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너머 보이지 않는 마음까지 읽는 헤아리다 [사람들]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 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헤아리다
그림 속, 황금빛 노을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한옥 마당에 수많은 이웃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단상 위에는 당선의 기쁨을 나누며 환하게 손을 흔드는 이와 고개를 숙여 아쉬운 결과를 겸허히 마주한 이가 나란히 서 있고, 좌우에 모인 주민들은 따뜻한 박수와 격려로 이들을 모두 보듬어주고 있네요. 그들 위로 헤아리다 라는 글씨가 가을날 잘 익은 열매처럼 든든하고 다정하게 피어있습니다. 평화롭게 날아오르는 하얀 새들과 은은하게 퍼지는 노을빛을 보고 있으면, 당선과 낙선이라는 결과를 넘어 우리 모두가 한마디씩 보탠 마음속에 얼마나 깊은 뜻이 담겨 있는지 가만히 돌아보게 됩니다.
숫자를 세는 손길에 마음을 더하는 헤아리다
6월 3일 지방선거 개표가 거의 마무리되면서 우리 고장을 위해 일할 당선자와 낙선자가 가려졌습니다. 당선자들은 기쁨을 나누고, 낙선자들은 결과를 받아들이며 유권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는 기별이 들려오네요. 선거는 끝났지만 진짜 중요한 일은 이제 시작입니다. 그림 속 바람빛(풍경)처럼 민심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돌아보고 앞으로의 길을 생각해야 하는 오늘, 우리가 마음 깊이 새겨볼 토박이말은 헤아리다 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 말을 수량을 세다 , 그 수 정도에 이르다 , 그리고 짐작하여 가늠하거나 미루어 생각하다 라고 뜻풀이합니다. 저는 이를 숫자만 세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뜻까지 살펴보다 라고 쉽게 풀이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나날살이 속에서 동전을 헤아리다 처럼 눈에 보이는 수를 셀 때도 쓰지만, 이 일의 고충을 헤아려 주십시오 라는 보기월처럼 상대방의 깊은 사정과 마음을 가만히 미루어 짐작할 때 더욱 깊은 울림을 주는 낱말입니다.
내 마음의 고충을 알아주는 단 한 사람의 따뜻한 눈길
선거 개표는 겉으로 보면 그저 표의 숫자를 세는 일입니다. 하지만 선거의 참뜻은 숫자를 채우는 데 있지 않지요. 유권자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걱정했는지 그 숨은 마음을 깊이 살피는 데 더 큰 뜻이 있습니다. 당선자는 자신을 뽑아준 사람뿐만 아니라 뽑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까지 넓게 품어야 하고, 낙선자 역시 결과에 담긴 민심을 차분히 살필 때 비로소 다음 걸음을 든든하게 준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누구의 숫자가 더 많은지 따지는 날이라기보다, 서로의 뜻을 가만히 보듬는 날이어도 좋겠습니다.
우리의 삶도 이와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세상은 늘 우리가 받아든 점수나 통장의 숫자, 눈에 보이는 성과 같은 수량 으로 우리를 평가하곤 합니다. 때로는 내가 이룬 숫자가 작아 보여 마음이 쪼그라들고 자존감이 무너질 때도 있지요.
하지만 낙심하지 마세요. 여러분의 가치는 눈에 보이는 숫자로 다 셀 수 없을 만큼 크고 소중합니다. 세상이 내 주위의 숫자만 셀 때, 내 안의 노력과 남모를 고충을 알아채고 헤아려 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우리는 다시 일어설 힘을 얻습니다. 오늘 하루,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내 마음의 고단함을 스스로가 먼저 다정하게 헤아려 주세요. 참 애썼다 라고 나를 다독이는 그 따뜻한 눈길이, 여러분의 앞날을 향한 발걸음을 가장 단단하게 지켜줄 것입니다.
[마음 나누기]
세상의 거친 기준과 숫자 속에서 요즘 여러분의 마음을 가장 힘들게 하는 남모를 고충은 무엇인가요? 혹은 최근에 누군가 내 마음을 깊이 헤아려 주어 큰 위로를 받았던 따뜻한 경험이 있다면, 댓글로 소중하게 나누어 주세요. 여러분의 소중한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를 다독이는 마음들이 모여, 지친 오늘을 함께 버텨내게 하는 가장 다정한 우산이 됩니다.^^
[한 줄 생각]
좋은 정치는 표의 숫자를 세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속에 담긴 민심을 헤아리는 데서 시작됩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헤아리다
뜻: 짐작하여 가늠하거나 미루어 생각하다.
보기: 상대방의 처지와 고충을 깊이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 참 아름답습니다.
[토박이말 길잡이] 결지기 이창수
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