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옥상태양광 넘어 배터리 폭증 …6개월 설치량이 5년치와 맞먹어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호주의 에너지 전환이 ‘태양광 보급’을 넘어 ‘배터리 기반의 지능형 전력망’ 단계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가정용 배터리 보급을 확대, 분산형 전력 시스템 전환의 선두주자로 부상했다.
블룸버그와 호주 청정에너지협의회(CEC, Clean Energy Council)가 발표한 2025 하반기 옥상 태양광 및 저장장치 보고서 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호주 전역에서 판매된 가정용 배터리는 총 18만3245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4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며, 지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동안 판매된 전체 수량과 맞먹는 규모다.
호주 전역의 배터리 누적 설치 대수는 2024년 말 약 18만 대 수준에서 2025년 말 기준 45만 대를 돌파했다./CEC 보고서 캡처
옥상 태양광 ‘임계 질량’ 넘자 배터리로 이동
이 같은 폭발적 성장은 태양광 시장의 성숙도와 궤를 같이한다. 호주는 이미 1인당 옥상 태양광 설치 규모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청정에너지협의회(CEC)가 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전역의 옥상 태양광 설비 용량은 28.3GW에 도달했다. 이는 호주 내 모든 석탄 화력 발전소의 총 설비 용량인 22.5GW를 웃도는 수치다. 사실상 ‘호주 최대의 발전소’가 개별 가정집 지붕 위에 건설된 셈이다. 현재 약 430만 가구가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으며, 이는 전체 가구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옥상 태양광이 국가 전체 전력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2%로 집계됐다. 이는 5년 전인 2020년(7.2%)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성장한 수치다. 특히 뉴사우스웨일스주는 8GW의 설치 용량으로 전국 1위를 기록했고, 퀸즐랜드주는 116만 가구가 참여하며 가장 높은 보급률을 보였다.
배터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배경을 보면, 옥상 태양광 보급이 임계 질량에 도달하면서 낮 시간대 생산된 잉여 전력을 버리지 않고 밤에 활용하려는 수요가 배터리 시장으로 옮겨붙은 것으로 풀이된다.
청정에너지협의회는 태양광 설치가 소폭 둔화됐지만, 시장이 ‘임계 질량’에 근접하면서 중앙집중형 발전에서 자가 발전 중심 구조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고 분석했다.
보조금 정책이 촉매…전력시장 변동성 완화 기대
이 같은 폭발적 증가는 연방 정부의 ‘저렴한 가정용 배터리’ 프로그램과 각 주 정부의 인센티브가 맞물린 결과다. 가정용 배터리 보급은 7월부터 시행된 정부 보조금 프로그램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제도는 12월 추가 확대되며 설치 붐에 불을 붙였다. 청정에너지협의회 재키 트래드 CEO는 호주인들이 에너지 자립을 통해 전기요금을 낮추려는 열망이 매우 강하며, 정부의 배터리 지원 정책이 이러한 흐름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고 진단했다.
실제로 호주 전역의 배터리 누적 설치 대수는 2024년 말 약 18만 대 수준에서 2025년 말 기준 45만 대를 돌파하며 1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가구당 평균 배터리 용량 역시 과거 10kWh 수준에서 최근 17~19kWh로 대형화되는 추세다.
블룸버그NEF(BloombergNEF)에 따르면, 호주는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5.2기가와트시(GWh)의 주택용 배터리 용량을 추가할 전망이다. 이는 급속히 노후화되는 석탄 화력 발전소를 대체하고, 2030년까지 전체 전력의 82%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정부 목표와 맞물려 있다.
다만 5월 이후 대형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축소가 예정돼 있어, 설치 증가세가 다소 둔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분산형 배터리 확산은 가격 변동성이 큰 호주 전력시장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료 절감의 핵심 키워드 ‘VPP(가상발전소)’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가상발전소(VPP) 참여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다.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ACCC)의 분석에 따르면, 태양광과 배터리를 설치한 가구의 분기당 평균 전기료는 323호주달러(약 33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이 VPP에 가입해 저장된 에너지를 전력망과 공유할 경우, 전기료는 평균 217호주달러(약 22만원)까지 떨어진다. VPP 참여만으로 약 32.8%(106달러)의 추가 절감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VPP는 개별 가정에 저장된 잉여 전력을 소프트웨어로 통합 관리,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피크 시간대에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참여 가구는 전력을 판매해 수익을 얻거나 요금 크레딧을 받을 수 있고, 국가적으로는 전력망 안정성을 높이고 신규 발전소 건설 비용을 아낄 수 있어 ‘윈윈 모델’로 평가받는다.
호주의 사례는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대규모 발전소에서 전기를 끌어오는 중앙집중형 구조에서 각 가정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분산형 시스템으로의 이동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