. 문제가 된 『주체사상 에세이』는 이정훈이 두 번째 수감 생활을 하던 2008년 옥중에서 집필해 2018년 출간한 책이다. 그리고 그 책은 지금도 대형 온라인 서점에서 정상 유통되고 있다. 검찰의 논리가 옳다면, 시민에게 이적표현물 을 유통한 서점의 책임은 왜 묻지 않는가. 국가보안법의 확대 적용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같은 책을 한쪽에선 팔게 두고 다른 쪽에선 저자를 가두는 이 풍경 자체가 법 적용의 자의성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실체 없는 인물과 조직 … 변호인단이 문제 삼은 1심의 근거 이정훈은 1980년대 고려대 삼민투 위원장과 광주학살 원흉 처단 투쟁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서울 미문화원 점거 농성으로 옥고를 치렀다. 2007년에는 공안당국의 일심회 조작 사건으로 또 한 차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3년을 복역했다. 이번이 세 번째 수감인 셈이다. 그는 가난을 대물림하는 것보다 분단을 대물림하는 것이 더 큰 괴로움 이라는 소신으로 살아왔다. 통일을 위해서는 북녘 사람들이 지닌 가치관과 신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문제의식이다. 이번 1심을 두고 변호인단과 시민사회가 가장 강하게 문제 삼은 것은 유죄 판단의 근거 자체가 부실하다는 점이다. 이정훈 씨 측에 따르면, 검찰과 국정원이 사건의 출발점으로 지목한 북측 공작원 고니시 는 국정원이 수년간 추적했음에도 국적과 신원,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은 인물이고, 사건의 근거가 된 세븐조직 역시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변호인단의 주장이다. 과거 조작사건처럼 실체 없는 의심 위에 혐의가 세워졌다는 비판이다. 절차상의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검찰 측 증인이 법정에서 기억나지 않는다 고 진술했는데도 재판부가 과거 검찰 진술을 그대로 유죄의 근거로 삼아, 법정에서 검증된 증거로만 판단해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수사기관이 제출한 식당 녹취록에 실제로 하지 않은 말이 삽입돼 있었다는 증거 조작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변호인단과 시민사회는 1심 직후 충분한 증거 없이 진행된 국정원의 무리한 수사를 재판부가 그대로 받아들였다 며 반발했고, 학계와 종교계의 비판과 탄원이 이어졌다. 그가 보석으로 풀려난 데는 이런 목소리가 있었다. 북과 대결 아닌 공존을 … 5년형을 받은 글 이정훈 씨가 최근 내놓은 제안은 대결보다 대안에 가깝다. 북이 두 개의 국가론 을 내세우는 변화에 대해, 그는 분단을 전제로 만들어진 헌법을 평화헌법으로 바꾸고 남북이 불가침조약을 맺자고 주장한다. 그의 글 어디에도 한반도의 긴장을 격화시키거나 전쟁의 불씨를 일으키려는 대목은 없다. 평화와 공존을 위해 한반도 주민의 지혜를 모아보자는 것이 그 핵심이다. 그런 글을 쓴 사람이 5년형을 받았다. 유엔과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도 한 방향을 가리킨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15년과 2023년 두 차례 한국 정부에 국가보안법 제7조 폐지를 권고했고,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2004년·2020년·2024년 같은 권고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이 조항은 여전히 살아 있다.   위험한 책인지, 시민이 직접 읽고 판단하자 권오헌 독서상의 핵심 정신은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책의 내용이 위험한지 아닌지를 시민이 직접 읽고 판단하자. 양심수후원회는 제출된 독후감을 국민 감정서 로 묶어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법과 제도의 틀 안에 갇혀 있던 판단의 권한을, 시민의 손으로 돌려놓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빛의 혁명 을 만들어낸 시민의 힘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다. 국가보안법이 폐지되기 전이라도, 그 적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해석 과정을 시민이 감시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독후감을 쓰는 행위 자체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넓히는 실천이 되는 셈이다. 공고가 나간 뒤 특히 20대 청년들의 참여가 두드러진다는 것이 주최 측의 설명이다. 책 한 권의 위험을 결정하는 권한은 누구의 것인가 권오헌 독서상에는 만 16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신청자 전원에게 대상 도서 두 권이 무료로 제공된다. 독후감은 A4 3매 이상(200자 원고지 25매 이상) 분량으로, 두 책 모두에 대해 쓰면 가산점이 부여된다. 접수 마감은 7월 27일(월) 오후 8시. 총상금은 650만 원 규모로 대상 1명에게 200만 원, 최우수상 2명(일반·학생 각 1명)에게 각 100만 원, 우수상 5명에게 각 50만 원이 돌아간다. 수상자 발표와 시상식은 8월 중 진행된다. 신청은 https://forms.gle/dwySgBgP8aYybUaV9, 문의는 양심수후원회 이메일(yangsimsu615@gmail.com)로 하면 된다. 이번 행사는 양심수후원회가 주최하고 이정훈대책위·통일시대연구원·통일의길이 주관하며, 국가보안법폐지 국민행동이 후원한다. 상의 이름은 평생 양심수 석방운동과 국가보안법 철폐운동에 헌신한 고(故) 권오헌(1937~2025) 선생에게서 왔다. 그는 민주·통일·인권운동에 한평생을 바쳤다. 박정희 정권 말기인 1979년 남민전 사건에 연루돼 3년 4개월 옥고를 치렀고, 1991년부터 민가협양심수후원회(초대 회장 고 문익환 목사)에 몸담았다. 비전향장기수를 후원하고 송환 운동에 나서며, 양심수 석방과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자리에 늘 함께했다. 사람들은 그를 양심수의 대부 라 불렀다. 그가 떠난 자리에서, 시민들은 이제 또 다른 방식으로 묻고 있다. 책 한 권의 위험을 결정하는 권한은 누구의 것인가.   권오헌 선생의 생전 모습 @오마이뉴스 민병래    김태중 시민기자 ktj628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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