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10개국, 북해 해상풍력 100GW 합의…에너지 안보 인프라로 격상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최근 독일 함부르크에서 개최된 북해 정상회의의 로고./홈페이지.
유럽 주요국이 해상풍력을 재생에너지 확대 차원을 넘어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격상시키고 있다.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 10개국은 26일(현지시각)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제3차 북해 정상회의(North Sea Summit)에서 북해에 100기가와트(GW) 규모의 해상풍력을 공동 구축하는 협약에 합의했다. 로이터는 이번 합의가 초국경 대형 프로젝트를 통해 풍력 발전과 전력망을 함께 확장하는 구상이라고 전했다.
북해를 하나의 전력 허브로…초국경 해상풍력 인프라
이번 협약에는 영국, 독일, 덴마크를 비롯해 벨기에, 프랑스,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노르웨이가 참여했다. 각국은 북해에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를 조성하고, 이를 복수 국가 전력망과 직접 연결하는 방식의 인프라 구축에 협력하기로 했다.
핵심은 하나의 해상풍력 단지를 여러 국가 전력망에 동시에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해상풍력’ 구조다. 특정 국가에만 전력을 공급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수요와 가격 조건에 따라 전력을 유연하게 분배할 수 있어 계통 효율을 높이고 해저 케이블·변환 설비의 중복 투자를 줄일 수 있다.
이번 100GW 합의는 2023년 북해 연안국들이 설정한 ‘2050년까지 해상풍력 300GW 구축’ 목표의 중간 단계에 해당한다. 해당 목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의 에너지 안보 불안이 심화되던 시점에 도출됐다.
에너지 안보에서 산업 전략으로 확장
유럽이 해상풍력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에너지 공급을 시장 이슈가 아닌 안보 자산으로 인식하는 정책 전환이 있다. 러시아산 가스 의존은 전력 가격 급등과 산업 경쟁력 약화로 직결됐고, 이에 따라 각국은 자국 내 생산 가능한 대규모 전력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에드 밀리밴드 영국 에너지부 장관은 성명에서 청정에너지가 화석연료 가격 변동성에서 벗어나 에너지 주권과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수단이라고 밝혔다. 독일의 카타리나 라이헤 경제부 장관도 국경을 넘는 전력망과 산업 계획을 통해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을 확보하고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협약은 민간 투자와 산업 생태계 확대를 염두에 둔 조치이기도 하다. 해상풍력은 터빈 제조, 해저 케이블, 변전 설비, 항만 인프라까지 대규모 공급망 투자를 수반한다. 영국은 이달 초 해상풍력 입찰에서 8.4GW 규모의 발전 용량을 확보하며 단일 입찰 기준 최대 기록을 세웠다.
로이터는 이번 협약이 해상풍력을 재생에너지 확대 차원을 넘어, 전력망과 산업 기반을 함께 재편하는 유럽의 에너지 안보 전략이라고 보도했다. 독일 연방정부도 북해를 유럽 최대의 청정에너지 허브로 육성해 산업 경쟁력과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