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청와대, 국민연금 CIO 긴급면담…ESG 공시로드맵 전면 수정하나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지속가능성(ESG) 공시 로드맵이 국민연금의 공개 반대와 정치권 문제 제기에 이어 청와대까지 개입하면서 전면 재검토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청와대가 국민연금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직접 불러 의견을 청취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당초 금융위 초안을 그대로 확정하기는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팩트온이 8일 복수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이동진 청와대 성장경제비서관은 지난 4월초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에게 긴급 면담을 요청해 별도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면담은 국민연금이 금융위의 ESG 공시 로드맵 초안에 대해 공식 의견서를 제출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지 사흘 만에 이뤄졌다고 한다. ESG 공시 정책 논의가 금융위와 국회를 넘어 청와대까지 확산된 것이다.
국민연금 의견서가 흔든 금융위 초안
애초 금융위는 지난 2월 25일 발표한 ESG 공시 로드맵 초안을 발표하면서, 의견 수렴을 거쳐 4월 말까지 최종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초안은 2028년부터 연결자산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공시를 시작하고, 기업 가치사슬 전반의 배출량을 의미하는 스코프3 공시는 3년의 유예기간을 둬 2031년부터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초기에는 거래소 공시 형태로 운영한 뒤 향후 법정 공시로 전환한다는 방향이 제시됐지만, 전환 시점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3월 30일 서원주 본부장 명의로 금융위와 한국회계기준원 등에 의견서를 보내 금융위 초안의 보완을 요구했다. 적용시점을 2026회계연도로 앞당겨 2027년부터 공시를 시작해야 하며, 공시 대상 역시 연결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스코프3 공시 유예기간을 1~2년 수준으로 단축해 2029년 전후에는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은 장기 투자자 입장에서 기후 리스크를 평가하려면 직접 배출뿐 아니라 공급망 전반의 배출 정보까지 조기에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시 방식에 대해서도 거래소 공시에 머무르지 말고 법정 공시로 전환하는 시점을 로드맵에 명확히 담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민연금이 이처럼 강한 의견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장기 투자자 입장에서 기후와 공급망, 노동 리스크를 비교할 수 있는 정보가 필요하다는 원칙적 입장을 낸 것”이라며 다만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이렇게 강하게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지속가능성(ESG) 공시 로드맵이 국민연금의 공개 반대와 정치권 문제 제기에 이어 청와대까지 개입하면서 전면 재검토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챗GPT 생성이미지
당정협의회서 금융위 초안 질타… 대상 좁고 법정 공시 필요”
국민연금 의견이 외부에 알려지자 정치권에서도 금융위 초안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월초 열린 당정협의회에는 금융위원회와 산업통상부, 기후에너지환경부, 중소벤처기업부 4개 기관이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금융위 초안의 공시 대상과 방식이 모두 미흡하다 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의 지적은 공시 대상과 공시 방식에 집중됐다. 첫 적용 대상을 연결자산 30조원 이상 기업으로 제한하면 제도 도입 효과가 제한적이고, 거래소 공시에 무게를 두면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체계로 자리 잡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정무위와 산자위 소속 의원들은 더 많은 기업을 공시 대상에 포함하고, 사업보고서를 기반으로 한 법정 공시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공시 내용이 기후 이슈에만 치우쳐 노동, 공급망, 안전 문제를 충분히 담지 못한다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고 한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의원들의 문제 제기 이후 청와대와 추가 협의가 필요하며, 4월 안에 최종안을 발표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확인된다. 금융위가 당초 4월 중 최종안을 확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실제 발표가 지연된 배경에 국회와 정부 내 재조율이 있었던 셈이다.
당정협의회 이틀 뒤 청와대 면담…국민연금 의견 직접 청취
이 같은 상황에서 청와대가 국민연금 CIO를 직접 불러 면담을 진행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 금융 자산운용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면담에는 청와대 측에서 이동진 성장경제비서관과 관계 비서관이 참석했고, 국민연금에서는 서원주 기금운용본부장과 이동섭 수탁자책임실장이 배석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가 국민연금 CIO와 별도 면담을 잡은 것 자체가 국민연금의 문제 제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는 의미”라며 단순한 의견 수렴 차원이었다면 굳이 별도 자리를 만들 이유가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 면담 이후 금융위가 기존 초안을 그대로 확정하기는 어려워진 것으로 안다”며 의견 수렴 결과와 국회 논의, 관계 부처 의견을 반영해 보완안을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이 자리에서 장기 투자자 관점에서 더 많은 기업의 신뢰성 있는 지속가능성 정보가 필요하다는 취지를 설명한 것으로 확인된다. 공시 대상이 지나치게 좁으면 투자 대상 기업 상당수가 공시 사각지대에 남고, 스코프3와 종속회사 정보가 빠질 경우 기업가치와 기후 리스크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국민의힘 법안 발의…정무위 논의, 법정 공시로 무게
정치권의 흐름도 금융위 초안에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에 이어, 국민의힘에서도 지속가능성 공시를 법정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월 21일 지속가능성 공시를 법정 공시로 의무화하는 자본시장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이 사업보고서 형태의 지속가능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속가능성 공시 로드맵 최종안의 발표 시점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 는 입장이다. 내부적으로는 발표가 5월 이후로 더 늦어져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있지만, 핵심 쟁점이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오른 상태로 확인됨에 따라 향후 발표 시점이 더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