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없이도 돌아가야 일 잘하는 행정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한마디 하지 않아도 하위 관료들이 현장에서 법과 상식에 따라 적극적으로 행정을 집행하는 것이 진정 우리가 요구해야 하는 일 잘하는 행정 이다.
오는 6월이면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어느덧 1주년이 된다. 취임 초기에는 사소한 현안까지 일일이 짚어가며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며 역시나 하는 마음에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기대는 차츰 우려로 바뀌면서, 과연 앞으로도 계속 이런 방식으로 행정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 대통령의 건강은 과연 괜찮을지 걱정이 앞선다.
실제로 부동산 대책부터 산업재해, 세금 추징, 계곡 불법시설 정비, 심지어 학내 야외활동과 삼성전자 파업 문제에 이르기까지, 국정의 거의 모든 현안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모양새다. 어느 순간 우리 사회는 대통령의 이른바 만기친람 식 정치에 극도로 익숙해지고 있다. 물론 과거에 비해 국무회의나 타운홀 미팅 등을 통해 대통령의 업무 수행 과정이 대중에게 자주 노출된 탓도 이유일 수 있을 것이다.
공직사회의 복지부동 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만큼, 대통령이 행정 전반에 걸쳐 문제 해결 방식을 직접 시연해 보이는 것은 공직사회의 기틀을 바로잡으려는 의도로 읽히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만기친람식 행정이 지속된다면, 이는 해결책이 아니라 오히려 병을 키우는 독약이 될 수 있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구조 속에서 관료들은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되며, 결국 대통령의 시선이 미처 닿지 못하는 민생의 수많은 사각지대가 남겨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한마디 하지 않아도 관료들이 현장에서 법과 상식에 따라 적극적으로 행정을 집행하는 것이 진정 우리가 요구해야 하는 일 잘하는 행정 이다. 이를 위해서는 잘한 일에는 확실한 면책과 보상을, 잘못한 일에는 매서운 문책과 엄벌을 내리는 예측 가능한 시스템 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현행 시스템의 문제점을 최고 권력자의 카리스마나 개인적 역량에만 의존해 해결하려는 시대는 이제 끝내야 한다.홍순구 시민기자 dran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