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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 조국혁신당 합당, 당원들이 결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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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제안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국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함께 치르자”며 합당을 제안했다는 소식은 단순한 정치 뉴스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두 정당의 조직적 결합 가능성을 넘어 한국의 진보 정치가 지난 몇 년간 품어온 질문을 다시 한 번 우리 앞에 꺼내 놓는다. 통합은 언제나 선처럼 입에 올려지고, 분리는 언제나 악처럼 묘사된다. 그러나 정치는 그렇게 단순한 도덕 구도로 작동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합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지키기 위해 합치려 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잃을 각오가 되어 있는가이다. 조국혁신당 당원으로서 정 대표의 제안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 역시 한 방향으로 쉽게 기울지 않는다. 그것은 환영과 거부 사이의 머뭇거림이 아니라 이 정당이 왜 만들어졌고, 어떤 언어를 들고 정치에 들어왔는지를 다시 묻는 과정에 가깝다. 합당 제안은 선택을 요구하지만, 그 선택에 앞서 성찰이 필요하다. 성찰 없는 통합은 언제나 패배한 질문들의 무덤이 되어왔기 때문이다. 1. 같은 시대정신, 다른 정치의 언어 정청래 대표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추구하는 시대정신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질문을 요구한다. 윤석열 정권의 폭주, 검찰 권력의 비대화, 민주주의 제도의 훼손이라는 현실 인식에 두 정당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 총선과 대선 국면에 두 정당은 ‘따로 또 같이’ 싸웠고, 그 공조는 정권 교체라는 역사적 결과로 이어졌다. 이 점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연대는 분명 평가받아야 한다. 그러나 ‘같은 시대정신’이라는 표현은 정치적으로 매우 편리한 언어이기도 하다. 이 말 속에는 서로 다른 결, 다른 온도, 다른 언어를 하나의 문장으로 평탄화하는 힘이 숨어 있다. 조국혁신당이 정치 무대에 등장한 이유는 민주당과 같은 말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민주당이라는 거대 제도 정치가 구조적으로 말하지 못하거나 말하기를 주저해 온 언어를 대신 말해보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조국혁신당은 검찰개혁을 말하되 ‘조정’과 ‘타협’의 언어보다 ‘해체’와 ‘단절’의 상상력을 요청했다. 정치개혁을 말하되 점진적 개선이 아니라 제도 자체를 다시 묻는 급진적 질문을 던졌다. 그것은 늘 ‘현실성이 없다’거나 ‘과격하다’는 평가를 동반했지만, 바로 그 불편함이 이 정당의 정치적 존재 이유였다. 민주당이 현실 정치의 언어로 설계도를 그린다면 조국혁신당은 그 설계도 자체를 다시 그려보자고 요구하는 정치였다. 같은 방향을 보고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방향으로 가는 보폭과 리듬, 그리고 사용하는 언어는 분명 달랐다. 합당 논의는 바로 이 지점에 멈춰 서야 한다. 같은 시대정신이라는 말이 서로 다른 정치적 태도와 감각을 지워버리는 주문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2. 통합의 이름으로 지워진 것들에 대한 기억 한국 정치에서 지금은 힘을 모아야 할 때”라는 말은 언제나 설득력 있게 들려왔다. 선거를 앞두고, 위기를 앞두고, 정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절박함 앞에 통합은 거의 도덕적 명령처럼 작동해 왔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수없이 많은 통합을 보아 왔다. 그리고 그 통합의 상당수는 선거가 끝난 뒤 조용히 약속을 잊었다. 통합은 대의를 말했지만, 그 대의는 종종 소수의 목소리를 침묵시키는 방식으로 구현되었다. 다양성은 선거 국면에만 필요했고, 승리가 확정되면 ‘정리의 대상’이 되었다. 질문은 유예되었고, 비판은 ‘분열’로 낙인찍혔다. 그 반복의 결과가 오늘의 정치라면 우리는 그 역사를 다시 되풀이할 수 없다. 조국혁신당은 바로 이 반복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민주당이 틀렸다고 외치기 위해 나온 정당이 아니라 민주당이라는 제도 정치가 구조적으로 감당하지 못한 질문을 대신 붙들기 위해 등장한 정치적 실험이었다. 우리는 스스로를 ‘소수 정당’으로 규정했지만, 그 소수성이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밀도를 높이는 방식이 되기를 바랐다. 정청래 대표의 합당 제안이 당원인 나에게 즉각적인 환호를 불러일으키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합당은 단순히 당 간판을 하나로 합치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서로 다른 정치적 태도와 언어, 감각을 하나의 조직 안에서 어떻게 공존시킬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만약 합당이 선거 승리라는 명분 아래 조국혁신당의 급진성과 불편함을 정리하는 과정이라면 그것은 통합이 아니라 흡수이며, 다양성의 확장이 아니라 축소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합당 제안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이번 제안이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 우리는 더욱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지방정치는 중앙 정치의 축소판이 아니다. 그것은 생활의 정치이고, 지역의 언어로 말해야 하는 정치다. 조국혁신당이 비록 규모는 작지만, 지역에서 새로운 정치적 실험을 해볼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지방선거에 있다. 거대 정당 안에서 늘 후순위로 밀려났던 의제들, 지역 주민의 삶에 밀착된 문제들을 다른 방식으로 제기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그곳이다. 3. 합당을 논의한다면 무엇이 전제되어야 하는가 그렇다고 해서 합당 논의 자체를 금기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고, 조건에 따라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선택의 방향이 아니라, 선택의 조건이다. 합당이 가능하려면, 그것은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정치적 원칙 위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첫째, 조국혁신당이 제기해온 정치개혁 의제들이 선언적 문구가 아니라 실질적인 제도와 정책으로 계승되어야 한다. 검찰개혁, 정치개혁, 권력 분산이라는 의제가 민주당의 기존 문법 속에서 희석되지 않고, 오히려 민주당을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합당 여부는 지도부의 결단이 아니라 당원들의 숙의와 토론을 통해 결정되어야 한다. 조국혁신당은 ‘시민 정치’를 표방한 정당이다. 그 정체성은 결과보다 절차에서 드러나야 한다. 빠른 결론보다 중요한 것은 충분한 토론이며, 침묵이 아니라 공개된 논쟁이다. 셋째, 합당 이후에도 내부 비판과 이견이 ‘분열’이나 ‘비협조’로 낙인찍히지 않는 구조가 보장되어야 한다. 진정한 원 팀 은 이견이 없는 팀이 아니라, 이견을 감당할 수 있는 팀이다. 서로를 변화시키지 못하는 통합은 오래 가지 못한다. 정청래 대표가 말한 ‘원 팀’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한 쪽이 다른 쪽을 덮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가 상대를 변화시키는 과정이어야 한다. 민주당이 변하지 않은 채 혁신당만 사라진다면 우리는 또 하나의 정치적 가능성을 잃게 될 것이다. 조국혁신당 당원으로서 내가 바라는 것은 당명의 존속이 아니라 정치적 문제의식의 지속이다.   정청래(왼쪽) 대표와 조국 대표. 연합뉴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성찰이다. 같이 가자”는 말 속에 우리가 왜 여기까지 따로 걸어왔는지에 대한 이해가 담겨 있는지를 묻는 일이다. 이 질문에 대한 충분한 답이 있을 때, 그리고 그 답이 말이 아니라 구조와 제도로 제시될 때, 비로소 합당 논의는 진지해질 수 있다. 그 전까지 조국혁신당 당원으로서 나의 태도는 유보이자 경계이며, 동시에 책임 있는 질문이다. 정치는 결국 승리의 기술이 아니라, 어떤 질문을 끝까지 붙들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4. 조국 대표와 지도부에 대한 당부 조국 대표와 지도부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그 선택은 빠른 결론이나 정치적 유불리를 앞세운 판단이 아니라, 조국혁신당이 왜 만들어졌고 무엇을 위해 존재해 왔는지를 끝까지 되묻는 결정이기를 바란다. 통합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질문을 접는 방식이 아니라 질문을 더 멀리 데려가는 방식이어야 하며, 함께 간다는 말이 곧 침묵을 요구하는 언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조국혁신당은 이름을 남기기 위해 존재한 정당이 아니라, 불편한 문제의식을 정치의 중심으로 밀어 올리기 위해 탄생한 정치적 실험이었다. 지도부의 선택은 그 실험을 종료할지, 다른 조건 속에서 이어갈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부디 그 선택이 단기적 승부가 아니라 장기적 정치의 방향을 향하고 있기를, 조직의 생존이 아니라 정치의 밀도를 높이는 결단이기를 기대한다. 당원과 시민들이 맡겨 온 질문을 가볍게 정리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 있게 감당하는 것. 그것이 조국 대표와 지도부에게 지금 요구되는 가장 큰 리더십이며, 많은 당원들이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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