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권 키웠더니 행동주의 폭주…일본, 다시 조인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일본이 확대해온 주주 권한을 다시 규제로 조정하며 행동주의 투자 압박에 제동을 걸고 있다. / 출처 = Unsplash
일본이 10년 가까이 확대해온 주주 권리를 다시 제도적으로 조이기 시작했다.
27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일본 법무성과 집권 자민당이 주주제안 자격 요건 강화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행동주의 투자 압박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확대되자 제도적 제어에 나선 것이다.
지배구조 개혁이 키운 행동주의…제안 52개사로 최대
2025년 6월 일본 연례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주주제안을 제출한 기업은 52곳으로 집계됐다. 2024년 46곳을 웃도는 역대 최대 기록이다.
증가 배경에는 정책이 있다. 일본 정부는 2010년대 중반 아베노믹스 이후 스튜어드십 코드와 기업지배구조 코드를 도입하며 주주 권한을 확대하고 외국 자본 유입을 유도해왔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자사주 매입과 고배당, 사업 구조 개편을 요구하며 기업 경영에 직접 압박을 가했다. 자본 효율성 개선이 이어지면서 일본 증시 상승을 뒷받침했다.
부작용도 드러났다. 단기 주주환원 요구가 늘어나면서 기업들은 장기 투자와 연구개발 여력이 위축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 기업들은 행동주의 펀드의 자사주 매입·배당 확대 요구에 대해 중장기 성장 투자와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혀왔다.
일본에서 주주제안 건수와 제안을 받은 기업 수가 최근 몇 년간 동시에 증가하며 행동주의 투자 압박이 확대되고 있다. / 출처 = 글래스루이스
기업 반발 커지자 규제 카드 꺼냈다…주주제안 요건 손질
기업들의 반발이 커지자 정치권은 제도 손질에 나섰다. 자민당 내 의원 그룹은 주주제안 자격 기준을 높이고 경영 집행 관련 안건 제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다음 달 총리에게 건의할 계획이다.
현행 제도는 의결권 1% 이상 또는 일정 수량의 주식(300단위) 이상을 6개월 보유하면 주주제안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본에서 1단위는 통상 100주를 의미한다.
문제는 기준이 사실상 낮아졌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와 거래소가 개인·외국인 투자자 유입을 늘리기 위해 주식 분할과 매매단위 축소를 유도하면서, 동일한 ‘300단위’를 충족하는 데 필요한 투자금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소액 투자자도 비교적 쉽게 주주제안을 제출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
법무성 자문기구는 ▲의결권 1% 이상 보유자로 자격을 제한하는 방안 ▲단위 기준은 유지하되 300단위 문턱을 상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법무성은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의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영향 제한적”…규제 논의에도 행동주의 지속
시장에서는 규제 강화가 행동주의 흐름 자체를 꺾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행동주의 개입 기업은 단기적으로 일본 증시 대표 지수인 TOPIX(Tokyo Stock Price Index) 대비 초과 수익을 보이지만, 효과는 일정 기간 이후 약화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싱크탱크인 다이와종합연구소(Daiwa Institute of Research)는 300단위 기준 조정만으로는 행동주의에 큰 영향이 없다 고 평가했다. 주요 행동주의 펀드들이 이미 대상 기업 지분 1% 이상을 확보하고 있어 규제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행동주의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런던 기반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털(Palliser Capital)은 일본 공장자동화 기업 SMC에 지분을 확보하고 6000억엔 규모 자사주 매입과 배당성향 40% 이상 유지를 요구했다. 관련 보도 이후 SMC 주가는 9% 상승했다.
홍콩계 운용사 마소캐피털(Maso Capital)은 주주 관여를 제한하는 조치가 기업 개혁에는 부정적 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전략 조정 수준에 그칠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