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100만원 오세훈법 에 제 발등 찍힌 오 시장 [뉴스]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2026.7.22 [공동취재]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나라당 의원이던 2004년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를 맡아 기업의 정치자금 후원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정치개혁3법(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정당법), 일명 오세훈법을 주도해 통과시켰다. 2002년 대선을 치르며 한나라당이 이른바 차떼기 로 대선자금을 기업 등으로부터 뜯었다는 국민적 지탄을 받은 것을 되돌리기 위한 카드였다.
골자는 법인과 단체의 모든 정치자금 기부를 전면적으로 막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된 계좌로만 정치자금을 모으고, 소액 다수의 개인 후원을 활성화하며, 불법 정치자금의 온상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지구당을 폐지하는 것이었다. 당시 오 의원은 그 해 1월 30일 국회 정치개혁특위 발언을 통해 모든 후원회에는 기업 및 법인, 단체의 후원을 금지하고...모든 정치자금의 수입은 복수 계좌를, 지출은 단일 계좌를 이용하도록 했다 고 강조했다.
초선 의원이었던 오 시장은 깨끗하고 돈 안 드는 선거문화와 투명한 정치제도를 정착시키자는 취지의 이 법으로 깨끗한 정치인의 이미지를 내세워 단숨에 유력 정치인 반열에 들었다. 2006년 역대 최연소 서울시장으로 당선되는데 큰 디딤돌이 됐으며 5선 서울시장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던 것도 이 법 덕분이었다.
22년 전 얘기를 새삼 꺼낸 것은 오 시장이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기소돼 22일 1심에서 공직 상실형을 선고받았는데 자신이 초선 의원 시절 입법을 주도한 오세훈법 에 제 발등을 찍힌 셈이기 때문이다.
이날 1심 선고 내용과 맞물려 가장 주목받은 것은 벌금 100만원 규정 이다. 오세훈법으로 신설된 정치자금법 33조의6(정치자금범죄로 인한 공무담임 등의 제한)을 보면 정치자금 부정수수죄에 해당하는 범죄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자는 그 형이 확정된 후 5년간 공직에 취임하거나 임용될 수 없고, 이미 취임·임용한 경우 그 직에서 퇴직된다 고 명시돼 있다. 이 조항은 현행 정치자금법 57조에 그대로 살아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 원과 2100만 원 추징을 선고하면서,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 5개(비공표 3개·공표 2개)를 의뢰했고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김한정씨가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한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여론조사 비용을 대신 낸 김씨의 행위가 불법 정치자금 기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조형우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 부장판사가 이날 양형 이유를 설명하며 다년간 국회의원, 서울시장 등을 역임하면서 정치자금법의 입법 취지나 내용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범행을 주도했고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여러 주장을 펼치면서 재판에서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했다 며 공직 자격 상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 고 상당히 강하게 질타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였다.
오 시장이 항소 의사를 밝힌 가운데, 2심과 상고심을 각각 3개월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특검법 원칙을 고려하면 대법원 판결은 내년 1월 말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대법원에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오 시장은 오세훈법에 따라 시장직을 잃게 되고,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다소 늦어져 2월 말까지만 확정 판결이 나오면 4월 7일에 치러지며, 그 뒤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10월 중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깨끗한 정치를 표방하며 금권선거를 방지하는 법안의 취지는 좋았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자신의 서울시장직을 위태롭게 하는 부메랑이 돼서 돌아온 측면이 있다 며 정치자금법 규제가 지나치게 강화돼 선거운동의 자유를 옥죄는 역기능을 하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 고 말했다.
어쨌든 오 시장도 자신의 이름과 이미지를 널린 오세훈법을 상당히 자랑스러워했다. 대표적으로 2020년 3월 22일 유튜브 채널 오세훈TV 발언 내용이 있다. 그는 수천만 원 거둬 쓸 수 있는 걸 1인당 500만원 줄 수 있도록 맥시멈(상한선)을, 한계를 설정해 놓으니까 처음에는 거의 패닉 상태였죠. 정치하는 사람들이… 라고 기꺼워했다. 불과 6년 뒤 그 법이 자신의 발등을 찍을 줄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명태균 리스크 가 제기된 이후에도 오 시장은 여론조사비 대납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는 취지로 이날 선고 공판이 열리기 직전까지 여러 차례 주장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3월 17일 종합편성채널 TV조선 뉴스9 에 출연, 정치를 한 지 한 25년이 됐는데 이런 류의 스캔들에 휘말린 적이 한 번도 없다 고 큰소리를 쳤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참석해 있다. 2026.7.22 [서울중앙지방법원 제공] 연합뉴스
그런데 판결문에 따르면 오 시장 주도로 이뤄진 여론조사 의뢰 및 비용 대납 정황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꽤 구체적이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오 시장은 2021년 1월 8일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명씨 연락처를 알려달라 고 요청해 연락처를 받았다. 같은 달 1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정식 출마 선언을 했고, 사흘 뒤인 20일 명씨를 만나 선거전략과 여론조사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명씨에게 첫 여론조사를 의뢰한 것은 이틀 뒤인 22일이었다.
재판부는 당시 오 시장의 정치적 입지, 미래한국연구소의 활동 추이 등을 근거로 그가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다고 인정했다. 당시 오 시장이 9년이 넘는 공백으로 정치적 입지가 위축된 상태였던 점, 여러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의원이 앞선 결과가 나온 점 등을 토대로 오 시장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의뢰할 동기가 상당하다고 봤다.
나아가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미래한국연구소가 자금 조달 문제로 여론조사를 사실상 중단한 상태였다가 오 시장을 만난 직후 조사를 재개한 점도 고려됐다. 명씨는 오 시장을 만난 직후 1차 여론조사를 시작으로 2차 여론조사(1월 25일 실시), 3차 여론조사(1월 29일 실시)를 잇달아 실시했다.
재판부는 한 달 동안 돈이 없어서 아무런 여론조사를 못 하다가 오 시장과 연락한 단기간에 세 차례 여론조사를 실시한 건 그에 관해 의뢰받고 비용에 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고 짚었다.
1차 여론조사가 실시된 당일 오 시장이 명씨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증거가 있는 점, 미래한국연구소 실무자 강혜경씨가 여론조사를 해야 해 늦게 퇴근한다 는 메시지를 지인에게 보낸 점 등도 오 시장의 의뢰로 갑작스럽게 조사가 이뤄진 정황 증거로 제시됐다.
오 시장의 지시를 이행하는 위치에 있는 강철원 전 부시장이 여론조사에 대해 계속 지적하며 명씨를 검증한 것도 오 시장의 의뢰가 있었다는 판단 근거가 됐다. 대표적으로 2차 여론조사 경우 강 전 부시장이 통계표를 받아본 뒤 표본 수에 관해 문제를 제기했으며 이후 실제로 표본 수가 축소됐다.
재판부는 명태균이 했던 많은 여론조사 중 표본 수가 축소된 건 해당 여론조사가 유일하다 며 표본 수 축소는 강철원의 의문 제기에 따른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고 했다.
강 전 부시장이 4차 여론조사 의뢰자에 모 언론사를 추가하도록 힘썼으나 정작 여론조사 결과가 오 시장에게 불리하게 나오자 그 뒤 의뢰자에서 해당 언론사가 제외된 정황도 있다.
재판부는 강철원은 오세훈에게 유리한 결과를 기대하고 명태균에게 언론사를 소개했다 며 결과가 불리하게 나오자 이에 항의하며 의뢰자에서 언론사를 제외하고 공표도 최대한 늦게 함으로써 그 공표 효과가 최소화될 수 있게끔 조치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 했다. 결국 오 시장이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강 전 부시장을 통해 검증했으며 후원자 김한정이 비용을 대납한 구도가 인정된다는 뜻이다.
명씨 진술에 대한 신빙성도 일부 인정됐다. 그는 수사 단계부터 법정까지 오 시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핵심 진술을 다수 내놓았다. 오 시장이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살려달라 , 나경원을 이기는 조사가 필요하다 고 말했으며 여론조사 대가로 자신에게 아파트를 약속했다는 주장이다.
재판부는 명씨 진술이 일관되지 않은 점, 다른 형사 사건 피고인으로서 유불리를 의식해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모든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긴 어렵다고 봤다. 대표적으로 여론조사 비용을 후원자 김씨가 지원했다 는 명씨의 진술은 오 시장 선거캠프 내부 인물의 메신저 대화 내용을 통해서도 확인된다고 짚었다.
4차 여론조사 당시 오 시장의 선거캠프 일정관리팀장은 지인에게 우리 돈 써서 남 좋은 일 시킨… 이라는 메신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오세훈의 비용을 들여 여론조사를 실시했으나 그 결과가 오세훈이 아닌 다른 후보에게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며 이는 명씨 진술과도 일치하는 것 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정치자금법 법리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를 통한 이익의 실현까지 요구되진 않는다고도 강조해 눈길을 끈다. 비용을 대납했더라도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만큼 이는 정치자금 수수 미수에 해당한다는 오 시장 측 주장을 배척한 것이다. 재판부는 정치자금법 위반죄는 정치인의 정치활동을 위한 비용의 기부 행위와 기부를 받는 행위가 있으면 성립하고, 달성하려 한 정치적 목적이나 이익을 실현할 것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라고 못 박았다.
22일 판결 직후 진영 논리에 따라, 또는 제식구 감싸기로 판결 내용을 따지지도 않은 채 여당 무죄 야당 유죄 이재명 대통령 재판은 진행하지 않고... 운운한 국민의힘과 정치인들은 판결문부터 구해 읽어보았으면 한다.
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