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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합리적 의심 아닌 선택적 의심 택한 재래식 언론

합리적 의심 아닌 선택적 의심 택한 재래식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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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요훈 편집위원(전 MBC 기자) 기자로 살면서 자연스럽게 깨달은 게 있습니다. 기자에게 의심은 직업병이라는 겁니다. 기자 초년병 시절에 남의 말을 믿고 그대로 옮겼다가 혼쭐이 나는 경험을 하면서 일단 의심부터 하는 버릇이 생겼지만, 따지고 보면 기자에게 의심은 당연한 직업윤리이기도 합니다. 기자에게 접근하는 사람은 언론을 이용하기 위해 접근하는 것이고 의도와 목적이 있어서 접근하는 겁니다. 기자는 당연히 그 의도와 목적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따져야 합니다. 그래서 언론 윤리에도 제보자 또는 취재원에게 사적인 이해관계나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살피라고 쓰여 있습니다. 보도자료나 홍보자료라 할지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선일보의 보도준칙에도 한겨레의 보도준칙에도 그렇게 하라고 쓰여 있습니다. 조선일보와 유착 의혹이 있는 IPI가 ‘언론의 유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국제언론인협회(IPI)가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 개정된 한국의 정보통신망법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폐기를 요구하는 성명을 인터넷 게시판에 게재했습니다. 그랬더니 국내 언론이 경쟁적으로 그 성명을 보도합니다. 조선일보는 물론이고 진보 매체를 대표한다는 한겨레도 보도하고,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도 그 성명을 글자 그대로 보도합니다. 국제언론인협회(IPI)는 어떤 단체인가 궁금하여 구글 AI에게 물어보니, 언론사 편집인, 경영진이 주로 참여하는 비정부기구(NGO)이고 언론자유 침해 감시와 언론인 권익 보호 등의 활동을 하고, 언론의 자유에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정부에 항의 서한을 보내거나 성명을 발표한답니다. AI는 그런 일반적인 정보에 덧붙여 주로 언론사 경영진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사주들의 이익 대변 단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는 것까지 알려줍니다. 요즘 AI는 웬만한 기자보다 취재를 잘합니다. 내친김에 국제언론인협회(IPI)는 어떤 식으로 한국의 언론계와 소통하는지 물었습니다. 조선일보 사주인 방상훈 회장이 IPI 수석부의장을 지내는 등 IPI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로 활동해왔고, 아들인 방준오 조선일보 사장도 IPI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답니다. 이쯤 되면, IPI의 성명은 조선일보의 사주를 받아 나온 게 아닌가 의심할 만도 합니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했습니다. IPI의 한국 정부 압박은 단지 오늘만의 일이 아닙니다. 진보 정권 때는 ‘언론감시 대상국’ 비판, 윤석열 때는 입꾹닫 김대중 정부 당시의 언론사 세무조사는 정기적인 조사였습니다. 그때 IPI는 한국 정부에 항의 서한을 보내고 한국을 ‘언론감시 대상국’으로 지정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IPI는 몇 번이나 항의 서한을 보냈습니다. 그 당시에 한국기자협회는 국제언론인협회는 한국 언론의 현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알려고 하지 않은 채, 일부 거대 언론사 사주 등이 제공하는 왜곡된 정보에 기반해 그릇된 주장을 펼쳐 왔다”는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오죽했으면 그런 성명을 냈을까 싶습니다. 조선일보는 IPI를 ‘언론의 유엔’이라고 치켜세웠지만, 경향신문에는 정반대의 사설이 실리기도 했습니다. 일부를 소개합니다.   국제언론인협회(IPI)가 노무현 정부에 보낸 항의 서한을 상세하게 보도한 2007년 8월 29일자 조선일보 지면. 노무현 정부는 IPI가 왜곡된 정보로 한국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국제언론인협회(IPI)라는 단체가 있다. 언론의 현실을 성찰하고 미래에 대한 전망을 수립하는 국제적 언론단체일 것으로 생각하기 쉽겠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국내 거대 보수언론의 소유주들이 회원으로 있는 이 단체는 군사독재정권 시절 수많은 언론인들이 언론자유를 지키려다 수난을 당할 때 한국을 ‘언론자유국’으로 규정함으로써 국제적인 비웃음을 산 바 있다. IPI는 또 정작 한국의 민주화 이후에는 보수언론 사주들의 탈세에 대한 처벌을 엉뚱하게 ‘언론탄압’으로 몰고 가는 따위의 반언론적 행태를 일삼아 왔다. IPI는 한마디로 언론사주들의 국제적 로비단체로 기능하면서 한국의 언론 상황을 집요하게 왜곡·조작해 왔던 것이다.”   한국기자협회는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6년, 국제언론인협회(IPI)의 ‘상습적 왜곡’에 대한 경고 성명을 냈고, 경향신문은 IPI에 주제넘은 행위를 즉각 그만둘 것을 촉구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사진은 당시 경향신문 사설. 윤석열 정권은 기자든 개인이든 비판하면 적으로 취급했습니다. 미운털이 박힌 매체에는 수사팀을 보내 압수수색을 하고, 기자들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궁금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바이든-날리면’의 지록위마를 언론에 강요하고 ‘입틀막’으로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릴 때, IPI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에게 그랬던 것처럼 윤석열 정부에게도 비판 성명을 발표하거나 항의 서한을 보냈을까요? 그랬다는 기사를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뛰는 조선일보, 덩달아 뛰는 기타 언론 그렇습니다. 조선일보는 IPI라는 국제단체의 권위를 이용하여 군중심리를 자극하는 대중심리전을 하는 겁니다. 조선일보가 즐겨 쓰는 권위 중에 서울대라는 권위가 있고 원로라는 권위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 다수가 인정하는 권위와 일치하면 용기를 얻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냅니다. 반면,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고립에 대한 두려움으로 침묵하게 됩니다. 그렇게 ‘침묵의 나선 효과’가 작동하고, 힘이 센 언론사가 선택한 아젠다가 여론화가 되고 소수 의견도 다수 의견이 됩니다. 그것이 조선일보가 즐겨 쓰는 여론조작 방식입니다. 그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다수 언론은 조선일보에 부화뇌동하여 조선일보와 똑같은 보도를 합니다. 조선일보의 대중심리전에 자발적으로 부역하는 셈이지요. 그럴 때마다 한국에는 조선일보와 기타 언론이라는 두 부류의 언론만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가짜뉴스에 대한 징벌적 배상에 80% 안팎의 국민이 찬성했었는데, 조선일보가 선봉에 선 대중심리전에 밀려 찬성여론이 뚝 떨어졌고 결국 문재인 정부도 법 개정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제 이익 위해서라면 미국의 내정간섭도 좋은가? 김민석 국무총리가 미국을 방문하여 밴스 부통령과 회담을 했습니다. 한미 간에 관세협상이 원만하게 타결되었다지만 예의주시하며 잘 관리해야 합니다. 김민석 총리도 그런 이유로 미국을 방문했을 겁니다. 그런 회담인데, 밴스 부통령이 불쑥 쿠팡 문제와 구속된 손현보 목사 얘기를 꺼내더니 오해와 긴장이 없도록 잘 관리했으면 좋겠다고 했답니다.   미국을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23일 백악관에서 밴스 미국 부통령과 한미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밴스 부통령은 불쑥 쿠팡과 손현보 목사 얘기를 꺼냈다. 총리실 제공 사진. 쿠팡은 미국으로 본사를 옮겼지만 한국에서 설립됐고 대부분의 매출이 한국에서 발생하는 사실상 한국기업입니다. 그런데 밴스 부통령은 왜 쿠팡 얘기를 했을까요? 손현보 목사는 법이 금지하는 선거 개입으로 구속됐습니다. 예수님은 ‘원수마저도 사랑하라’고 가르치셨는데, 손현보 목사는 ‘이재명 죽어라’는 혐오를 전파했습니다. 밴스 부통령은 왜 손현보 목사 얘기를 꺼냈을까요? 굳이 의심이란 직업병이 발동하지 않아도 미국의 쿠팡이 로비를 했을 거라는 ‘상식적 의심’이 가능합니다. 손현보 목사와 한 울타리를 쓰는 국내의 극우세력이 미국의 극우와 연계하여 로비를 했을 거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합니다. 사대주의적 발상이고 내정간섭을 사주한 거라는, 기자의 ‘직업적 의심’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조선일보 등 재래식 언론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의심을 추적하는 대신 미국에 ‘No’라고 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아는 보수 유권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며 미국의 내정간섭을 정당화하는 보도를 합니다. 그런 언론을 보면 국적마저 의심됩니다. 넘치는 의혹에 선택적으로 작동하는 언론의 의심과 궁금증 모든 취재는 ‘왜?’라는 의심과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주류 언론에선 그 의심과 궁금증이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선택적으로 작동합니다. 공평하지 않습니다. 한국기자협회의 윤리강령은 불편부당한 자세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사실 보도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에선 지켜지지 않습니다. 장동혁 국힘당 대표가 8일간 단식 농성을 했습니다. 국힘당은 청와대도 여당도 위로 방문이 없다고 투정을 부렸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야당 대표 시절에 단식 농성을 했었습니다. 단식 농성은 24일간 이어졌는데, 용산 대통령실은 철저하게 무시했고 여당인 국힘당은 방탄 단식이니 출퇴근 단식이니 웰빙 단식이니 하며 조롱했었습니다. 단식을 중단한 장동혁 대표가 입원한 병원의 소유주는 윤석열 후원회장이었고, 그래서인지 윤석열 정부에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에 임명됐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입원했던 병원은 진보 성향의 의료인들이 운영하는 녹색병원이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왜 녹색병원으로 갔느냐고 따지던 언론이 장동혁 대표에겐 그런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장동혁 국힘당 대표가 입원한 양지병원 소유주인 김철수 씨는 윤석열 후원회장이었고, 윤석열 정부에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에 임명되었다. 사진은 김철수 씨가 적십자사 회장으로 재임 중에 신천지에 표창장을 주는 장면. 2025.10.22. MBC 뉴스데스트 화면 촬영. 국무총리를 두 번이나 했지만 자기 판단으로 중요한 결정을 해본 적이 없을 것 같은 한덕수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에 국회 몫인 헌재 재판관 3인의 임명을 거부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지귀연 판사는 유례없는 계산법으로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을 내렸고, 심우정 검찰총장은 즉시항고를 포기하여 윤석열을 풀어주었습니다. 그게 우연일까요? 대법원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주도로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유례없는 초고속 결정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선 출마를 막으려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습니다. 다음 날 한덕수 총리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국힘당은 대선후보를 김문수에서 한덕수로 교체했습니다. 그 모두가 우연일까요? 의심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의심을 파고드는 언론은 없었습니다. 열심히 불 속 뛰어드는 ‘부나방’ 재래식 언론 언론의 보도에서 갈수록 ‘합리적 의심’이 사라집니다. 대신 그 자리를 진영논리에 함몰된 혐오감정으로 채웁니다. 정론직필이니 불편부당이니 하는 말은 사문화되어 화석이 되었습니다. 그럴수록 언론의 신뢰는 추락하고 독자들은 ‘합리적 의심’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뉴미디어를 찾아 떠납니다. 김어준을 미워하고 욕한다고 떠난 독자들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직업윤리로서의 ‘의심’을 상실한 언론의 종말이 뻔히 보이는데, 오늘도 한국의 재래식 언론은 부나방처럼 불 속으로 뛰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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