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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기본소득이 ‘공짜 돈’이라는 오해와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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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시작되자마자 익숙한 비난이 따라붙었다. ‘공짜 돈 살포’ ‘제로섬게임’이라는 공격부터 ‘반짝효과’라느니 ‘빨대효과’라는 식의 비아냥조차 나왔다. 이 정책을 마치 인근 지역 인구를 빼앗아 오는 단순한 유인책 정도로 폄훼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농어촌 현실을 너무 모르거나, 알면서도 외면하는 주장이다. 지금 농어촌은 시장 논리에 따른 자생력만으로 버틸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인구 감소, 고령화, 생활 서비스 붕괴가 동시에 진행되는 지역에서 최소한의 삶의 기반을 지키기 위한 공공정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생존조건이다. 농어촌기본소득은 바로 그 출발점이다. 시행 첫해에 나타난 유의미한 청년층 유입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의 경험은 이를 잘 보여준다. 청산면은 기본소득 시행 첫해 인구가 전년 대비 8.3% 증가했다. 농촌에 사람이 다시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 정책이 인구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이보다 분명하게 보여준 사례가 또 어디에 있는가. 물론 그 이후 일부 유입 인구가 빠져나가고 증가세가 조정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을 두고 역시 실패”라고 말하는 것은 성급하다. 오히려 청산면은 더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사람은 소득 때문에 올 수는 있어도, 주거·의료·돌봄·교육·일자리 같은 삶의 기반이 없으면 끝내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패가 아니라, 정책의 다음 단계를 알려준 값진 실험이었다. 현재 10개 군 시범사업에서도 초기 정책 효과는 유의미하게 나타나고 있다. 시범사업 선정 전 3개월 동안 평균 0.2% 감소했던 인구가 선정 이후 3개월 동안 평균 4.1% 증가한 것으로 분석되며, 특히 39세 이하 청년층 인구는 평균 5.6% 증가했다. 전입자의 43%가 수도권과 1시간 이동 거리의 인근 도시권에서 유입된 것으로 파악된 점도 중요하다. 이는 농어촌기본소득이 단순한 상징정책이 아니라 실질적인 인구 유입과 청년 이동을 자극하는 정책 수단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충북 옥천군은 2026년부터 2년간 4만 5천여 명의 주민에게 매달 15만 원의 농촌 기본소득을 향수OK카드(지역사랑상품권)로 지급한다. 2025년 10월 19일 이전부터 거주한 주민이 대상이며, 주소지 읍·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신청하여 60일 이내에 사용해야 한다. 이 사업으로 옥천군 인구가 5만 명대를 회복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옥천군은 농어촌기본소득의 효과를 본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사진 필자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시범사업의 성공과 2028년 이후 전국 확대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사업의 핵심 목표를 ‘단기 인구 증가’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정주 기반 조성’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 인구 증가는 중요한 결과지표이지만, 정책의 궁극적 목적은 농어촌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삶의 조건을 회복하는 데 있다. 둘째, 기본소득을 정주 인프라 정책과 패키지로 연계해야 한다. 특히 주거, 공공의료, 돌봄, 교육, 교통, 디지털 접근성, 생활서비스 공급체계를 함께 설계해야 하며, 청년·신혼부부·아동 양육 가구를 위한 맞춤형 정착 지원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비판하고 포기할 게 아니라 보완하고 강화해야 할 제도 셋째, 지역경제 선순환 효과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교화해야 한다. 정부가 이미 생활권 중심 사용, 면 주민 사용기한 확대, 일부 업종 허용 등 현장 친화적 장치를 설계한 것은 긍정적이다. 앞으로는 지역 상권 활성화, 사회적경제 조직 육성, 로컬서비스 일자리 창출과의 연계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기본소득 실시지역 현황점검을 위해 방문한 경기도 연천군의 한 방앗간에서 주인과 대화하고 있다. 2025.6.13. 연합뉴스 넷째, 제도의 공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실거주 검증, 부정수급 방지,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한 운영체계를 정착시켜야 한다. 엄정한 실거주 원칙은 단지 행정 통제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 신뢰를 형성하는 핵심 기반이다. 다섯째, 성과평가 체계를 다차원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인구 증감뿐 아니라 청년 정착률, 소비 증대 효과, 신규 점포와 서비스 출현, 공공서비스 접근성, 주민 삶의 만족도, 공동체 회복 정도까지 포함하는 종합지표가 필요하다. 이 평가체계가 갖춰질 때 비로소 2028년 이후 전국 확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재정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정균승 국립군산대학교 명예교수 농어촌기본소득은 단순한 이전지출 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농어촌 유지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사회적 투자이며, 기본사회로 이행하기 위한 제도적 토대다. 앞으로의 과제는 분명하다. 사람을 ‘오게 하는 정책’에서 나아가 사람을 ‘정착하게 하는 정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번 시범사업이 그 방향으로 성공적으로 축적된다면, 농어촌기본소득은 2028년 이후 전국 확대를 통해 대한민국의 국가균형발전 전략과 기본사회 실현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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