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AM, 철강 수출 24% 줄여도 탄소는 1%만 감소…실효성 논란 [환경] 인도 연구는 EU CBAM이 철강 수출은 24% 줄이지만 글로벌 철강 산업 탄소배출은 1%만 감축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 ICRIER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수출국에는 큰 경제적 부담을 주는 반면, 탄소 감축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인도 국제경제관계연구위원회(ICRIER)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CBAM이 인도의 대EU 철강 수출을 24% 줄이는 반면, 글로벌 철강 산업의 탄소배출은 1% 감소하는 데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CBAM의 경제적 비용과 환경적 효과를 계량적으로 분석한 연구다.
철강 수출 24% 감소…EU는 후생 늘고 인도는 GDP 감소
ICRIER는 자체 개발한 다지역·다부문 일반균형(CGE) 모델인 삼리디(Samriddhi) 를 활용해 CBAM 전면 시행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탄소가격은 2022년 EU 배출권거래제(ETS) 평균가격인 톤당 86달러(약 13만원)를 적용했다.
분석 결과 인도의 대EU 철강 수출은 23.9%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도 22.5% 줄어 주요 철강 수출국이 모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글로벌 철강 산업의 탄소배출 감소율은 1%에 불과했다.
전 세계 철강 수출 기준으로도 인도의 감소폭은 5.7%로 중국(1.2%)보다 훨씬 컸다. 보고서는 경제적 비용에 비해 탄소 감축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거시경제 영향도 엇갈렸다. 인도 GDP는 0.04% 감소하는 반면 EU는 교역조건 개선 효과로 경제적 이익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CBAM이 무역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을 EU 쪽으로 이전하고, 대부분 수출국에는 경제적 손실을 안기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인도 배출은 줄고 EU 배출은 늘어… 규모 효과
탄소배출 변화도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CBAM 시행 이후 인도의 탄소배출은 0.26% 감소하지만 EU의 탄소배출은 오히려 0.29%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감소분을 EU 역내 생산이 대체하면서 에너지 집약적인 철강 생산이 늘어나는 규모 효과(scale effect)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는 EU 기업의 생산 효율이 악화된 결과가 아니라 CBAM이 사실상 수입 관세처럼 작동해 역내 생산을 확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탄소 누출을 줄이겠다는 CBAM의 정책 목표가 예상만큼 달성되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번 결과가 기존 연구들과도 대체로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2021년 발표한 개도국 영향 분석과 중국 인민대·마르틴루터대 연구진이 2022년 에너지정책(Energy Policy)에 발표한 CBAM 경쟁력·후생 분석 등이 같은 방향의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탈탄소와 제품 전략 함께 바꿔야
ICRIER는 CBAM 대응의 핵심으로 탈탄소 투자와 제품 포트폴리오 전환을 함께 제시했다.
탄소집약도가 낮은 고부가가치 철강 제품으로 전환할수록 CBAM 인증서 부담이 줄어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비료는 EU 수출이 16.8%, 알루미늄은 10.1%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돼 제품 구조 전환 압력은 철강에만 국한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국내 탄소가격 제도도 함께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내에서 이미 부담한 탄소비용을 CBAM 부담액에서 인정받을 수 있어 기업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생산 공정의 탈탄소화와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을 함께 추진해야 장기적으로 EU 시장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