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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확전·호르무즈 봉쇄…악몽의 시나리오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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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발발 하루 뒤인 지난 3월 1일 이란의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발사된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탄도탄 요격미사일들의 궤적.   뉴욕타임스 3월 3일 에너지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이란이 개입하는 전쟁 시나리오와 관련해 두 가지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 하나는 이란이 산유국인 이웃 아랍국가들을 공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 세계 원유 해상 운송량의 3분의 1과 액화천연가스(LNG)의 5분의 1이 매일 지나다니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것이다. 이란의 전략 2가지, 확전과 호르무즈 봉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본토를 공격한 2월 28일 이전까지는 이 두 가지 가능성의 실현은 모두 희박해 보였다. 왜냐면, 이란이 전쟁에 뛰어들면 걸프(페르시아만) 국가들을 숙적인 미국 쪽으로 돌려세우게 될 것이고, 주요 석유 구매국인 중국을 자극할 것이며(중동 석유 수입비중이 높은 한국, 일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국의 석유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을 자초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이코노미스트 3월 3일) 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주요 시설들을 폭격하고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체제 우두머리들을 정밀타격으로 제거함으로써 체제 붕괴 위기에 직면한 이란의 남은 지배세력이 절망에 빠진 순간 상황은 일변했다. 이란의 잔존 지도부가 투항과 타협이 아니라 전면적 항전을 선택하면서 위의 두 가지 악몽과 같은 시나리오가 모두 현실이 돼 가고 있다.   지난 3월 1일 이란이 쏘아 보낸 미사일에 피격돼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는 카타르의 도하.  뉴욕타임스 3월 3일 미국에 전쟁비용 부담 높이려 인근 산유국 공격 이란 현체제의 최우선 과제는 생존이다. 싸우겠다고 작정한 이란 지도부는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쟁비용, 즉 미군 사상자 수와 에너지 비용을 늘리고, 인플레이션 등을 부풀리게 만들어서 미국과 세계의 부담을 키우고 여론을 악화시켜, 그가 ‘이 정도로도 이미 성공했다’고 자화자찬한 뒤 서둘러 철수하게 만드는 전략을 쓸 것이다. 외교관과 분석가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압도적인 화력에 직면한 이란이 전쟁터를 자국 영토에서 더 넓은 지역으로 확대하려 한다고 본다. 이란의 목표는 인근 아랍 산유국들의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 기반시설을 파괴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수송을 차단하고, 항공교통을 교란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페르시아만 경제를 교란시켜 세계 에너지 가격과 인플레를 상승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란은 또 적들이 보유한 값비싼 미사일 요격기의 수를 고갈시키려 할 것이다. 존스 홉킨스 고등국제연구대학원의 발리 나스르 교수는 이번 전쟁은 의지와 체력의 시험(test of wills and stamina)”이라며 이란은 질적으로 우월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력을 상대하고 있기 때문에, 전쟁터를 ​​확대하고 전쟁을 복잡하게 만들어 세계 경제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킴으로써 그들의 의지를 시험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뉴욕타임스 3월 3일) 뉴욕타임스 기사를 좀 더 인용하자면, 브뤼셀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의 이란 담당 이사인 알리 바에즈는 이란은 자신들에게 어떤 피해가 가든,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가 악화되든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려 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그만둘 수밖에 없을 정도로 큰 반발을 (미국 안팎에)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란(잔존 체제)에게 생존은 비록 피로스의 승리일지라도 승리 라고 덧붙였다. 기원전 279년 에페이로스의 왕 피로스는 아스쿨룸 전투에서 로마 군대와 싸워 이겼으나, 너무 큰 희생을 치른 결과 사실상 패배한 거나 다름없는 꼴이 됐다. 하지만 이란의 잔존체제는 설사 사태가 그런 식으로 귀결되더라도, 일단 복수의 혈전을 벌여야 하고, 요행히 살아남아 뒷날을 기약할 수 있다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다. 이 전략의 배경에는 미국 중간선거와 회의적인(skeptical)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사상자와 인플레가 더 악화되기 전에 전쟁을 종식시키려 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페르시아만 석유 가스 산업지형도. 검은 점은 유정, 빨간 점들은관련시설들. 검은 선은 석유 파이프라인, 푸른 선은 가스 파이프라인.   이코노미스트 3월 3일 누가 더 오래 견디나 시간과의 싸움” 이미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들이 사우디와 카타르, 아랍에미리에트연합(UAE) 등의 에너지 시설들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이란이 지원하는 ‘저항의 축’의 하나였던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이란의 미사일이 사우디 최대 정유시설, 카타르의 가스 액화단지, 쿠웨이트의 또 다른 정유시설, 그리고 주요 환승 및 연료 공급 허브인 아랍에미리트(UAE)의 푸자이라 석유 산업단지를 강타했다. 앞의 두 시설은 가동이 중단됐으며, 이스라엘과 쿠르디스탄의 가스전도 마찬가지다. 3월 3일, 사우디 주재 미국 대사관은 사우디의 거대 석유단지인 다란에 대한 이란의 임박한 공격을 경고했다.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석유와 천연가스의 적어도 20% 이상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은 사실상 중단됐다. 군사 분석가 프란츠 슈테판 가디는 이번 싸움을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했다. 이스라엘과 미국, 그리고 그 동맹국들이 이란의 미사일, 발사대, 통신망을 최대한 신속하게 파괴하려 하고 있으며, 이는 (서방의) 요격 미사일이 부족해질 때 이란이 더욱 발전된 미사일을 쉽게 발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발사시설이 많이 남아 있으면, 시간이 갈수록 값비싼 미국과 이스라엘 요격미사일들이 고갈돼, 값싼 다량의 미사일과 드론들을 비축해 둔 이란에게 유리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드론 공격으로 여러 선박이 피해를 입자 보험사들이 많은 선박의 보험 적용을 중단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이 거의 중단됐다. 3월 2일, 이란 혁명수비대는 해협 폐쇄를 선언하고 통과를 시도하는 모든 선박은 불태워버리겠다고 경고했다.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2월 27일 이후 14% 급등해 배럴당 83달러를 기록했다. 유럽에서는 천연가스 1메가와트시(MWh) 가격이 54유로(63달러)로 지난주보다 70% 이상 올랐다. 아시아에서도 가격이 급등했다. 전쟁이 길어지면 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전쟁 발발 뒤인 3월 들어 급등한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이코노미스트 3월 3일 미국은 상대적으로 느긋, 석유·가스 수입 급증 3월 3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해운 회사들에 보험과 보증을 제공하고, 필요할 경우 해군이 페르시아만에서 유조선을 호위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불분명한 상태다. 더 큰 피해와 더 큰 혼란을 바라는 이란의 노림수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지만, 미국 본국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호르무즈가 막힐 경우 미국의 석유와 가스가 더 많이 아시아 쪽에 판매되고 가격 폭등 속에 수익도 크게 올라갈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유조선들 변화 추이. 전쟁이 시작된 지 하루 지난 3월 1일부터 통과 유조선이 급감했다.    이코노미스트 3월 3일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막히면서 유조선 운임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선박 추적 업체인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3월 2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유조선은 단 4척에 불과했다. 이는 2월의 하루 평균 52척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일반적으로 하루 약 1400만 배럴의 원유와 400만 배럴의 정제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이 중에서 약 4분의 1은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해협을 우회하여 운송될 수 있지만, 나머지 원유는 비상출구가 없다.   페르시아만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가는 유조선 운임의 톤당 가격(달러) 변화 추이. 3월 들어 급증했다.   이코노미스트 3월 3일 JP모건 체이스 은행은 3월 3일 기준으로 이라크와 쿠웨이트가 각각 약 3일과 14일 안에 저장 용량 한계에 도달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출을 중단해야 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하루 약 500만 배럴, 즉 전 세계 생산량의 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라크는 이미 생산량을 하루 150만 배럴 감축했다. 걸프 수출국들은 아직 예정된 선적에 대해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하진 않았다. 하지만 일부 국가들이 곧 그렇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바이에서 거래되는 원유 대비 브렌트유 프리미엄 지표가 급등했다. 이는 아시아 구매자들이 걸프 지역의 원유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서아프리카, 브라질, 가이아나, 노르웨이, 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3월 2일 중국으로 인도될 5월 인도분 브라질산 원유는 브렌트유 대비 10달러의 프리미엄이 붙었는데, 이는 2월 27일의 3.40달러에서 크게 올라간 수치다.   전쟁 발발 뒤인 3월 이후 브렌트유 대비 두바이유 가격이 급등했다.  이코노미스트 3월 3일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가 먼저 타격 결국 아시아 구매자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 일본, 한국은 몇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원유를 비축했지만, 중동 원유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걸프 지역 원유는 중국 전체 수요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가장 인기 있는 중국산 원유 선물은 3월 2일 하루 상승률 9% 제한을 넘어서면서 거래가 중단됐다. 아시아의 대체재 확보 경쟁은 다른 모든 국가의 가격을 상승시킬 것이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ING 은행의 워렌 패터슨은 시장이 1~2주 이상의 공급 차질에 직면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수개월간의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가격은 2022년 이후 최고치인 120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공급이 확보될 수 있지만, 모든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하루 100만~200만 배럴 정도만 추가될 뿐이며, 실제로 공급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최소 6개월이 걸릴 것이다. 페르시아만 원유를 거의 수입하지 않는 유럽도 예외가 아니다. 유럽 디젤 생산량의 5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하여 연료로 만들 때 얻는 마진인 디젤 크랙 스프레드(Diesel ‘crack’ spreads)는 최근 급등했다. 천연가스 공급 중단은 더 빠르게 아시아 타격 천연가스 공급 중단은 더 빠르게 아시아 시장에 타격을 가할 것이다. 2025년까지 카타르를 중심으로 연간 8000만 톤 이상의 LNG(액화천연가스)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예정이었다. 3월 2일 가동이 중단된 카타르의 라스 라판 가스전은 연간 7500만 톤, 즉 전 세계 수출량의 17%를 차지했다. 3월에 선적 예정이던 선박 약 30척이 현재 아라비아해와 인도양을 배회하고 있으며, 이미 선적된 8척은 해협 반대편에서 대기 중이다. 3월 1일 이후 단 한 척도 해협을 통과하지 못했다. 라스 라판 가스전을 운영하는 카타르에너지는 일부 장기 구매자들에게 불가항력 통지서를 발송했다. 장기적인 가동 중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원유와 마찬가지로 가스 공급 중단 또한 아시아 구매자들을 걱정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카타르는 중국 LNG 수입량의 30%, 인도의 45%, 파키스탄의 99%를 공급했다. 일본과 한국 또한 막대한 양의 LNG를 수입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 업체 스파크 커머디티스에 따르면, 다음 달 미국 멕시코만 연안에서 가스를 선적해 유럽이나 다른 지역이 아닌 아시아로 운송할 경우 발생하는 수익은 2022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다. 3월 2일, 아시아산 LNG 선적 가격은 전날 대비 60%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대서양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LNG 운송 비용이 하루 만에 이렇게 빠르게 상승한 적이 없었다. 유럽도 피해를 입기는 마찬가지 유럽과 아시아 모두 동일한 현물 물량을 놓고 경쟁하기 시작하면서 유럽 가격도 곧 아시아 가격을 따라잡게 될 것이다. 이미 계절 평균보다 낮고 작년보다 10% 감소한 유럽의 가스 저장량은 겨울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부족해지고 있다. 컨설팅 회사인 우드 매켄지는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될 경우 매주 전 세계 공급량이 150만 톤씩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컬럼비아대의 앤 소피 코르보 교수는 카타르의 수출이 이번 주말까지 재개되지 않으면 시장에 공황 상태가 발생할 수 있으며, 가격이 메가와트시당 100유로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3월 3일, 테헤란에서 공습 뒤 파괴된 이란 혁명재판소의 모습. 2026.3.3. AP 연합뉴스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가난한 약자들 에너지 충격의 경제적 여파는 광범위할 것이다.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배럴당 유가가 10% 상승할 때마다 연간 세계 GDP 성장률은 약 0.15%포인트 감소하고, 다음 해 인플레이션은 0.4%포인트 상승한다. 즉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르면 GDP 성장률은 약 0.4%포인트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은 1.2%포인트 상승해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을 맞게 된다. 당연하게도 에너지 수입량이 많은 국가,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와 국민들이 전쟁으로 인한 타격을 가장 크게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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