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모니터링】 HL만도, 28개 사업장 기후리스크 전수조사...COO KPI 3% 반영 [환경]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로드맵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기후 공시 의무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이 매년 6월 전후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잇따라 발간하는 만큼, 올해 보고서는 의무 공시의 기준이 되는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기후공시 기준에 대한 기업들의 현재 대응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임팩트온은 자체 개발한 AI 기반 기후공시 정합성 분석툴 에 따라, 보고서의 KSSB 기후공시 부합성을 평가하고, 현재 공시 수준과 향후 보완 과제를 점검한다.
HL만도가 지난해 매출 9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내면서, 친환경 제품 매출 비중이 54%로 집계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2030년까지 이 비중을 65%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HL만도는 제동, 조향 등 자동차 주행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다. 회사는 전동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피지컬 AI를 향후 성장 축으로 제시했다. 기존 내연기관 중심 부품에서 전기차·자율주행·로봇 액추에이터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기후공시 정합성 분석결과,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및 리스크 식별, 시나리오 활용, 감축 목표 설정 등 제조업 기후 공시의 기본 틀은 확실히 갖췄다는 평가다. 다만 취약 자산의 구체적 금액이나 재무적 영향, 자본 지출(CapEx) 등 기후리스크가 실질적인 재무 정보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아직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HL만도가 발간한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표지/HL만도
9개국 28개 사업장 기후리스크 전수조사
기후 분야에서는 성과와 부담이 동시에 확인됐다. HL만도는 2025년 10월 SBTi(과학기반감축목표 이니셔티브)로부터 단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 승인을 받았다. 2035년까지 2023년 대비 Scope 1·2 배출량을 절대량 기준으로 63%, Scope 3 중 ‘구매한 제품 및 서비스(카테고리1)’ 배출량을 부가가치 원단위 기준으로 66.3% 줄이는 목표다. 회사는 최종적으로 2045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배출량은 소폭 증가하고 있다. HL만도의 2025년 Scope 1 배출량은 2만543톤으로 전년(1만9432톤)보다 5.7% 늘었다. Scope 2 시장기반 배출량도 20만4371톤에서 21만1701톤으로 3.6% 증가했다. Scope 3 배출량은 790만3631톤에서 808만5509톤으로 2.3% 늘었다. 보고서는 Scope 3가 전체 배출량의 96% 이상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전력 의존도도 주요 리스크로 꼽힌다. HL만도는 Scope 1·2 배출량 대비 Scope 2 배출 비중이 약 90%에 달하는 전력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다. 중국·인도·폴란드 사업장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2025년 글로벌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전체 전력 사용량의 18.9%, 사용량은 108.6GWh로 집계됐다.
기후공시 부합도 측면에서 HL만도의 보고서를 평가한 결과, 공급망 내 핵심 배출원(Hotspot)으로 꼽히는 ‘구매한 제품 및 서비스(카테고리1)’에 대해 구체적인 정량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는 점이 돋보였다는 평이다. 이 항목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탄소 규제 및 공급망 전환 리스크와 직결되는 가장 민감한 항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HL만도의 Scope 3 총배출량(808만톤) 중 구매한 제품 및 서비스(카테고리1)가 192만톤을 차지한다. HL만도는 카테고리1 배출에 대해 2035년까지 부가가치 원단위 기준 66.3% 감축하겠다 는 구체적인 정량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공시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는 국내 제조업 기후 공시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Scope 3는 기업이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공급망 배출을 포함하기 때문에, 단순 공시만으로는 기업의 실제 관리 역량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HL만도는 공급망 리스크의 핵심 축인 구매 제품·서비스 항목에 대한 명확한 감축률과 로드맵을 제시했다.
다만, 온실가스 데이터가 위험 노출액이라는 재무적 수치로 변환되지는 못했다. 보고서는 탄소 비용 상승, 규제 강화, 저탄소 공정 전환 비용 등을 리스크로 언급했으나, 어떤 제품군이나 사업 부문이 이 위험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지 그 구체적인 금액과 비율은 제시하지 않았다. 온실가스 데이터가 투자자에게 위험의 ‘방향성’은 보여줬지만, 위험의 ‘실질적 크기’까지 보여주지는 못한셈이다.
배출 비중 높은 핵심항목에 대한 별도 목표 수립…
공급망 리스크의 재무적 영향파악은 과제
HL만도의 기후공시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물리적 위험 분석의 범위다. HL만도는 전 세계 9개국 28개 사업장을 분석 대상에 포함했다. 제조업 기후 공시에서 사업장별 물리적 위험 데이터는 투자자가 생산 차질 가능성, 설비 손상 위험, 공급망 안정성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가 된다.
리스크 분석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외부 툴 활용도 눈에 띈다. 물리적 위험 분석에는 IPCC 기후 경로와 주피터 인텔리전스(Jupiter Intelligence)의 기후 모델링을 활용했고, 탄소세 등 전환위험과 기회 요인 분석에는 IEA와 NGFS 시나리오를 교차 적용했다. 여기에 단기(1년), 중기(1~5년), 장기(5년 초과)로 시계열을 나누어 구체적인 타임라인을 제시했다. 리스크를 단순히 서술형으로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과 시간축에 따라 명확하게 구분하여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리스크 분석이 실제 ‘자산 가치 손실 가능성’으로까지 연결되지는 못했다. 어느 사업장이 기후 변화에 가장 취약한지, 해당 사업장의 자산 가치가 얼마인지, 전체 매출 중 기후 리스크 노출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리스크 분석 범위와 방법론은 정교해졌지만, 투자자가 재무적 위험 규모를 직접 산출할 수 있는 ‘실질적 숫자’는 뒷받침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환경 관련 투자금액은 2024년 23억6600만원에서 2025년 37억2900만원으로 57.6% 증가했다. 온실가스 관련 투자는 19억100만원에서 32억1400만원으로 69.1% 늘었다.
최고운영책임자(COO)의 KPI에 기후변화 지표 3% 반영
기후 관련 지배구조에서도 짜임새를 갖췄다. HL만도는 기후변화 리스크를 전사 리스크 관리 체계 내 환경 범주로 통합해 관리하고 있다. CEO가 참여하는 ‘탄소중립추진위원회’를 통해 분기별로 대응 현황을 점검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했으며, 최고운영책임자(COO)의 성과평가(KPI)에 기후변화 지표를 3% 반영해 경영진의 책임성을 높였다.
문제는 이러한 관리 체계와 감축 목표가 실제 자본 배치(CapEx) 계획과 충분히 연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내부탄소가격제 도입과 잠재적 탄소비용(Shadow Price)의 투자 의사결정 반영 계획 역시 검토 예정 중으로, 구체적인 정보는 공시되지 않았다.
◆ 총평: 탄탄한 공시체계 갖췄지만, ‘KSSB 안착’ 위한 재무 연계성 확보해야
HL만도는 정교한 기후 리스크 분석체계와 높은 수준의 Scope 3 목표를 수립해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탄탄한 공시체계를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다만 KSSB를 포함해 ISSB, ESRS등에서 기후 공시의 재무적영향의 비중이 굉장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연계성을 높이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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