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끝내 BBC 제소…소송액 10배 늘려 100억 달러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끝내 영국 공영방송 BBC를 상대로 100억 달러(약 14조7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트럼프가 외국 언론을 상대로 건 소송은 처음이다.
미국 대선 직전인 작년 10월 BBC가 방영한 란 특집 다큐멘터리가 미 의회 폭동이 일어난 2021년 1월 6일의 트럼프 연설을 고의로 짜깁기 편집했다고 주장하면서 지난달 10일 BBC 측에 공식 서한을 보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10억 달러의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위협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소송 가액도 10배로 늘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워싱턴D.C. 맥도널드 임팩트 서밋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 11. 17 [AP=연합뉴스]
트럼프, 끝내 BBC 제소, 100억 달러 요구
지난달 요구액 10억 달러에서 10배 늘려
AP, 로이터 통신과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이날 미국 마이애미의 플로리다 남부 연방지방법원에 접수된 소장을 통해 당시 의회에서 선거인단 투표 집계가 예정된 상황에서 트럼프가 지지자들에게 폭력 행사를 촉구했다는 인상을 주고자 54분 넘는 간격으로 떨어진 두 발언을 이어 붙이는 악의적 편집 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24년 대통령선거 1주일 전에 BBC가 이를 방영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선거 결과가 나오도록 선거에 개입하고 영향을 미치려는 비열한 시도 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하지도 않은 말을 내가 했다고 해 BBC에 소송을 제기한다 고 말했다.
앞서 BBC는 11월 9일 팀 데이비 사장과 데버라 터네스 뉴스·시사 총책임자(CEO)가 사태의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하는 결정을 내렸으며, 10일 사미르 샤 회장은 이날 영국 의회에서 연설 편집 방식이 폭력적 행동을 직접 촉구했다는 인상을 줬다 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사과했다.
트럼프 측은 명예훼손으로 50억 달러, 플로리다주의 기만적이고 불공정한 거래 행위법 위반으로 추가 50억 달러를 청구했다고 밝혔지만, 법원에 접수된 소장을 확인한 결과 총액은 50억 달러로 기재돼 있었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트럼프가 영국 법원이 아니라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영국 법상 명예훼손 소송 제기 시한 1년이 만료됐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10일 취재진이 영국 런던의 BBC 건물 입구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다. 2025. 11. 10 [AFP=연합뉴스]
악의적 편집 주장…외국 언론 상대로 최초
BBC, 명예훼손 소송 관할권 문제 제기할 듯
1.6 연설과 관련해 트럼프는 워싱턴 D.C.에서 제소된 상태다. 당시 부상한 의원들과 경찰관들은 그의 발언이 대통령 권력 이양을 위협한 의사당 폭동을 선동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건 담당 판사는, 지지자들에게 의사당까지 평화롭게 행진할 것을 권했다는 트럼프의 주장에도, 트럼프가 질서 유지를 촉구할 무렵에는 이미 많은 지지자가 집회장을 떠난 상태였다고 판단했다. 또한 그의 연설이 자극적 수사로 가득 차 있었기에, 뒤늦게 언급한 평화로운 행동에 대한 발언은 군중의 분노를 진정시키기에 충분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법률 전문가들은 BBC가 이 사건에 대한 미 연방 법원의 관할권에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봤다. 특히 해당 다큐멘터리가 미국에서 방영되지 않았으며 디지털 버전도 미국 시청자가 이용할 수 없었다는 방송사 측의 주장을 고려할 때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측 변호인단은 BBC가 마이애미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의 마러라고 사저와 그 주변을 포함해 많은 장면을 플로리다에서 촬영한 걸 들어 미국 법원의 관할권을 주장하고 있다.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6일 미국 워싱턴D.C. 의회 의사당 앞에서 폭동을 벌이고 있다. 2021. 01. 06 [AP=연합뉴스 자료사진]
ABC‧CBS 상대로 각각 수백만 달러 챙겨
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 소동 진행중
1922년 설립된 BBC는 42개국 언어로 TV와 라디오를 방송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규모의 영어 뉴스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BBC는 영국 시청자들이 매년 내는 가구당 236 달러(약 33만 원)의 수신료로 운영된다. BBC 총수입은 수신료와 상업 수익을 합해 2024~25 회계연도에 9% 증가한 79억 달러(11조 원)에 달했다. 영국법 전문가들은 만일 트럼프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한다면 정치적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의 이번 BBC 소송은 그가 일상적으로 공격해 온 언론사들로부터 거액의 배상금을 받아내려는 트럼프의 최신 시도다 라고 비판했다. 대선을 앞둔 2020년 큰 거짓말 이란 용어를 사용했던 CNN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미 연방 항소 법원에서 기각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동이 열리는 15일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도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회에서 한 참석자가 이곳은 울트라 마가 국가 라고 쓰인 깃발을 들고 있다. 2025. 08. 15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허위 보도나 기만적 편집을 이유로 제기한 소송에서 트럼프는 미국 ABC, CBS 방송과 수백만 달러 규모의 합의에 도달했다. 미국 유명 일간지인 뉴욕타임스와 경제 전문지인 월스트리트저널을 상대로 한 제기한 트럼프의 소송은 현재 계류 중이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BBC가 수십 년 만에 최대 위기에 직면한 이유 란 11월 10일 자 기사에서 만성적 편향성, 이번엔 좌 편향 혐의를 씌우는 정치적 적들에게 비난받는 한편, 공적 자금 지원에 분개하는 경쟁 언론사들의 표적이 되는 BBC는 영국의 정치 싸움에서 영원한 축구공 신세다 라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를 커버하는 BBC는 인도에서 미국에 이르기까지 외국 정부들과도 꾸준하게 충돌하고 있다 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