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 직원 다양성 공시 주주제안 배제…뉴욕시 연기금 4곳 소송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미국 통신 대기업 AT&T(NYSE: T)가 직원들의 인종ㆍ성별 등 다양성 데이터를 공개하라는 주주 제안을 주주총회 안건에서 제외했다가 뉴욕시 연기금 4곳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기업들이 일명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을 잇따라 축소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기업과 투자자 간의 정면 충돌이 법적 공방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미국 통신 대기업 AT&T(NYSE: T)가 직원들의 인종ㆍ성별 등 다양성 데이터를 공개하라는 주주 제안을 주주총회 안건에서 제외했다가 뉴욕시 연기금 4곳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챗gpt 생성이미지
SEC 정책 변경은 면죄부 아니다”
17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및 외신에 따르면, 뉴욕시 공공연기금 4곳은 맨해튼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AT&T가 13만3000명 규모 직원의 인종·민족·성별 구성 내역을 공개하라는 주주 제안을 부당하게 배제했다 고 주장했다.
소장에 따르면, AT&T는 매년 미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에 직원 다양성 내역을 보고해 왔다. 또 2021년부터 2023년까지는 해당 세부 내역을 외부에도 공개했지만, 2024년에는 별다른 설명 없이 이를 중단했다. 이는 주주들이 기업의 인적 구성 리스크를 판단할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 뉴욕 연기금들의 주장이다.
이에 AT&T는 지난해 11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변경한 정책을 주주안건 배제의 근거로 들었다. 해당 내용은 기업이 ‘합리적 근거(reasonable basis)’를 제시할 경우, 특정 주주 제안을 의결 안건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뉴욕시 연기금측은 SEC 규정이 AT&T의 2026년 연례 주주총회에서 해당 제안을 차단하는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 며, 이를 허용할 경우 회복 불가능한(irreparable) 피해가 발생한다 고 주장했다. 이들은 AT&T가 해당 제안을 제외한 채 위임장 권유(proxy solicitation)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법원이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표 DEI 지우기 와 SEC의 우회 지원
이번 소송의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단행된 대대적인 규제 변화가 있다.
하나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정책 급변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수백 개 기업이 SEC 기업금융국에 주주 제안을 의결 안건에서 제외해도 제재하지 않겠다는 ‘노 액션 레터(no-action letter)’를 요청해 왔다. SEC는 역사적으로 약 절반가량에 대해 허용 결정을 내려왔다.
하지만 폴 앳킨스(Paul Atkins) SEC 의장은 취임 직후 기업들이 주주 제안을 더 쉽게 거절할 수 있도록 노액션 절차를 간소화했다. 특히 델라웨어주 법을 근거로 비강제적(Precatory) 주주 제안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기업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또 하나의 변화는 연방 정부의 압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DEI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에 대해 민사 소송과 연방 계약 중단 등을 포함한 DEI 단속 을 선포했다. 이후 포충 500대 기업 중 상당수가 다양성 관련 목표를 축소하거나, 임원 보상 지표에서 DEI 항목을 삭제하는 등 후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액손 엔터프라이즈, 정치 자금 공시 주주 제안 거부
이러한 변화는 AT&T만이 아니다. 지속가능미디어 RI에 따르면, 미 공공안전기술 기업인 액손 엔터프라이즈(Axon Enterprise, NASDAQ: AXON)는 정치 지출 내역 공개를 요구한 주주제안을 정기 주총 안건에서 제외했다.
비영리 투자기관 네이슨 커밍스재단(Nathan Cummings Foundation)은 엑손에 ▲회사 자금이나 자산을 활용한 정치 캠페인 지출 및 지원 내역 ▲금전적·비금전적 기여 대상과 금액, 수혜자 정보 ▲관련 보고서를 이사회 또는 위원회에 제출하고 온라인에 공개할 것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엑손은 해당 제안이 SEC의 규정에 따라 주총 안건에서 제외할 합리적 근거 가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주주제안이 일상적 경영(ordinary business) 에 해당할 경우, 주총 안건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데, 이 제안이 경영진의 재량 범위에 속하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이에 SEC측은 해당 주주제안을 의결권 자료에서 제외하는데 반대하지 않겠다는 노 액션 입장을 통보했다. 회사 손을 들어준 셈이다.
기업의 경영 자율권 vs. 주주의 정보 접근권 충돌
한편, 이번 AT&T 소송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다양성 공시 축소에 제동을 거는 첫 대형 법적 분쟁 중 하나로 평가된다.
AT&T는 즉각적인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뉴욕시 감사관 마크 레빈(Mark Levine) 측도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SEC의 해석 변화로 인해 기업이 사회·환경·정치 활동 관련 주주 제안을 과거보다 더 쉽게 제외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정치 지출, 기후 대응, 인권·사회 정책 관련 공시 요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의 자율 경영권과 주주의 정보 접근권 중 어느 쪽에 무게가 실릴지에 따라, 향후 미국 대기업들의 DEI 공시 관행과 주주제안 처리 기준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