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계몽령 이 성경인가?…지귀연의 현실 인식 우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가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판결 선고 주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26.2.19. 연합뉴스
전직 대통령 윤석열에 대해 1심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12·3내란 발생 443일 만에 첫 사법 판단이 이뤄졌지만, 지귀연 재판부의 선고에서 드러난 현실 인식은 향후 내란을 정당화할 수 있는 여지를 준 것 아닌지 우려를 낳는다. 앞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강하게 질타하며 징역 23년의 중형을 선고한 같은 법원 이진관 재판부의 판단과도 차이가 컸다.
원칙적으로 계엄 자체는 내란 아니다
사후 비상계엄 포고문 등 드러났지만…
도대체 어디까지 절차 위반인 것이냐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부의 지귀연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윤석열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선고 공판에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권한 행사가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에 해당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다 며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고 밝혔다.
또 계엄 선포의 형식적·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형법 91조 2호에 따라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가 성립된다는 견해에 대해서도 일단 실체적 요건을 갖췄는지 여부에 대한 대통령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 며 이를 섣불리 사법심사 영역으로 가져오는 것은 자칫 필요한 경우 판단을 주저하게 만드는 저해 요소가 될 수 있으며, 절차적 요건을 따지는 것도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의 절차 위반을 문제로 삼을 수 있는지 (따지기) 어렵다 고 반박했다.
다만 지 부장판사는 비상계엄의 선포로도 할 수 없는 권한의 행사, 그것이 헌법이 설치한 기관의 기능을 상당 기간 저지하거나 마비시키려는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이는 헌법이 정한 권한행사라는 명목을 내세워서 실제로는 이를 통해 할 수 없는 실력 행사를 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 라며 형법 91조 2호가 적용되는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 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밤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2024.12.4. 연합뉴스
지 부장판사의 설명을 종합하면, 윤석열이 일으킨 12·3내란은 국회나 사법부 등 헌법기관의 기능을 침해하는 목적의 비상계엄 선포이기 때문에 내란죄가 성립한 것이지, 원칙적으로 계엄의 요건을 갖췄는지 여부에 따라 내란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12·3내란 당시 대통령실에서 사후 비상계엄 선포문 을 만드는 등 절차적 정당성을 뒤늦게 갖추려고 한 행위 자체가 스스로 실체적·형식적 측면에서 계엄의 불법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재판부는 그 자체로는 문제 삼을 수 없다고 인식한 셈이다.
또한 계엄법에서 정한 전시·사변이나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아님에도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한 데 대해 일단 대통령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 고 한 부분은 지 부장판사의 현실 인식이 평범한 국민들의 인식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성경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 훔칠 수 없다 ?
경고성 메시지 계엄 주장 정당화할 여지 줘
정당성에 대해 별도 논의하자 며 단서 남겨
아울러 지 부장판사는 야당의 줄탄핵·예산삭감 등에 따른 국가위기를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한 계엄이었다는 윤석열 쪽의 주장을 배척하면서, 국가위기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바로잡고 싶어 했던 것은, 그 정당성 여부에 관한 판단은 별론(별도논의)으로 하더라도, 동기나 이유, 명분에 불과할 뿐이지, 이를 군을 국회에 보내는 등의 목적이라고 볼 수 없다 며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 없다 고 질타했다.
그러나 목적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수단이 위법적이면 안 된다는 비유로 사용한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 없다 는 표현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자칫 계엄의 목적이 경고성 메시지 계엄 계몽령 이었다는 윤석열 쪽 주장을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 부장판사가 남긴 (내란의) 정당성 여부에 관한 판단은 별론(별도논의)으로 하더라도… 라는 단서는 향후 내란을 일으킨 목적에 대해 재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처럼 읽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해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26.2.19 [서울중앙지법 제공. 연합뉴스
이진관 친위쿠데타 독재 됐다 고 했는데…
지귀연은 장기독재 계획 공소사실 인정 안해
윤석열이 장기 독재를 위해 1년 전인 2023년쯤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제압할 의도로 내외적 여건을 조성했다는 공소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장기 독재 계획의 증거로 제출된 노상원 수첩 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은 점도 지 부장판사의 안일한 인식을 보여준다. 이는 세계사적으로 친위 쿠데타는 독재가 됐다 는 이진관 부장판사의 판단과 비교했을 때도 차이가 크다.
앞서 이 부장판사는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하며 세계사적으로 살펴보면 친위 쿠데타 는 많은 경우 성공하여 권력자는 독재자가 됐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과 같은 기본권은 본질적으로 침해됐으며, 국가의 경제와 외교는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독재자의 권력이 약해지는 시기가 되면 내전과 같은 전쟁이나 정치 투쟁으로 국가와 사회 전반이 회복하기 어려운 혼란에 빠지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고 판단한 바 있다.
79세 한덕수도 사실상 정상 참작 안했는데
65세 비교적 고령 이라며 기계적 양형 판단
또한 이 부장판사가 만 79세인 한 전 총리에 대해 양형에 참작하지 않고 강하게 질타하며 중형을 선고한 것과 비교하면, 내란 우두머리인 윤석열에게 ▲ 65세로 비교적 고령인 점 ▲이전에 범죄 전력이 없고 장기간 공무원으로 봉직한 점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 ▲물리력의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했던 점 ▲실탄 소지나 직접적인 물리력 폭력을 행사한 예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점 ▲대부분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점 등 여러 이유를 들어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경한 것 역시 사법부의 기계적이고 안이한 판단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윤석열이 내란을 주도해 대한민국의 정치적 위상과 대외 신인도를 하락시키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혔음에도 별다른 사과도 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지지자에게 싸우자 며 계속해서 체제 전복을 꾀한 점이나, 여러 차례 재판에 불출석한 점 등을 고려하면 강하게 질타했어야 마땅했다.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이진관 부장판사가 발언하고 있다. 2026.1.21. 연합뉴스
이와 함께 지 부장판사는 양형과 관련해 수많은 군과 경찰 관계자들에게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라며, 윤석열 등에 의해 내란에 동원된 군인·경찰·공무원의 고통에 대해 길게 언급하기도 했다. 소극적으로 행동하며 내란에 동참하지 않았던 군인과 경찰 등을 고려했을 때 납득이 되는 지적이지만, 일반 국민들이 받은 정신적 고통이나 트라우마 등에 대해 평가가 없었다는 점은 내란의 직접적인 영향을 일부 관료 사회에만 국한한 것처럼 보인다.
이 부장판사가 12·3 내란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내란 행위 자체는 몇 시간 만에 종료되긴 했으나, 이는 무장한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서 국회를 지킨 국민 용기에 의한 것 이라며 한동안 목이 멘 듯 말을 잇지 못했던 장면과도 비교되는 대목이었다.
김용군·윤승영 등 국헌문란 인식 없다고 무죄
부작위 등 지적한 앞선 재판부 판단보다 후퇴
이 밖에 지 부장판사는 이날 전직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 김용군과 전직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윤승영에 대해서는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지 부장판사는 김용군에 대해 피고인 노상원의 계획에 공모 가담한 사실 자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고 했고, 윤승용에 대해선 방첩사, 체포조 지원 등의 행위가 국회 활동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 국회가 사실상 상당 기간 그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려는 목적 하에 이루어지는 행위임을 (피고인들과) 공유하거나 인식하겠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 고 했다. 국헌 문란의 목적에 대해 인식이 부족했다는 판단이다.
이는 이 부장판사가 적극적으로 내란 중요임무 종사에 가담했는지 여부보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에도 권한을 적극 활용하지 않는 행위(부작위)가 결과적으로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국가적 피해를 입혔다는 점을 강조한 것과 비교된다.
또한 같은 법원 형사합의 32부의 류경진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평균적 법 감정을 가진 사회 일반인으로서도 윤석열, 김용현 등의 비상계엄 선포 및 그에 따른 후속 행위에 위헌, 위법적인 요소가 있었음은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며,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헌 문란 목적을 알고도 가담했다는 취지로 판단했는데, 이와 비교해도 지 부장판사의 판단은 크게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국방부 장관 김용현에게는 징역 30년을,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국군정보사령관 노상원에게는 징역 18년을 각각 선고했다. 왼쪽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징역 30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징역 18년), 조지호 전 경찰청장(징역 12년),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징역 10년),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징역 3년). 괄호 안은 이날 선고받은 형량. 2026.2.19.
내란 우두머리 최저형 무기징역 선고
엄중한 심판 내리라는 국민 명령 외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윤석열 무기징역 선고 직후 국회에서 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 우두머리 법정형은 최고 사형, 최저 무기징역밖에 없다 며 내란 우두머리에 해당하는 최저형 무기징역 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나라의 근간을 뿌리째 뒤흔든 내란수괴에게 조희대 사법부는 사형이 아닌 무기를 선고함으로써 사법 정의를 흔들었다고 생각한다 며 국민의 법 감정에 반하는 매우 미흡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고 밝혔다.
정 대표는 사형이 아니라 무기로 양형을 고려한 이번 지귀연 재판부가 말했던 범행이 치밀하게 계획된 것도 아니고 대부분의 시도가 실패로 끝난 점, 전과가 없고, 공직을 오래 수행하고, 비교적 65세의 고령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무기를 했다 는 것은 이미 이진관 재판부에서 탄핵 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귀연 재판부가 이런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며 내란 세력에 엄중한 심판을 내리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은 끝내 외면당했다 고 토로했다.
정 대표는 2심, 대법원까지 남아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불꽃 같은 눈동자로 감시할 것 이라며 내란의 티끌 하나까지 법의 심판대로 모두 세우고 우리 곁에서 우리를 괴롭혔던 과거와 결별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차 종합특검을 통해서 노상원 수첩에 대한 진실도 밝혀내고 윤석열 내란 수괴가 법정 최고형을 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