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탄소가격 부과 기업 220곳 돌파...IT산업 평균가격 118달러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에 스스로 가격을 매기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부과하는 탄소세와 달리, 기업이 내부적으로 탄소 1톤당 일정 금액을 책정해 이를 실제 비용으로 반영하는 제도다. 이른바 ‘내부탄소가격제도(Internal Carbon Pricing)’다.
과거에는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가상의 비용을 적용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해당 금액을 실제로 걷어 별도 기금으로 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탄소 배출을 단순한 환경 지표가 아니라 재무적 비용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2024년 기준으로 이 제도를 도입한 기업은 옥스포드 대학교 조사에서 약 1700곳에 달했지만, 대부분은 미래 투자 계획을 세울 때 참고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에 탄소전문 연구기관 카본 캐피털 랩(Carbon Capital Lab)은 명확한 금액을 기준으로 실제 탄소 비용을 부과하는 기업들을 추려 해당 기업들에 대한 분석보고서인 ‘2026 내부 탄소요금 트래커’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내부탄소가격제도를 실제 비용으로 운영하는 기업이 220곳을 넘어섰다. 보고서는 내부 탄소가격이 선언적 정책을 넘어 실제 현금 흐름과 연결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고 평가했다.
온실가스 집약도 낮을수록 탄소가격 높게 설정…직원 출장 부문 관리 수준 가장 높아
업종별 평균 내부 탄소가격/Carbon Capital Lab
내부 탄소가격제도를 통해 실제 비용을 부과하는 기업들의 경우, 직원 출장 부문(Scope 3, Category 6)에 대해 가장 많은 비용을 부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부과 수준은 톤당 15달러에서 200달러까지 다양했으며, 평균은 88달러였다. 이는 출장 부분이 다른 항목과 비교했을 때 데이터 관리가 용이하고, 부서별 행동 변화를 유도하기 쉬운 영역이라는 점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업종별로는 기술, 금융, 전문서비스 기업이 가장 높은 평균 단가를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술기업의 평균 내부탄소가격은 118달러로 제시됐다.
개별 사례를 보면 마이크로소프트(NASDAQ: MSFT)는 출장 배출에 톤당 100달러를, 기타 배출에는 15달러를 적용한다. 엣시(NYSE: ETSY)는 스코프1·2 및 출장 배출에 100달러를 부과하고, 다른 스코프3에는 15달러를 적용한다. 오토데스크(NASDAQ: ADSK)는 모든 범위의 배출에 33달러의 가격을 설정했다. 금융업에서는 스위스리(SWX: SREN)가 스코프1·2 및 출장 배출에 134달러를 적용하고 있다.
카본 캐피털 랩은 온실가스 집약도(총 배출량/매출액)가 낮은 산업일수록 탄소가격을 높게 설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배출량이 적은 기업일수록, 높은 탄소가격에 대한 재무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 탄소비용을 부과하는 기업들의 대다수는 환경단체 체인지 클라이밋 프로젝트(Change Climate Project)의 ‘기후 라벨(Climate Label)인증’을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라벨 인증을 위해서는 15달러 이상의 실제 탄소 비용이 최소 1개이상의 탄소배출 항목에 부과되어야 한다. 카본 캐피털랩에 따르면, 현재 약 190여곳의 기업이 해당인증을 취득했으며, 이중 3분의 2가 최소 금액기준을 초과하는 비용을 부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탄소세 통해 걷은 돈 어디로… 히트펌프·재생에너지·탄소제거까지
내부탄소세를 통해 조성된 재원은 다양한 기후 대응 활동에 투입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은 해당 자금을 탄소배출권 구매, 정책 활동, 히트펌프 도입,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 배출량 관리 소프트웨어 구축 등에 사용했다. 단순히 배출을 줄이겠다는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설비 교체와 운영 효율 개선, 관리 인프라 구축까지 연결하는 구조다.
특히 가치사슬 내 감축 활동에 대한 투자가 두드러진다. 일부 기업은 저탄소 원자재 구매, 에너지 효율 개선, 전력 전환, 물류 효율화 등 자사 운영 및 공급망에서 직접 배출을 줄이는 활동에 내부탄소 재원을 사용했다. 이는 내부 탄소세를 통해 온실가스감축에 대한 비용을 산정하고, 해당 재원을 다시 감축 프로젝트에 재투입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방식이다.
동시에 외부 감축 활동도 병행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외부 기후 프로젝트 펀드를 통해 탄소제거 사업에 자금을 배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 보전, 산림 복원, 탄소 제거 프로젝트 등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내부 감축과 외부 감축을 병행해 배출 저감 효과를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또한 내부탄소가격은 단순한 환경 투자 재원이 아니라 조직 운영의 구조적 변화를 유도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배출량 산정 소프트웨어 도입, 탄소 관리 체계 구축, 내부 감축 프로젝트 공모 제도 운영 등 관리 체계 고도화에도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정책 옹호 활동과 기후 관련 외부 캠페인에도 재원을 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