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따라 구름 따라,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노닐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 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노닐다
그림 속, 몽글몽글 피어오른 구름 글씨 아래로 초여름의 싱그러운 풍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붉은 장미가 흐드러진 언덕 너머 층층이 쌓인 초록빛 차밭이 눈을 맑게 해주고, 대숲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정자에 앉아 쉬는 가족의 웃음소리를 실어 나르는 듯하네요. 냇가에서 한가로이 헤엄치는 오리들과 그 뒤로 이어지는 고즈넉한 한옥의 정취까지, 이 모든 풍경이 마치 시간이 잠시 멈춘 듯 평온하기만 합니다. 바쁜 일상의 속도를 늦추고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걷는 사람들의 가벼운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 마음의 짐도 가벼이 내려놓게 됩니다.
한가롭게 이리저리 오가며 즐기는 노닐다
어느덧 초여름의 기운이 느껴지는 들여름달 5월도 한가운데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곡성의 장미축제부터 보성의 다향대축제까지, 온나라 곳곳에서 들려오는 싱그러운 잔치 기별들이 마음을 설레게 하네요. 지난 잇쉼(연휴) 동안 여러분은 어떤 바람빛(풍경) 속에 머물다 오셨나요? 그저 보고 찍는 나들이가 아니라, 그 바람빛 속에 내가 녹아드는, 나들이에 어울리는 토박이말을 떠올려 봅니다. 오늘 우리가 마음 깊이 새겨볼 토박이말은 노닐다 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 말을 한가하게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놀다 라고 풀이합니다. 그림 속 호수 위를 평화롭게 오가는 오리 떼처럼, 목적지를 향해 바삐 뛰지 않고 그저 발길 닿는 대로 마음 편히 쉬며 여기저기 다니는 것이 바로 노니는 것입니다. 담양의 대숲 길을 천천히 걷거나 제주의 바닷마을 골목을 가로지를 때, 우리의 발걸음은 비로소 노닐다 라는 말의 참맛을 느끼게 됩니다.
삶의 숨통을 틔워주는 노니는 하루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빨리 와 효율 이라는 과녁만을 향해 달려왔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의 쾌감보다, 그 길 위에서 마주친 풀꽃 한 송이와 뺨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입니다. 마음이 지친 날에는 아무런 계획 없이 그저 바람 따라 노닐 수 있는 하루가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
다가오는 부처님오신날, 여러분은 또 어디로 떠나 노닐고 싶으신가요?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혹은 나 자신과 오붓하게 손을 맞잡고 조용한 산사나 작은 마을로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따라 때로는 정답게, 때로는 고요하게 그 시간을 채워보세요. 억지로 무언가를 보려 애쓰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저 그곳에 머물며 한가로이 노니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의 지친 영혼은 다시금 생기를 되찾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들여름이 이렇듯 여유롭고 평온하게 흐르기를 온 마음 다해 응원합니다.
[마음 나누기]
지난 잇쉼(연휴)에는 어디에서 노닐다 오셨나요? 혹시 못 다 쉰 분들이라면, 다가오는 부처님오신날에는 어느 조용한 곳에서 마음 편히 노닐고 싶으신지 댓글로 들려주세요. 조용한 어느 숲도, 이름 모를 산사(절)도 모두 좋습니다. 여러분의 추천지가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쉼표가 될 수 있습니다.
[한 줄 생각]
마음이 지친 날에는 바람 따라 노닐 수 있는 하루가 필요합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노닐다
뜻: 한가하게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놀다.
보기: 냇가에서 한가로이 노니는 오리 떼를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토박이말 길잡이] 결지기 이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