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이냐 탄핵이냐, 갈림길에 선 ‘조희대 코트’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최근 행보는 독선적인 국정운영을 하다가 끝내 내란을 일으켰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일관성을 잃은 발언과 법관의 본분을 저버린 언행은 정치적 중립을 준수해야 하는 사법부 수장으로서의 자질을 심각하게 의심케 한다. 특히 조 대법원장이 법왜곡죄 신설, 재판소원제 도입,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 3법 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것은 법관에게 엄격히 금지된 정치적 개입이자 국회의 고유한 입법권에 대한 침해라는 점에서 묵과할 수 없다. 이는 헌법의 핵심 원리인 삼권분립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권분립 위협하는 사법부 수장의 입법부 입법행위 개입
헌법적 가치를 최일선에서 수호해야 할 책무를 지닌 사법부 수장이 오히려 앞장서서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행보를 반복하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성과 존립 기반 자체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이 매우 크다. 사법부 수장이 국회의 입법 추진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행위는 미국, 영국, 독일 등 민주주의 전통이 깊은 선진국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이들 국가에서 법관의 공개적인 법안 반대는 정치적 편향성으로 간주되어 엄격히 금기시되며, 오직 국회의 공식적인 의견 요청이 있을 때만 문서 형태로 입장을 제출하는 것이 확립된 원칙이다. 만약 대법원장이 국회의 입법행위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할 경우 여론의 포화를 맞고 법복을 벗게 된다.
조 대법원장이 내세우는 반대 논리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는 사법개혁 3법을 두고 사법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자 국민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갈 수 있는 사안”이라며, 나아가 헌법 개정 사항일 수도 있어 충분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행 사법제도의 구조적 맹점을 보완하고, 지나치게 정치화된 사법부를 국민주권의 통제 아래 두려는 개혁적 시도가 어째서 사법 체계의 근간을 뒤흔든다는 것인지 그 논리적 비약에 동의하기 어렵다. 해당 법안들이 헌법상 보장된 3심제를 단심제로 축소하거나, 독립된 법관을 일반 행정 공무원으로 대체하겠다는 식의 극단적인 위헌 요소를 담고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사법 체제를 실질적으로 훼손한 주체는 다름 아닌 조희대 대법원장 자신이 주도한 사법 쿠데타 였다. 2025년 대통령 선거를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에 유력 대선주자였던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의 대통령 출마 자격을 박탈할 목적으로 강행된 파기환송 판결은 노골적인 정치 개입이자 사법부의 생명인 정치적 중립성을 뿌리째 흔든 사건이었다. 이는 과거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과 궤를 같이하는 중대한 헌정 질서 파괴 행위라 할 수 있다. 나아가 조 대법원장은 해당 판결의 주심이었던 박영재 대법관을 사법부 핵심 요직인 법원행정처장으로 발탁함으로써 사법부 사유화 야욕마저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위해 참석해 있다. 2025.5.1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판사들 스스로가 사법개혁 필요성 웅변하는 현실
사법 쿠데타의 주역이 발탁한 인사답게,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 일말의 유감조차 표명하지 않았다. 그는 해당 판결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절차에 맞게 내려졌다 고 강변하며, 나아가 이재명 대통령 재임 중에도 관련 재판을 계속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이는 사법부가 자의적 판단에 따라 언제든 선출된 권력을 직에서 끌어내릴 수 있다는 노골적인 위협이나 다름없다.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의 사법부가 국민의 주권적 결단인 투표 결과를 뒤엎는 제2의 사법 쿠데타 를 획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국민적 우려와 불안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주장을 면밀히 살펴보면 설득력을 상실한 자가당착에 불과하다. 사법개혁 3법이 도대체 어떤 기전으로 국민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초래한다는 것인지 그 근거가 빈약하다. 이는 개혁 법안이 통과될 경우 법관들이 감수해야 할 기득권 축소와 행정적 불편함을 마치 국민의 피해인 양 교묘하게 포장한 궤변에 가깝다.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재판소원제는 이미 독일과 스페인 등 사법 선진국에서 수십 년 전부터 도입되어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대법원장의 논리대로라면 이들 국가의 국민은 심각한 사법적 피해를 입고 있어야 마땅하나, 현실은 그와 정반대다.
법왜곡죄 신설의 당위성 또한 명확하다.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 등에서 지귀연 판사가 보여준 비상식적인 재판 운영과 판결 내용은 견제받지 않는 사법 권력에 대한 엄격한 통제가 왜 필요한지 여실히 방증한다. 법왜곡죄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위헌성이 크다”는 조 대법원장의 주장은 궁색한 궤변에 불과하다. 헌법이 보장하는 ‘공정한 재판’을 가장 심각하게 훼손한 주범이 다름 아닌 대법원 자신이었다는 뼈아픈 사실을 망각한 것인가.
내란의 밤, 서부지법 침탈의 날에는 입 닫았던 대법원장
과거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청와대와의 이른바 ‘재판 거래’로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권리를 무참히 짓밟은 사법부의 흑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의 재판 거래로 인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헌법적 권리를 빼앗긴 수백 명의 긴급조치 9호 피해자들은 지금까지도 그 피해를 온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법개혁으로 인한 ‘국민 피해’를 거론할 자격조차 없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 사태 당시 그가 보여준 무책임한 태도만 보아도 이는 명백해진다. 무고한 시민과 민주 인사들을 불법적으로 연행하고, 무력으로 유혈 사태를 초래하여 헌정 질서를 유린하려 했던 절체절명의 순간에 기본권 수호의 최후 보루여야 할 대법원장은 철저히 침묵했다. 당시 그의 안중에 국민의 안위나 참담한 피해는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서울서부지방법원이 내란 동조 세력에게 물리적으로 난입 당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조차 그는 입을 닫았다. 사법부의 독립과 권위가 폭력에 유린당하는 상황에서 조직의 수장이 아무런 조치나 입장 표명조차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윤석열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전 서부지법 외벽과 창문 등 시설물이 파손돼 있다. 2025.1.19. 연합뉴스
시민사회가 그를 향해 내란 방조 내지 묵인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헌정 질서 붕괴의 위기 앞에서는 한없이 무기력했던 인물이, 정작 사법부의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는 개혁 앞에서는 ‘국민 피해’를 방패막이 삼아 목소리를 높이는 작태는 지독한 모순이자 후안무치의 전형이다.
자기모순과 ‘내로남불’로 혀가 꼬여버린 사법개혁 반대 논리
대법관 증원에 대한 반대 역시 전형적인 자기모순이자 ‘내로남불’이다. 그동안 대법원은 상고 사건의 폭주로 인해 현재의 대법관 13명 체제로는 업무 감당이 불가능하다고 지속적으로 호소해 왔다. 특히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에는 청와대와의 ‘재판 거래’라는 무리수까지 동원하며 상고심을 전담할 상고법원 신설을 강력히 추진하지 않았던가. 이는 사실상 대법관 100명을 증원하는 것과 다름없는 시도였으나 거센 여론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과거에는 우회적인 방식의 대규모 증원에 사활을 걸었던 대법원이 이제 와서 정식 대법관 증원을 반대하는 것은 지난 행적을 스스로 부정하는 이율배반적 행태다.
사법개혁이 헌법 개정 사항”이라는 주장 또한 궁색하기 짝이 없다. 국회가 제정한 법률의 위헌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주체는 대법원이 아닌 헌법재판소다. 이미 헌법재판소는 이 쟁점에 대해 국회에 제출한 공식 의견서를 통해 찬성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 법원의 재판 역시 원칙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포함될 수 있으며, 재판소원 제도의 도입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한층 강화하는 방안이라는 점을 누누히 강조했다.
사법개혁 3법의 통과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궁극적인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고도로 정치화된 조희대 체제의 사법부 스스로가 제공하고 있다. 내란 수괴인 윤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재판부의 어처구니 없는 판결은 현재의 사법부가 헌정 질서를 붕괴시킨 내란범죄에 대해서조차 얼마나 안일하고 타협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사법부의 이러한 뼈아픈 현실이야말로 주권자인 국민의 통제를 위한 사법개혁이 한시도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임을 웅변한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한 법원장들이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6.2.25 [공동취재] 연합뉴스
반대만 하고 결단하지 않으면 탄핵이 그를 기다릴 것
이제 조희대 대법원장은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부적절한 정치적 개입을 당장 멈춰야 한다. 바닥으로 추락한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대법원장의 결단만 있다면 즉각 실행 가능한 조치들이다.
바로 어제 조 대법원장은 천대협 직전 법원행정처장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으로 내정하더니 오늘은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사임의사를 밝혔다는 뉴스가 나온다. 지금 대법원의 처지가 과연 이런 인사가 아무 잡음 없이 이루어질 수 있을 정도로 태평성대이고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는가. 그동안 국회에 나와 온갖 궤변과 거짓으로 내란을 둘러싼 법원 실태를 호도해 왔던 전임 행정처장이 중앙선관위원장으로 사실상 승진해 가는 것을 어떤 국민이 이해해 줄 수 있을 것이며, 그 뒤를 이어 기세등등하던 인물이 느닷없이 자리를 물러나겠다는 것을 순순히 선의로 받아 줄 수 있을까.
조 대법원장은 박영재 행정처장의 진의와 상관없이 사법 쿠데타 판결을 주도했던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을 즉각 교체함으로써 자신이 사법 쿠데타의 주역 이라는 참담한 오명을 씻어낼 수 있는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 아울러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내란 세력의 항소심을 담당할 고등법원 전담 재판부의 운영에 일절 개입하지 않을 것을 명시적이건 암묵적이건 선언해야 한다. 그리고 사법개혁이라는 피치 못할 시대적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조 대법원장이 끝내 사법부의 정치화라는 시대착오적이고 반민주적 행보를 고집하면서 사법개혁에 저항한다면 헌정사상 초유의 대법원장 탄핵 이라는 파국적 결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