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파묘 가 아닌 파종 으로 [뉴스]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와 당대표 선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치열함을 넘어 사생결단식의 격렬한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이 같은 열기를 굳이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그만큼 이번 선거가 단지 지도부를 교체하는 것 이상으로 하나의 중대한 전환점의 의미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지방선거에 대한 평가이자 느슨해진 개혁의 동력을 다지고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느냐의 갈림길이며, 흔들리고 있는 집권당이 과연 자기 자신을 스스로 구원하고, 나아가 촛불이 부여한 사회 개혁의 과제를 단호하게 추진할 역량이 있는지 국민 앞에 증명해야 하는 무거운 시험대인 것이다.
동시에 이 전당대회는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되고 있기도 한데 그것은 대한민국 사회, 특히 정치에서의 ‘말의 타락과 위기’ 속에서 말의 상식과 말의 말다움 을 회복하느냐의 한 시험이기도 한 것이다.
정치는 본질적으로 ‘말’로 이루어지는 행위라는 점에서, 그 정치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의 막대함이라는 점에서 말에 대해 갖는 선도적이며 중대한 역할이 있다. 그것은 지금 벌어지고 있고 국민들이 목격하고 있는 정치 주변의 일들이 불러 일으키는 당혹감, 예컨대 야당의 대표가 현직 대통령을 향해 재명아 라고 비하해 부르며 정치를 조롱거리로 만들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에서 더욱 요청되는 역할이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최소한 그들과는 다른 말을 쓰며, 언어의 품격과 무게가 어떤 것인지 차별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 전당대회 주변에서 오가는 말들이 빚어내는 풍경은 어떤가. 경쟁과 반대를 넘어 배척하려는 이들을 향해 낙인과 비하적인 멸칭, 조롱과 혐오와 비방의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상대 야당과 말의 품격과 선정성에서 ‘바닥을 향한 경쟁 이라도 벌이는 듯하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6.3 지방선거 단체장 당선자 워크숍에서 정청래 당 대표와 김민석 총리가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2026.6.21 연합뉴스
특히 지금의 시점은 공교롭게도 민주당이 주도해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이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간 상황과 묘하게 겹친다는 점에서 더더욱 ‘말의 회복’을 보여줘야 할 상황이기도 하다. 이 공교로운 시점의 중첩은 여당이 과연 스스로 언어의 모범을 보임으로써, 오염된 언론 환경을 회복하는 계기를 정치로부터 마련할 수 있을지 묻고 있는 듯하다. 유튜브나 SNS 등에 허위조작정보를 악의적으로 퍼뜨려 부당이득을 취하거나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를 주도한 정당으로서 민주당 자신이 보여줘야 할 책무가 있는 것이다.
기득권 언론과 보수 진영은 이 법의 시행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그들은 이 법안을 두고 정부와 권력자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가로막으려는 과잉 규제이자 사전 검열 이라며 헌법소원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이는 언론의 자유가 결코 특권적 자유가 될 수 없으며, 자정 능력을 상실한 언론 권력에 단호히 책임을 묻는 것은 무너진 미디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불가피한 개혁의 첫걸음이라는 것에 대한 무지다. 허위 보도가 민주주의의 토대를 무너뜨리는 ‘사회적 독극물’이며 공동체를 망치는 해악이라는 점에 대한 외면이다.
그럼에도 이렇듯 언론의 책임성과 보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여당이 단호하게 밀어붙인 법안이라면, 사법부의 저울 위에 올라가 있기도 한 이 법의 정신 앞에 민주당 스스로가 모범이 돼야 마땅하다. 가짜뉴스를 엄벌하겠다며, 공론장의 언어를 바로잡겠다고 나선 정당 내부에서 정작 내부 경쟁자를 제압하기 위해 사실무근의 네거티브와 말이 아닌 말 들을 남발하는 것은 자신들이 세운 입법 명분을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여당의 지도부와 후보들이 먼저 사실에 기반한 언어의 모범을 보여야만 비로소 그들이 내세운 공익적 명분도 최소한의 당위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이 바라고 기대하는 정치의 언어는 대단히 격조가 높은 말까지는 아닐 것이다. 다만 보통 사람의 상식과 양식에 뒤처지지 않는 말이라면 최소한의 자격을 갖춘 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치(政治)의 ‘정(政)’ 자가 ‘바를 정(正)’ 자를 바탕으로 하듯, 정치는 본디 그릇된 것을 바로잡고 바른 길을 걷는 행위인 것에서도 정치의 출발점은 특별하게 높은 경지가 아니다. 일찍이 논어에서 공자가 정치를 이렇게 정의하고는 정치를 함에 있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정명(正名), 즉 이름을 바로잡는 일 을 꼽았던 것도 그런 이치에서였다. 공자는 이어 말이 불순하면 일도 이룰 수 없다(言不順 則事不成) 고 말했다. 정치가 바로 서려면 그 정치를 이루는 언어가 먼저 상식적이고 올바라야 한다는 공자의 경고는 25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아니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더더욱 요청되는 현실이 되고 있다.
올바른 정치와 언어의 출발은 무엇보다 당면한 문제에 대해 제대로 이름 붙이는 것, 즉 바른 명명(命名) 에서 시작된다. 상대파를 옥죄기 위해 보수 언론이 마구잡이로 던지는 왜곡된 프레임을 그대로 따라가는 낙인의 말이나 멸칭이 아니라, 최대한의 합당한 이름을 붙여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위원장인 김현 의원이 7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날부터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법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7.7. 연합뉴스
이번 선거전에서는 ‘파묘(破墓) 정치’라는 말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본래 시신을 옮겨 묻거나 화장하기 위해 기존의 무덤을 파헤치는 행위를 뜻하는 이 장례 용어가 세간에 심심찮게 쓰이게 된 것은 2년 전 1000만 관객을 넘기며 신드롬을 일으킨 동명의 영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영화는 조상의 묫자리를 잘못 건드려 대를 이어 화를 입는다는 얘기를 들려준다.
정치에서의 파묘 역시 현재의 비전 경쟁은 뒤로한 채 오직 상대를 파멸시키기 위해 무덤 속에 묻어 두어야 할 오래 전 과거의 과오와 발언을 지나치게 들춰내는 것이라면 진영 전체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자해 행위가 될 수 있다. 비단 정치인뿐만 아니라 지지자들까지 과열 팬덤의 적대감에 휩쓸려 무덤 속으로 함께 들어가게 된다.
그릇된 파묘는 단지 무덤을 파서 과거를 들추는 행위로 끝나지 않는다. 무분별하게 과거사에 매몰될 때 정당이 책임져야 할 현재의 과제와 미래의 청사진마저 어두운 무덤 속으로 함께 파묻혀 버리게 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무덤 속으로 보내야 할 것은 상대 후보나 그 지지자들이 아니다. 무덤 속으로 보내야 할 것은 집권여당다운 시야를 가리는 낡은 사고와 권력욕, 서로를 끌어내리는 수박 이니 밀정 이니 따위의 혐오와 멸칭, 그리고 가짜뉴스나 다름없는 말이 못 되는 말 들이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여당이 자신들의 선거판에서조차 가짜뉴스성 비방 과 멸칭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정보통신망법과 같은 언론 자정을 위한 법은 한낱 정적 탄압용 칼날에 불과하다는 비판 앞에서도 할 말이 없다. 사법부의 판단 이전에, 민주당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자신들이 입법한 개혁 법률 앞에서 떳떳할 수 있는지 ‘언어적 자정 능력’을 먼저 입증해야 마땅할 것이다.
여당 내부에서부터 사실에 기반한 바른 언어, 상대를 존중하는 품격 있는 비판의 모범을 보일 때, 비로소 정치권 전체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언어의 타락 속에서 정치가 본래의 그 역할대로 바른 말의 시대 를 여는 한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이번 전당대회가 과거로의 파묘가 아닌 말의 새로운 씨앗을 심는 ‘파종’의 정치의 한 장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명재 에디터 promes6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